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세 만기 보험 가입했어요

자기가 태어난 자기 날을 생일이라 한다. 생년월일 시[年月日時(사주四柱4기둥)]과 각 간지(干支)를 합해 사주팔자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 조화로 운명의 길흉화복(吉凶禍福) 점을 친다. 가령 한국 2000년 1월 1일 정오 탄생, 미국은 1999년 12월 31일 밤 11시다. 똑 같은 사람도 미국 사주팔자와 한국 사주팔자가 다르다. 그러고 보면 믿을 사주팔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 내 팔자야’ 팔자타령 하는 주변사람은 흔히 볼 수 있다.

6·25 전쟁고아 애통한 사연, 1960년대 가수 김용만이가 불러 대히트한 노래 ‘생일 없는 소년’ 노랫말은, “어머니 아버지 왜 나를 버렸나요. 한도 많은 세상길에 눈물만 흘립니다. 동성남북 방방곡곡 구름은 흘러가도 생일 없는 어린 넋은 어디메가 고향이요. 어머니 아버지 왜 말이 없습니까? 모진 것이 목숨이라 그러나 살겠어요. 그리워라 우리 부모 어디메 계시 온지. 꿈에라도 다시 한 번 그 얼굴을 비쳐주오.”

자기생일을 모르는 사람제외 한 누구나 다 생일을 중요시 한다. 생일케이크에 나이촛불을 켜고 하는 생일노래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000의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 송은 1893년 미국의 패티 힐과 밀드레드 힐이 켄터키주 루이빌 학교 선생님일 때 “아침 인사해요. 아침 인사해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침 인사해요.” 굿모닝(good morning)노래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를 2009년 3월 22일에 타임즈《Times》가 확인했다.

한국인은 첫돌부터 시작해 매년 생일잔치를 한다. 특히 61세 환갑(還甲 60년마다 간지가 한 바퀴 돔), 70세 칠순(七旬), 80세 팔순(八旬), 90세 구순(九旬), 99세 백수[(白壽. 백(百)자에서 일(-)빼면 백(白)], 100세 백수(百壽)때마다 큰잔치를 한다. 며칠 전 간병인 보험 110세까지 만기로 들었다. 110세 백십수(百十壽) 축하잔치가 멀지 않은 장래에 많을 것이다.

사람마다 하는 생일잔치는 아니다. 여호와의 중인은 성경 “죽는 날이 태어나는 날보다 낫다(전도서 7:1). 등을 비롯한 성경근거로 크리스마스, 생일, 각종 기념일, 지키지 않는다.” 순돌이 기억으론 자기생일을 몇 번이나 해 먹었을까? 아득한 멀리 가물거리는 기억이다. 누가 생일을 물으면 지나갔다며 답할 뿐 생일을 알려 주진 않는다. 기억코자 않아선지 순돌이도 매년 생일이 언제 왔다갔는지도 모른다.

불교에서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고통은 누구나 다 겪는 고통의 시작인 생일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부처님이나 예수님께서 살아생전 제자들로부터 생일잔치 상을 받았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후세 인간들이 고마움에서 정한 생일일 뿐, 정확한 탄생일이라 말하기엔 문헌마다 다 차이가 있다.

순돌이가 고등학교 입학준비로 주경야독하던 학원은 학생 11명에 샌님은 원장과 영수수업 박선생님 두 분이었다. 영수박샌님 가까운 집안 남파간첩연좌제에 걸여 어디에도 취업 못하는 대구상고 수석졸업자다. 순돌이는 박샌님 어매 덕분에 박샌님 집에서 공짜 밥을 먹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박새님 어매가 한 며칠간 외출로 식사당번은 순돌이 몫이었다. 유복자이자 외아들인 박샌님은 가난해도 어매 덕에 귀하게 자라 까다로운 입을 맞출 반찬이 없었다.

학원을 이웃한 뽀얀 얼굴에 부잣집 딸이자 학원반장인 ‘희영이’한테 박샌님 저녁반찬을 부탁했다. 흔쾌히 허락했다. 저녁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렸으나 희영이는 ‘어매가 반찬 없다 카드라’며 빈손으로 왔다. 순돌이 자신도 모르게 ‘내일, 반찬하나 없는 생일 밥을 먹어야 할 박샌님이 불쌍하다.’ 영화대사 같은 말로 중얼거렸다. ‘야~ 콩돌아! 그카만 내일 박샌님 생일이라 카지’,하고는 집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돌아와 첫 수업을 마쳤다.

반장 희영이가 긴급반회의가 있다며, 화장실 빨리 다녀 오라했다. 하늘이 훤히 보이는 재래식화장실 나일론 마대포대 문이 바쁘게 여닫혔다. 반장 희영이가 무슨 회의를? “내일 박샌님 생신이다. 우리가 큰 생일선물은 못해 드려도 생일케이크 하나라도…,” 한 사람 30원씩 내라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당황한 순돌이는 희영이를 따로 불렸다. “박샌님 생일이 언제인지 난 모른다. 니가 안 지킨 반찬약속 후회하고 미안하라고 한, 내 거짓말이었다. 이렇게 일이 커지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없던 일로 하자.” 간청했다. 희영이는 반 친구들과 어매한테 말한 박샌님 거짓생일 들통으로 바보는 싫다며 끝까지 밀고 나간다. 순돌이 입에 큰 자물통을 채웠다.

순돌이가 박샌님한테 사실로 보고한 다음 날 아침이었다. 희영이는 자기어매와 같이 미역국에 쌀밥, 고기반찬까지 해가지고 왔다. ‘원장샌님이 알면 큰일이다.’ 태산 같은 걱정에도 소고기 미역국에 부훤 쌀밥숟갈은 입으로 바쁘게 잘도 올라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박샌님 생일거짓말사건을 안 학원원장샌님께서는 순돌이 멱살을 잡고 교실로 끌고 들어갔다. ‘야~콩돌이 임마 누구한테 구라를 처 엎드려뻗쳐’, 순돌이 엉덩이에 춤추는 몽둥이, 찢어지는 순돌이 비명소리는 창 넘어 메아리로 울려펴졌다. 다급해진 희영이는 ‘원장선생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싹싹 빌고 빌어 순돌이 몽둥이찜질은 멈췄다.

이일로 학원친구들한테 순돌이는 의리의 사나이, 희영이는 도덕쌤이 되었다. 반백년 가깝게 지난 그 세월이야기다. 바람소리에 들리는 소문엔 반장 희영이는 이브자리 본사 중역으로 서울촌 강남에 산단다. 영수 박샌님은 연좌제폐지로 모대기업 중역으로 정년퇴직하셨단다.

우린 왜 작은 모임도 못 만들었을까? 가난에 찌들려 쫓긴 인생고 탓하기엔 내 잘 못이 너무 큽니다. 그때 그 동무들 모두 어느 하늘아래 사는지? 대답 없는 이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권경옥아 넌 어디 사니? 내 짝꿍 권경옥이가 보고 싶어라. 돌보는 이 아무도 없이 쓸쓸히 죽어가는 애절한 가을풀벌레울음소리 가슴에 쓸어 진다. 길을 잃은 하늘나그네새,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로 갈까? 애처로운 날갯짓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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