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창업을 하시려고 합니까?” “돈 벌려구요.”
“돈 벌어서 뭐하시게요?” “잘 먹고 잘 살려구요.”
창업컨설팅을 하다보면 이런 대화를 자주 한다. 결국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창업을 한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는 못한다. 다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의 씨앗은 자란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을 한다면 결코 실패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은 많이 벌기 위해서, 그것도 빠른 시간에 성공하기를 원한다. 이것이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이런 생각이 결국 부실한 창업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돈 목적 창업, 문제의 씨앗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갖는 위력은 크다. 그러나 그 돈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슬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꿀벌이 먹으면 꿀이 되는 것과 같다. 착한 자의 손에 들어가면 여러 사람을 구하는 데 쓰일 것이고, 악한 자의 손에 들어가면 세상을 어지럽히는 데 이용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돈이라는 것도 그 크기를 정확히 할 수는 없지만 유한하다. 즉 내가 많이 가지면 그 누군가는 그 만큼 적게 갖기 마련이다. 많이 가지려고 한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포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부자가 천국을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하고,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독해야 한다는 말이 생긴 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식당을 30년 씩 운영하면서 많을 돈을 번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배고픈 사람에게 맛 있는 밥을 대접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도 모이더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선뜻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의미 있는 일에 기부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지만 이런 분들은 아주 많다. 이런 경우 돈을 벌었다고 말하기보다는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모였고, 자기가 쓰고 남은 돈은 주인한테 돌려주는 것이 세상이치라고 생각한다.
목적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시작한 분들은 번 돈을 자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을 위해 쓰기가 아깝다. 정도에 따라서는 모으기만 하고 쓰지는 않는 이들도 있다. 돈은 잘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야 세상도 아름답다. 돌아다니지 않는 돈은 돈이 아니다. 누가 많이 벌었느냐 보다는 누가 더 많이 썼느냐가 부자의 기준이 돼야 한다.
돈, 아름답게 많이 쓰는 것도 중요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고 했다. 돈이 사람을 정승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개보다 못한 인간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반대로 정승처럼 벌어서 개같이 쓰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이들은 쓰지 않는 사람보다는 아름답다. 돈은 쓰기 위해서 벌어야 한다.
필자는 가수 션을 존경한다. 그는 이런 말을 한다. “항상 쓸 곳을 미리 정해 놓고 벌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 쓸 곳이 자신의 부귀영화나 사치를 위해서라면 결코 존경받지 못할 것이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먼저 쓰기 때문에 그의 모습은 한없이 아름답다. 가진 것은 크지 않지만 위대하고 아름다운 부자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는 승리를 위해 흘린 수많은 부하들의 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듯 큰돈을 번 사업가는 자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간혹 이런 사람을 본다. 돈은 많은데 외로운 사람, 돈은 많은데 남의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람, 돈은 많은데 왠지 불쌍해 보이는 사람…. 우리는 이들을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 아름다운 부자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벌기만 하고 쓰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번 사람은 많이 써야 한다. 큰 사업을 하는 사업가를 존경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가 좋지 않다. 소비도 위축돼 있다. 시장에 돈이 없다고들 한다. 그럼 그 돈은 어디에 있는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물이 고이면 썩듯 돈도 고이면 세상이 썩는다. 돈이 잘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돈을 버는 방법에만 집중하고 연구한다. 그것을 돈 주고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고 배우지도 않는다. 없어서 못쓰지 있어봐라. 그러나 막상 큰돈이 생기면 가치 있게 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소비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고독하고 불쌍한 부자보다 아름다운 부자가 많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