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정 선임연구원

세계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3개국뿐인데, 그 중 독일만이 유일하게 초고령사회 들어서도 높은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고령사회 평균 2.1%로 일본, 이탈리아에 비해 높았고, 초고령사회 진입 후에도 성장 잠재력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재정적자 규모는 초고령사회 들어 오히려 개선됐고, 국가 부채 증가 속도도 낮았다. 또한, 내수 기여도도 일본, 이탈리아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외 경쟁력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독일의 경쟁력 유지 비결을 노동과 자본 투입, 생산성 및 정부 측면에서 일본, 이탈리아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 투입측면에서는 우선 고용·연금 개혁 지속으로 고령자·여성 노동력의 활용을 높였다. 독일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고용 유연성을 제고했고, 연금 수급 연령도 2007년 63세에서 65세로 높여 고령자의 일자리 유지 기간을 늘려 왔다. 이에 따라 고령자와 여성 고용률은 고령사회보다 초고령사회에서 각각 19.5%p, 11.2%p 상승했다. 다음으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실시했다. 독일의 총인구 중 이민자의 비중은 2010년 13.1%로 이탈리아 7.4%, 일본 1.7%에 비해 높고, 최근에는 ‘전문가 이니셔티브’를 통해 해외전문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둘째, 자본 투입 측면에서는 투자 여력이 높게 유지됐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도 증가했다. 독일의 가계 순 저축률은 1990년대 이후 9~10%대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일본과 이탈리아는 2000년대 이후 급락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도 독일은 고령사회 평균 270억4000달러에서 초고령사회 287억2000달러로 6.2% 증가한 반면, 이탈리아는 동기간 5.7%, 일본도 52.9% 줄었다.

셋째, 생산성 측면에서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투자환경 등의 제도 보완을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제고시켰다. 독일의 연구개발 투자는 고령사회 연평균 2.3% 증가에서 초고령 사회는 2.7%로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일본은 2.5%에서 -0.1%, 이탈리아도 1.5%에서 -0.3%로 감소했다. 또한, 독일은 법인세률을 2007년 기존 39%에서 29%를 낮췄고, 인프라, 혁신 능력, 인력 교육 체계 등 투자환경 경쟁력도 일본, 이탈리아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정부 측면에서 볼 때 독일 정부는 복지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재정 건전성의 선순환 구조도 동시에 달성했다. 독일은 빠른 고령화에도 고령자에 대한 복지 지출이 1980년 GDP대비 9.7%에서 2009년 9.1%로 감소한 반면 일본과 이탈리아는 같은 기간 각각 7.4%p, 5.8%p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수요 창출자로서 EU통합 강화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고령화를 성장동력화하는 ‘실버 경제(Silver Economy)’를 추진하고 있다. 실버 경제는 고령 관련 제조·서비스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일자리와 신시장을 창출하는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독일의 고령화 대응 경험에서 볼 때 한국도 다음과 같은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투입 부문에서는 우선, 고령자와 여성의 일자리 유지 기간 증대 및 이들에 대한 활용도 제고를 위해 고용 유형을 다양화하고 해외전문인력의 유입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출 여력이 있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투자 여력을 높이고 투자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기술 개발의 효율성 제고 및 직업훈련 다양화 등으로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양자 FTA, 범지역 FTA인 TPP 등을 적극 활용해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고령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하는 ‘한국형 실버 경제’ 추진 등 신규 시장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부문에서도 복지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와 재정 간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및 조세 부담 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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