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청정성장(Clean Growth) 전략을 통한 글로벌 녹색수도 인천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BAU 기준 감축 목표의 근본적 한계
인천광역시는 2018년에 수립한 ‘2030 인천광역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1.0%를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인천시는 목표 대비 153%의 감축률을 달성하며 총 3,679,665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BAU 기준 감축 목표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BAU는 아무런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을 의미하는데, 이는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증가를 전제로 한 추정치이다. 따라서 BAU 대비 31% 감축이라는 목표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출량 증가 추세를 다소 완화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인천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 기준과 비교할 때 실질적인 감축 성과는 약 9% 수준에 그쳤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비추어볼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였다.
절대적 감축 목표로의 패러다임 전환
다행히도 최근 인천시는 기존의 BAU 기준 감축 목표의 한계를 인식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계획’을 통해 감축 목표 설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새로운 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라는 절대적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 설정 방식의 전환은 매우 환영할 만한 변화이다. 절대적 감축 목표는 상대적인 BAU 기준보다 명확하고,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과도 더 잘 부합한다. 또한 시민들에게도 더 이해하기 쉽고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장점이 있다.
절대적 감축 목표로의 전환은 특히 파리협정의 1.5℃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해야 한다. 인천시의 새로운 목표는 이러한 국제적 요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
그러나 목표 설정 방식의 전환만으로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이루기 어렵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라는 야심찬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소비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인천시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해상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 관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이미 추진 중인 해상 풍력 발전 단지 조성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 구조의 녹색화가 시급하다. 인천은 제조업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많은 도시이다. 이들 산업의 저탄소화 없이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하다. 청정 생산 기술 도입, 순환경제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산업 부문의 혁신적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중요하다. 기존 평가에서도 드러났듯이 건물 단열 강화 사업과 같은 녹색 건축물 조성 사업 추진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건축물 에너지 소비 총량제 도입 등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 내 에너지 사용을 관리하는 데 있어 시니어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의 어른으로서 시니어들은 냉난방 온도 조절, 대기전력 차단 등 일상적인 에너지 절약 습관을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그린 멘토’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인천시는 ‘시니어 그린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은퇴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넷째, 수송 부문의 혁신적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철도망 확충과 함께 트램 건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히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같은 과감한 정책을 검토할 시점이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신 교통 수단 친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해 환승 도우미 제도, 시니어 친화적 모빌리티 앱 교육,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 친환경 이동 수단 사용법 교육 등을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서도 친환경 교통 체계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 참여형 감축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탄소포인트제와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특히 가정의 소비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실버 탄소중립 실천단’을 구성하여 노년층의 경험과 지혜를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세대의 풍부한 시간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 기반 캠페인, 세대 간 지식 전수 프로그램, 노인정이나 경로당을 활용한 에너지 절약 실천 거점 조성 등을 통해 시니어들이 탄소중립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를 통해 세대별 참여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로의 도약
인천시가 BAU 대비 상대적 감축 목표에서 2018년 대비 40%라는 절대적 감축 목표로 전환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 설정의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하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드러난 한계점들 – 녹색 건축물 조성 사업의 미진함, 농축산 부문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의 지연, 친환경차 인프라 부족 등 – 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인천시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중간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인천시민들도 이러한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 속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특히 가정의 어른으로서 시니어 세대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활 습관을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와 기업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과제이며,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시니어 세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인천이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도시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녹색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