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에너지 소비의 증가와 북해의 바람까지 영향을 미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의 연료공급에 차질을 가져오며 국내에서도 전력을 생산해서 공급하는 회사(한국전력)는 2년 연속 수조 원의 적자로 허덕이고 코로나 이후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경영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난리다.

보수언론은 이러한 사태의 근원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라고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국민은 코로나로 나쁜 경기가 더 나빠질까 노심초사다.

지난 21일 발표하기로 한 한전의 2022년 2/4분기 전기요금 조정안이 갑자기 연기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지난해 1월 시행된 이후 발표 날짜가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인은 새로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협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배경은 연료비 상승 또는 하락 추세를 분기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한전 실적은 국제 유가 등락에 좌우된다. 2013년 11월 이후 7년 가까이 전기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저유가 시기엔 흑자, 고유가 시기엔 적자를 내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였던 2015~2016년엔 연간 11조 3000억~12조 원의 흑자를, 60~70달러였던 2018~2019년엔 2000억~1조 3000억 원의 적자를 냈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료 가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전기요금은 똑같다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없다”라며 “연료 가격이 오르면 그것에 맞게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국가 경제 건전성을 위해서도 좋다”고 평가에서 2020년부터 2년째 시작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가 연료값이 아닌 다른 외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동결됐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또 동결됐다. 이 과정을 겪는 1년 새 한국전력은 4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우량 기업에서 6조 원에 가까운 영업 손실을 내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윤 당선인이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의 실패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1분기 전기요금은 동결하되 대선이 끝난 직후인 2분기부터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꼼수’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그로 인한 한국전력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무용지물로 만든 현 정부를 답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도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은 산업부 산하에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결정하는데, 정부의 자문기구에 불과해 결국 최종 결정은 산업부 장관이 내리는 구조다. 정무적 판단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한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은 “다른 선진국처럼 독립규제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정치나 정책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력산업 관점에서 요금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런 제도가 아니면 전기요금의 정치화를 막기 어렵다”라고 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을 두고 ‘정치요금’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정치요금의 대가는 매섭다. 올해 한국전력은 최대 20조 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황을 내버려 둔다면 국민은 수년 뒤 한국 에너지 산업의 부실화에 따른 더 큰 액수의 청구서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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