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고통이 지구를 고통 속으로 모록 있고 고통이 클수록 대안 에너지 찾게 되고 성큼 다가오는 탄소 무역전쟁이 화석 연료 시대를 더 빨리 밀어낼 것이다.

최근의 에너지 파동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주목받으면서 기후에 관한 관심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은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가동률을 높이는 조처했다. 독일은 미국·중동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기 위한 LNG 터미널도 건설하기로 했다. ‘2045년 탄소 중립’이라는 독일의 목표가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기 첫날부터 파리 기후협정 복귀에 서명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석유값 상승으로 치솟는 국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석유회사들에 석유 생산을 늘리도록 독촉하고 따진다. 최근 사우디 방문도 석유 증산을 요청하기 위함이다. 이 와중에 국내에선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돌이 다 떨어져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73년 1차 석유 파동 때 유가를 너무 높게, 너무 빨리 올려선 안 된다면서 사우디 석유장관 야마니가 한 말이다. 석유 수입국들은 고유가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되면 대안(代案)을 찾게 된다. 태양광, 수소 에너지 연구가 시작된 게 그즈음이었다.

세계 각국이 당면한 두 가지 과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중 우선순위는 당연히 에너지 안보다. 탄소 중립은 미래가 걸린 장기 이해이고 에너지 안보는 지금 절박하다. 이러니 우선순위는 에너지 안보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 경기 회복으로 각국은 당장 화석연료 확보가 절박하다. 전 세계가 이러다 보니 에너지 가격이 요통치고 결과는 탄소 중립 비관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소리가 들리고 실제로 2030·2050 목표는 이루기 힘들다고 아우성이 나온다.

하지만 30년 내 탄소 중립이 어렵다고 해서 탄소 중립 목표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산화탄소는 축적성을 갖는다. 경제가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한 농도는 매년 올라간다. 시점이 불확실할 뿐, 이대로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세계가 협동으로 꾸준히 청정에너지의 길로 가야 한다.

지난주 독일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전에 열린 G7 회담에서 눈에 띄는 기후 분야 합의가 있었다. 올해 말까지 ‘기후 클럽(climate club)’을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선도적인 나라들을 회원국으로 묶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후협약(교토의정서, 파리협정)은 동조하지 않는 나라들에 관한 벌칙 조항이 없었다. 안 지켜도 제재가 없으니 실천은 지지부진했다. 이제부터는 기후 클럽 회원국들이 비(非)회원국 수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다.

기후 클럽은 중국,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한 단위의 GDP를 생산할 때 중국과 러시아는 EU보다 2.6배, 2.8배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배출량 격차만큼 상계관세를 부담시키면 중국·러시아 제품은 교역 장벽을 넘기 힘들게 된다. EU가 2026년부터 실행하겠다는 ‘탄소 국경세’도 비슷한 개념이다.

기후 클럽은 회원국 범위를 EU를 넘어 북미, 아시아 등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중국 그룹과 유럽·북미·아시아 선진국 그룹의 거대 경제 블록 간 탄소 무역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나토가 중국·러시아를 ‘중대 위협’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기 이전, G7 정상들이 먼저 탄소 경제전쟁의 막을 여는 개념을 내놨다.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이다. 안타갑게도 이들 수출 금액으로 대부분 에너지 수입에 사용 된디. 결과로 우리의 상반기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였다. 수출은 사상 최대였는데 에너지 수입액이 작년의 두 배인 879억 달러를 기록했다.

화석연료 시대엔 자원이 없으면 이런 처지가 된다. 탄소 중립은 그 굴레에서 탈출하자는 것이다.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필요한 화석연료는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에 다가올 탄소 중립 시대엔 땅속 자원이 아니라 인적 자원으로 경쟁한다. 배터리, 전기차, 수소 경제, 원자력 등은 두뇌가 실력을 결정한다. 큰 흐름을 도전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