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이 아이들 공부방의 가구 리폼 재능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창기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장

‘폴 윌리스’(Paul Wallace)가 ‘에이지 퀘이크’(agequake)라는 용어를 통해서 고령사회의 미래를 우려한 것도 이제 15년이 되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0년 ‘고령화 사회’(ageing society)로 진입했으며, 2017년 ‘고령사회’(aged society)를 거쳐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super aged society)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 수명의 연장은 결코 재앙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가 여러 사회적 과제를 주는 것은 틀림없다. 노동력과 경제활동인구가 부족해지면서 경제적 부의 창출에 커다란 문제가 나타나고, 노인의료비나 연금지출이 증가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며, 은퇴 이후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는 한편, 여러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 수준에서도 고령화는 생활비로 대표되는 경제적 어려움의 증가, 계획하지 못한 채 주어지는 장생(長生)과 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사회적 어려움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고령화가 반드시 개인적·사회적 재앙을 뜻하지는 않는다. 교육과 학업을 마치고 20~30년간 활동한 노동시장에서 퇴직한 시니어들은, 이제 나머지 인생으로서의 ‘여생’(餘生)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해야 할 제2의 인생기를 만나게 된다. 이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각자의 상황과 처지의 수만큼 다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고용연장이나 재취업 또는 창업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또는 지금껏 미뤄왔던 자아실현의 문을 두드리거나 새로운 가치를 따라 사회참여 활동의 기회를 찾아나서는 시니어들도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이러한 선택들이 섞여서 나타난다.

사회참여(social participation), 사회활동(social activity) 또는 사회참여활동에는 여가 및 레저 활동, 사회봉사·공헌 활동, 경제활동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그 활동에는 문화, 경제, 정치, 교육, 사회 등 다양한 주제가 포괄될 수 있다. 활동방식 역시 매우 다양한데, 민간비영리단체(NPO)나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활동이 대표적이다. 참여방법으로는 회원가입이나 자원봉사에서 시작해서, 비상근이나 상근 활동, 나아가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 활동 형태에 따라 경제적 보상의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풍부한 사회·경제활동 경험을 살려서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마을만들기사업)에 참여하는 시니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들이 사회참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이나 사회적인 차원 모두에 있어서 바람직한 경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러한 활동은 개인적으로는 삶에 대한 만족도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적으로는 부족한 경제활동인구를 보충하고 사회갈등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확충시켜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의 사회참여활동을 북돋아주는 장치나 제도가 취약한 점 역시 사실이다. 일관된 정책을 준비하는 정부와 지자체, 필요한 곳에 자원을 기꺼이 제공하는 기업, 혁신적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민간단체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시니어 모두의 협력과 협치(governance)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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