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 가불하는가? 절제가 건강비결이다

과거에는 봉급으로만 생활하기 어려워 다음 달 봉급을 미리 가불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에 따라서는 끝까지 참고 견디면서 가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가불을 아주 쉽게 생각하고 일상적으로 가불해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외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흔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일단 가불한 돈을 갚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한번 가불하기 시작하면 계속 가불하는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늘 쪼들리면 살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이 형편이 좋아지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안다. 우리가 가난했을 때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봉급을 가불하지는 않아도 주위 사람들에게 습관적으로 돈을 빌려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지만 갚을 능력이 없어 친구도 잃고 신용을 잃는 사람들도 많이 보아왔다. 지급능력 이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 신용이 낮아져 통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거나, 가정경제가 파탄이 나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가불소비가 가난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라면 그래도 동정을 할 수 있지만 단지 명품을 사기 위해,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기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한 무분별한 소비를 위한 것이라면 받아드리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현재만이 중요하고 미래에 대한 의식이 적거나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박을 위해 집도 가정도 개인 재산도 전부 날리고 나머지 일생을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미래의 희망을 가불한 사람들이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현재의 즐거움이나 쾌락을 위해 건강을 가불해서 미리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한 흡연이나 음주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위한 식습관으로 또한 현재의 육체적인 안일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고 편안을 택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모두 미래의 건강을 가불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미래에 가보면 이미 가불해 썼기 때문에 건강은 없다. 따라서 미래에 가면 건강은 없고 질병만이 남아 남보다 조기에 사망한다. 특히 불가피한 이유가 아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건강을 담보하여 가불하는 것은 마치 명품을 사기 위해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꾸어 쓰는 것과 차이가 없다.

흡연하고 과음하며 평소에 건강을 돌보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나이 들어 건강을 상실하고 낮은 삶의 질로 고생하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연명하며 지낸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모든 의학적인 연구결과는 흡연하면, 과음하면, 과식하면, 운동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미래에 가보면 건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수많은 사람이 현재의 즐거움과 쾌락을 버리지 못하고 건강을 가불해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건강관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절제라고 할 수 있다. 절제에서 절(節)자는 절약의 절자고 물질적인 것이다. 제(制)는 자제한다는 뜻으로 정신적인 것이다. 절제를 통해 건강의 가불을 억제해야 한다.

김일순
김일순
예방의학 분야의 대부로 통하는 의사 출신입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시절인 1988년 국민건강에 이바지하자며 한국금연운동협의회를 창립, 20여년이 넘게 이끌었습니다. 연세대의료원장을 지냈고, 퇴임 후인 2009년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을 창립해 웰다잉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새글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