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차 전기수급 기본계획, 표류하는 전력 정책 갈림길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역대 가장 긴 지연을 겪고 있다. 전기본은 새로운 발전소 건설과 석탄화력 발전소 폐기, 송전 망 추가 건설 등 전력 수급을 위한 법적 지침을 제공하는 중요한 계획으로, 2년마다 수립되며 15년의 적용 기간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11차 전기본은 여러 가지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우선, 신규 원전 건설과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게 잡히면서 여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 건설을 지지하고 있으나, 야당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또한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국회 보고 일정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11차 전기본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과도한 전력수요 전망이 문제다. 2038년 최대 전력수요를 129.3GW로 예측한 것은 이전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탄소 규제와 인구 감소 등의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둘째, 원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신규 대형 원전 3기와 소형 모듈원자로(SMR) 1기 도입 계획에 대해 사고 위험성과 고 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비중의 부족이 문제로 지적된다. 11차 전기본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32.9%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설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송전망 포화 문제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이 비판받고있다.

넷째, 석탄발전 퇴출 계획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석탄발전의 퇴출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고, 노후 석탄발전소를 LNG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요 관리 목표의 축소와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1차 전기본은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원전 확대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11차 전기본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보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고 협상을 통해 조속히 전기본을 확정하더라도, 그 내용이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향후 에너지 정책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일석 기자
서일석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교육과 국가와 지방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계획 이행 결과 와 평가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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