대기업 출신 50대 김부장의 재취업전략

지난 5월, 충남 당진에서 여의도까지 버스와 지하철로 2시간이 넘는 길을 단숨에 달려온 50대 김부장.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재직시 신규사업기획과 설비투자 분야에서 기획부터 감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두루 익혔다. 그는 1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을 살려 철강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자금소요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동업자와의 갈등까지 겹쳐 사업을 접었다.

이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인터넷에는 자신의 연령에 맞는 채용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인맥을 활용했다. 평소 폭넓은 인간관계와 좋은 평판 덕분에 10여개 회사를 소개받았고, 면접도 보았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불합격. 이후 자신을 추천해 준 지인들을 볼 낯도 없고, 재차 같은 부탁을 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시간은 3개월이 흘렀고, 처음 가졌던 자신감은 사라지고, 불안감만 높아졌다.

그러던 중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http://www.fkilsc.or.kr/)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김부장은 안정감이 느껴지는 선 굵은 목소리에 차분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간의 취업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여러 중소기업 인사담당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희망연봉도 기존 연봉의 60~70% 수준까지 대폭 낮추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담당자들은 ‘무겁다’ ‘부담스럽다’ ‘경력이 너무 화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채용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무겁게 느껴지는 ‘경력’과 ‘나이’에 대한 대처 필요

김부장의 취업준비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첫째는 입사서류다. 경력기술서의 내용은 정리가 잘 된 것 같으나, 지원하는 회사에 맞게 자신의 강점과 성과를 차별화하지 못하고 단순 나열식으로 작성돼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고안했다는 경력기술서 양식에는 컴퓨터 활용능력에 대한 항목조차 없었다. 엑셀, 파워포인트는 물론 도면을 보기 위한 CAD 프로그램도 사용할 줄 알면서 한 줄 언급도 없었다. 김부장은 ‘사업팀장’의 경력이라면 그러한 능력쯤은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둘째, 무게감을 줄이지 못했다. 인사담당자들은 대기업에서 ‘팀장’으로 근무한 경력의 구직자라면, 재직시 직접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제안서를 작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원들이 문서를 작성하고, 자신은 관리와 지시를 주로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면, 부하직원의 도움이 없더라도 직접 보고서를 척척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무게’라는 것은 ‘몸값=연봉’을 뜻하기도 하지만, ‘고급 기획능력+실무능력+허드렛일’을 동시에 내포하기도 한다. ‘이런 일도 직접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프로젝트’ 정보를 통해 취업문을 뚫자

5060세대는 앞으로 취업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취업정보 수집이다. 채용 포털에서 50대 채용수요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용정보를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부장의 경우 앞서 일자리 소개를 부탁했던 인맥을 통해 물밑작업으로 진행되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수행 인력이 필요하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정규직만 고집하지 말고, 계약직이라도 일을 통해 능력을 보여주자.

둘째, 강점과 실무능력을 적극 드러내야 한다. 무거워 보이는 ‘스펙’을 가볍게 보이도록 준비하자. 외국어, 문서작성, CAD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 허드렛일도 할 수 있다는 적극성을 보여주자.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학원을 다니거나, 실무자격증을 취득해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프리랜서, 1인 기업 등 독립형태의 일도 고려하자. 변화하는 트렌드, 최신 기술의 흐름을 놓친다면 그만큼 경쟁력은 떨어진다.

취업의 최대 적은 ‘나이’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동, 금주, 금연 등으로 뱃살을 줄이고,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도록 자신을 가꾸자.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20~30대 젊은층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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