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십여년 째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기초연금으로 소득을 지원하고 있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들이 폐지수거 손수레를 제작해 나눠드릴 정도로 만성적인 사회문제가 됐지만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기초연금을 들먹거리며 '눈가리고 아웅'이다. 사진=광주 광산구

[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노인 10명 중 7명은 2가지 이상 빈곤을 함께 경험하는 ‘다원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빈곤’의 다원적 기준은 ▲소득 ▲자산 ▲주거 ▲건강 ▲고용 ▲사회참여 ▲사회관계망 등 7가지다.
정부가 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기초연금과 같은 소득보전에 치중하고 있지만, 소득을 올리는 정책만으로는 노인빈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노인빈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사회가 노인복지 가운데 가장 첨예한 문제인 노인빈곤을 애써 숨길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자산에 사회관계까지 따져 본 노인빈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한국 노인의 다차원 빈곤실태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지금까지 노인빈곤 문제에 대해 가장 심도있는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받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65세 이상 노인 2889명을 대상으로 ▲소득 ▲자산 ▲주거 ▲건강 ▲고용 ▲사회참여 ▲사회관계망 등 7가지 요인에 대한 빈곤율을 각각 산출했다. 7가지 요인은 이른바 노인의 4고(苦)로 불리는 가난, 질병, 무위, 고독과 관련된 것들이다.
소득은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경우, 자산은 빚을 제외한 순자산이 6개월치 최저생계비 미만인 경우, 주거는 자가소유를 포함해 전세, 월세 여부 그리고 현재 거주주택의 주거상태 또는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포함했다.
건강은 만성질환이 2개 이상인 경우나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 따졌고, 고용은 일할 의사가 있지만 일자리가 없거나 비자발적으로 은퇴한 경우, 현재 일하고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했다.
사회참여는 계모임이나 동창회 같은 단체활동에 참여하는지, 종교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마직막으로 사회관계망은 배우자와 자녀 만족도, 이웃과 친구 만족도를 따졌다.

금전적 요인 외에 다양한 기준 적용 필요
분석결과, 2013년 기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소득 빈곤율은 52.8%였다. 노인 2명 중 1명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소득의 절반 이하인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OECD가 분석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 49.6%와도 일맥상통한 결과다.
자산 빈곤율은 8.1%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 빈곤율이 낮은 이유는 현재 거주하는 주택이 자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노년층 대부분이 현재 거주하는 집에 대해서는 빈곤상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다.
노인 빈곤율은 상대빈곤율 즉, 중위소득 이하의 빈곤률을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 이외의 다른 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인빈곤률을 낮춰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은 소득으로만 측정하는 노인빈곤율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자산도 소득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소득과 자산을 모두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노인빈곤율 측정 기준으로 포함시킬 경우 빈곤율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부동산, 특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처분해서 생활비로 사용하는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단순한 금전적 요인인 소득과 자산만 따져 노인빈곤율을 측정하는 것보다는, 건강이나 고용, 사회관계망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가 갖는 매우 중요한 의미다.

노인 2명 중 1명, 건강상태 불만족
주거 빈곤율 즉, 전세·월세 거주자나 최저 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자가 거주자이면서 거주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불만족이거나 불만족인 경우는 24.6%로 집계됐다. 노인 4명 중 1명은 주거상태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 빈곤율은 52.5%로 소득 빈곤과 마찬가지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만성질환의 수, 우울증 유무, 신체기능 제한 유무로 따졌을 때 노인 2명 중 1명은 건강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활동 참여나 일의 만족도로 따진 고용 빈곤율은 27.4%로 집계돼 중간 수준의 빈곤상태를 나타냈다.
단체활동과 종교활동 참여 정도로 평가한 사회참여 빈곤율은 47.2%로 높게 나타났다. 즉 어르신 2명 중 1명은 단체활동이나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참여 부문에서 빈곤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자녀·이웃·친구 만족도로 본 사회관계망 빈곤율은 8.2%로 낮게 나타났다.

삶 자체가 빈곤한 한국 고령층
자산과 사회관계망 빈곤율은 각각 8.1%와 8.2%로 낮게 나타나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득 빈곤율 52.8%, 건강 빈곤율 52.5%, 사회참여 빈곤율은 47.2%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어르신들의 소득과 건강, 사회참여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결과는 빈곤상태를 벗어나거나, 반대로 빈곤상태로 떨어지는 경우에 대한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2013년의 빈곤 상태를 2011년과 비교했다.
그 결과, 2011년 다차원적으로 빈곤 상태였던 노인 6명 중 1명 꼴인 17.4%만 2013년 빈곤상태를 벗어났다. 나머지 82. 6%는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한번 빈곤 상태인 노인이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다. 반면, 빈곤하지 않았던 노인의 60.9%만 기존 상태를 유지했고, 나머지 39.1%는 빈곤 상태로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소득 빈곤율만 따져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빈곤 노인 5명 중 1명(20.1%)만 빈곤에서 탈출했고, 빈곤하지 않은 상태에서 빈곤한 상태로 떨어진 노인은 4명 중 1명(24.1%) 꼴이었다. 빈곤 탈출이 쉽지 않고, 빈곤한 상태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소득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의미 있는 분석은 7가지 빈곤율 기준 사이의 상관관계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 자산과 주거 이외에는 서로 관련성이 매우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우리나라 노인 자산의 대부분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이라는 점에서 자산과 주거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정부정책의 핵심인 소득과 다른 기준과의 관련성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노인빈곤의 요인들은 독립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소득을 지원한다고 해서 건강이나, 고용, 주거, 사회참여와 같은 생활영역의 다양한 빈곤 요인을 해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산 상황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고 해서 소득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낮고, 반대로 소득 상황이 주거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빈곤 요인들이 독립성이 크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밝히면서, “소득 지원만으로는 다양한 차원의 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단일차원의 빈곤 해결 노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생애주기별 단계의 특성을 고려해 주거, 건강, 고용, 사회참여, 사회관계망 등 다차원적인 빈곤을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대안이 나오지 않는 노인빈곤 이슈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연구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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