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날, 풋구를 아시나요

음력 7월 15일은 백중(百中)이다. 불교에서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재(盂蘭盆齋)라 한다. 도교에서는 중원(中元), 우리농촌에는 백종(百種), 호미 씻는 날이라 한다. 백중 말고도 여러 이름이 있듯이 그만큼 이날을 예로부터 중히 여겼다는 증거가 아닐까? 2019년도 백중날은 양력 8월 15이었다. 2020년도에는 음력 4월이 윤달이라 9월 2일로 작년에 비해 18일이나 늦어졌다.

불교에서는 망혼일(亡魂日), 우란분재(盂蘭盆齋)를 지낸다. 유래는 살아생전 지은 죄가 커,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는 목련존자효심 설화다. 부처님 10대제자 중 두 번째인 신통제일인 목련존자는 부처님 도움으로 지옥에 어머니를 개의 몸으로 태어나게 구했다. 개의 몸에서 어머니를 벗어나게 하는 방편을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해법은 하안거를 마치는 백중날, 스님들께 오미백과(五味百果)로 지극정성으로 공양대접 하라. 목련존자가 부처님 방편지시대로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께 승복과 갖은 음식으로 공양을 올렸다. 이에 감응해 개의 몸을 벗어난 어머님은 도리천궁에 태어났다. 조선시대 몸 보신으로 누구나 먹던 개고기, 불교신자는 먹지 않은 이유는 한때 목련존자 어머니기 때문이라 하겠다.

우리 하안거 결제일(시작)은 음력 4월 16일이고, 해제일(끝나는 날)은 7월 15일에는 각 사찰마다 선대조상 합동 천도재를 지낸다. 여기에 4월 초파일 부처님 탄신일 행사를 더한 두 행사로 일 년 사찰운영, 유지한다고 할 정도로 큰 행사다. 금년에는 부처님도 두 손발을 든 코로나19 공격, 소승 사찰 묵언마을을 비롯한 대다수 사찰에선 행사자체를 취소한 경우가 많다.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중원’은 일 년에 세 번(음력 1월 15일, 7월 15일, 10월 15일), 인간의 선악을 살펴 조사하려 하늘나라 선관(仙官)이 내려온다. 이때마다 술·음식·과일을 차려놓고 천신 차례로 맞이했다.

조선 후기 『증보산림경제』와 『천일록』에 호미씻이가 언급되어 있다. 17~18세기에는 저수지확충으로 천수답이 줄어든 만큼 벼 재배면적도 늘어났다. 가을에 심은 논보리 추수한 빈자리에 모내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 보리추수와 모내기가 겹쳐 죽은 손이 움직여도 일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모심기와 보리추수, 무엇하나 미루거나 앞당길 수 없는 농사일이다.

모심기와 논매기할 때 모자라는 일손 바꿈 두레는 농촌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 모내기여세를 몰아 논매기까지도 마을 단위 공동노동으로 했다. 농사짓는 때를 농번기라 하고 농사하지 않은 때를 농한기라 한다. 세벌논매기와 밭매기를 거의 마친 때는 사이농한기다. 이때 마을사람은 부역으로 마을길 보수한 후 호미 씻는 날로 갖은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쉰다. 이날을 내 고향 안동 갈라산막장마을 ‘텃티골’에서는 ‘풋구’ 라 한다.

풋구 먹는 날자는 마을회의에서 결정되면 마을에서 연세가 제일 높으신 바깥어른 허락을 맡아 최종결정을 한다. 풋구 3일 전쯤, 이장님은 초등학생들한테 풋구를 위(외쳐)라고 한다. 그러면 동네꼬마들은 동산에 올라서 하나둘 셋, 호흡을 맞춰 ‘내일모래 저모래 풋구여’ 하고 다섯 번 정도 합창을 한다. 1967년 백중날, 덧티골 풋구는 일요일이었기에 특별히 기억난다.

풋구 먹는 날, 집집마다 성의껏 준비한 술과 음식을 풋구 장소인 마을 시시(느티)나무 밑으로 갖다 놓는다. 마을 제일 부잣집 덕자네 풍성한 음식을 가지려 마을 장정 몇 사람이 가야했다. 마을에서 배급을 받은 가난한 몇 집은 이장님이 아무것도 해 오지 말고, 몸만 꼭 참석하라고 한다. 여성분은 한 사람도 참석치 않고 아이어른 할 것이 남자들만 다 모인다.

마을 최고어른께서 일 년 농사수고에 대한 덕담이 끝나면 음식을 먹는다. 음식은 그릇에 담는 것부터 남자들이 다 했다.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 집 음식이든 다 맛있다는 덕담품평하면서도 부잣집 고기가 제일 빨리 떨어졌다. 하루밤낮을 마시고 먹으며, 풍물에 춤까지 추며 밤을 새우고 그 다음날에는 소꼴 소일로 쉬었다.

덧티골 사람대대로 더불어 사는 천연기념물은 봄노래 소쩍새(scops owl), 여름밤 수놓는 반딧불(Luciola cruciata), 겨울밤을 지키는 솔부엉이, 금실자랑 원앙새(mandarin duck), 천둥오리(mallard), 새매(Accipiter nisus)가 태양광난개발을 막아 마을을 지켜주었다. 풋구가 살아진 2020년 텃티골, 제일 젊은 70세 청년을 비롯한 7가구 10여명이 자연을 노래하며 갈라산을 알뜰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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