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이냐, 편의점이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업체의 조립 생산업무에 종사했던 김재후(51)씨. 잘 나가던 회사가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회사 측이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자 이를 선택했다. 다리에 만성질환이 있던 그는 통원 치료를 하면서 장래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먼저, 재취업을 생각했지만, 마음만 있을 뿐이었다. 취업을 위해 필수적인 인터넷 채용사이트의 이력서에는 증명사진도 첨부하지 않았다. 회사 경력사항을 적는 이력서 양식에는 업무내용이 한 줄 뿐이었다.

김씨의 취업 방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운전면허를 활용한 대형차 운전직이었다. 대형화물차 운전은 업무 특성상 장거리 및 야간 운전이 필수적이다.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신체적인 부담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런 이유로 선뜻 대형차 운전직에 도전하지 못하고, 창업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 선택해야

평소 당구 애호가였던 김씨는 창업 아이템으로 당구장 경영을 검토했다. 초기 창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저렴한 점포를 소개 받으며 매장을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편의점 창업도 고려 중이다. 24시간 편의점 창업은 당초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는 죽마고우가 편의점 창업을 돕겠다고 나섰다. 친구는 비슷한 투자규모라면 당구장보다 편의점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친구의 조언을 믿고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김씨의 창업과 관련해 3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보았다.

첫째,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인지 여부다. 그의 주요 경력은 제조업이다. 경력에 비춰 보면 편의점이라는 유통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친구의 조언이 큰 도움은 되겠지만, 유통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여전한 문제다. 반면, 당구장의 경우 취미생활이긴 하지만 수 십 년간 당구 마니아로 다양한 경험을 가졌다. 고객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그는 250만원 상당의 전용 큐(cue)를 소장하고 있다. 150만원 짜리도 있었는데, 얼마 전 친한 사람에게 팔았다고 했다. 비싼 장비를 가졌다고 사업의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길이다.

역시 전문성 확보가 관건

둘째, 전문성이다. 24시간 편의점은 다양한 상품관리, 재고관리 등 신경 써야 할 업무가 많다.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 관리부터 반품, 상품부족 등 판매관리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당장 창업보다는 직접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주변 상권의 특성, 고객 분석, 상품군 구성과 진열까지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늦은 밤에 손님들이 흘린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의 찌꺼기를 치우고, 쓰레기통 비우는 허드렛일까지 해보면서 서비스업을 배우고 직원관리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적성이 유통서비스업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계약사항, 로열티, 강제조항, 위약금 등 불리할 수 있는 내용도 생생한 현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셋째, 꿈과의 연결성이다. ​그에게 미래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당구장을 한다면, ‘무료 당구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반면, 편의점은 수익 측면 외에는 꿈과 연결되는 것들이 없었다.

지난해 장사가 어려워 부도를 낸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이 50~60대 장년층이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전문성과 경험을 쌓는 것이 사업 성공의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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