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4월 29일 사회복지시설 방역 현장 점검으로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재가노인지원센터 및 세종중앙지역아동센터를 방문, 코로나19 방역 현황 점검 및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이 일제히 폐쇄된 데 이어 어르신들의 외출마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어르신들이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집 안에만 머물면서 사회활동이 끊기고, 심지어 하루종일 말 한마디 나눌 상대가 없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외축되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외로움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흔히 노인이 겪는 4가지 고통으로 빈곤, 질병, 외로움, 무위(할 일이 없음)가 거론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무위가 가중되면서 또 다른 노인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노인복지시설 폐쇄 연장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일환으로 경로당을 비롯해 노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의 휴관을 4월 5일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정부는 거의 모든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휴관 연장을 권고했다. 경로당,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치매안심센터, 노인 주·야간 보호기관, 장애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15종에 이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이들 시설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휴관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복지시설의 대다수인 99.3%가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문을 닫았고,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연장된다.

복지부는 휴관 연장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시설 이용자에게 대한 도시락 배달, 활동지원 등 돌봄서비스는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바꿔버린 답답한 일상

지난 2월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동선으로 1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서울시는 2월 20일부터 3월 9일까지 1차로 노인복지시설과 탑골공원을 폐쇄했고, 2차로 3월 10일부터 22일까지 폐쇄를 연장한 데 이어, 23일부터 4월 5일까지 추가로 연장했다. 현재 코로나 감염 추세로 볼 때 이 조치는 4월 5일 이후에도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이맘때면 어르신들은 경로당이나 마을 단위로 꽃놀이를 다녔지만, 올해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매일 경로당에 모이거나 노인복지관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던 일상도 코로나19 여파로 없어져 버렸다.

주기적으로 다녀가는 자식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도 대부분 비대면 업무로 전환돼 평소 자주 보던 사회복지사나 담당 공무원 얼굴도 본지 오래다. 거의 모든 왕래가 끊겨 버렸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거나 ‘마스크보다 집안이 더 갑갑하다’는 하소연들이 나오고 있다.

도시지역, 경로당&복지관 폐쇄, 동네공원 북적

도시지역에서는 한 달여 집안에서 감금 아닌 감금 생활로 지친 어르신들이 조심스럽게 외출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끼고 어르신들이 찾아가는 곳은 주로 시장이나 작은 동네 공원이다. 일부 어르신들은 폐쇄된 경로당에 몰래 들어가거나, 경로당 앞마당에 모여 소일하기도 한다. 경로당, 복지관, 공원이 모두 폐쇄돼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동묘시장은 아침부터 마스크를 낀 70~80대 어르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인근에 있는 동대문구 경동시장도 마스크를 낀 어르신들이 주를 이룬다.

요즘 서울 도심 어르신들이 2000~3000원짜리 국수나 짜장면을 핑계 삼아 바깥바람을 쐬는 통로가 시장이다. 동네 작은 공원에는 어딜 가나 삼삼오오 모여 장기나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낀 채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장기나 바둑판을 둘러싸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일부 어르신들은 남들 눈을 피해 몰래 경로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문이 잠긴 경로당 앞마당에 모여 대화를 나누며 소일하기도 한다.

농촌지역, 집에 갇혀 두문불출…적막감

도시와 달리 농어촌지역은 적막감마저 감도는 분위기다. 전남지역 한 언론은 “이맘때면 마을단위로 꽃놀이도 다니고, 농사 준비로 마을 전체가 분주한 시기인데도 대부분의 마을들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고 해남지역 분위기를 알리고 있다. 지역 언론들의 보도를 참고하면 전국적으로 해남과 비슷한 분위기다.

경로당에 모여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면서 한 식구처럼 생활하던 ‘독거노인 경로당 공동생활사업’, 이른바 ‘보금자리’ 이웃들도 경로당이 폐쇄된 이후 각자의 집에서 두문불출이다. 어르신들은 TV 리모컨 만지작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괜스레 서러운 마음도 들고, 고독감이 커진다고 토로한다.

수십 년씩 한동네 살면서 거리낌 없이 드나들던 이웃들도 하루 한 번 얼굴 보기가 힘들다. 이처럼 코로나가 바꾼 시골마을 풍경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넘어 스산하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겐 코로나19가 분명 무서운 감염병이지만, 홀로 견뎌야 하는 외로움은 현실적인 싸움이다.

독거노인 ‘심리방역’ 나선 지자체

전국 지자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감염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집 안에 갇혀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관계가 끊긴 상태에서 적절한 심신 관리마저 소홀할 경우 전염병 못잖은 건강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충남 예산군은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안부전화 등 ‘심리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불안감에 휩싸일 염려가 있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살펴 드리자는 취지다.

충남 예산군의 독거노인 ‘심리방역’은 대단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역사회 관심과 자원이 코로나19 예방에 집중되는 시기에 독거노인에 대한 배려와 지지를 잃지 말자는 것.

예산군보건소는 방문 건강관리나 지역사회 중심 재활서비스 대상자 3001가구와 독거노인 817명에 대한 방문을 안부전화로 대체하고 있다. 건강상태 확인이나 코로나19 예방수칙도 안내하고,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대상자에 발견할 경우 직접 방문하고 있다.

전화드리기 운동 나선 지자체

충남 서산시는 집에 혼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 한통 드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충남 서산시는 시청 내부 게시판과 SNS에 이 같은 내용의 홍보글을 올리며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서산시도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경로당, 독거노인 공동생활홈, 노인교실, 게이트볼장 등 노인복지시설을 일제히 문 닫은 상태다.

서산시는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이 모여서 여가를 보내시던 시설들의 운영이 중단돼 집에만 계시는 어르신들의 상실감이 큰 상황”이라며, “시 차원에서는 방문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대신 전화서비스를 강화하고, 마을 이·통장, 노인회장을 통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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