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퉁니 어디가고 서캐만 남았는고

50여 년 전 여름, 양복쟁이 시다발리 취업한 순돌이는 사람 몸에 피 빨아먹는 ‘이(虱, 학명: Anoplura)’ 가 날뛰는 추운겨울을 맞았다. 양복쟁이 여름은 일이 없어 빈등 논다. 봄가을 춘추복일은 간혹, 이른 겨울부터 바쁘다. 양복수선집도 마찬 가지다. 가난했던 그 시절, 새 맞춤양복만큼 5~6년 입은 양복수선도 많았다.

양복수선 옷은 재봉틀바느질을 완전 해체한다. 칼로 한 땀 한 땀 따서 해체할 때마다 폭삭폭삭 일어나는 짜라빠진 세월에 먼지를 들어 마셔야 한다. 먼지마시기 싫다고 눈을 멀리해 따다가 양복에 칼자국 냈다하면, 양복배상은 물론 직장해고다. 온 정성으로 딴 헌 양복기지는 바느질로 접힌 부분 구석구석 낀 먼지를 물솔로 털어낸다. 다음에는 토할 것 같은 고약한 묵은 김치 군내 나는 헌 양복다림질로 각종 주름살 평평하게 편다.

여름에는 목욕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없던 이(虱)가 양복쟁이 바쁜 겨울엔 어디서 왔을까? 굼실굼실 기어 다니며 간지럽게 순돌이를 괴롭힌다. 순돌이 옷 빨래를 해 줄 사람 없고, 직접 빨래할 시간도 없다. 초겨울부터 입은 내복 한 벌로 다음해 봄을 맞이해야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 몸에 굼실거리는 보리쌀 알만한 수퉁니는 상하의내복 시보리(shibori)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어떤 날은 공동화장실에서 윗 내복벗고 벌벌 떨면서 공격하는 수퉁니를 잡아 화장실에 익사시키기도 했다. 양복쟁이 시다발이 일할 땐 간지러운 몸 부분 옷 속으로 펴 넣은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내복을 쓸어내리면 볼록한 보리쌀 알 만한 굵고 살찐 수퉁니가 촉감에 걸린다. 상하의내복 시보리(shibori)에서 잡은 놈까지 모두 다림질박재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수퉁니 박재를 알면서 눈감아 주는 듯 했다, 잡고 잡아도 끝이 없는 이란 놈이다. 교미한 암놈 이는 속내의 오버로크(overlock)박음질 접힌 곳에 하루 써가리(서캐)를 1~10알씩, 일생에 300알쯤 낳는다. 약 1주일 만에 부화된 써가리는 작은 가람니가 된다. 가람니는 약 8일간 3회 탈피해 보리쌀만한 수통니가 된다. 강한 번식력 수퉁니와의 다림질싸움승리는 계란으로 바위 깨기가 아닐까? 그래도 수퉁니다림질박재는 그해 겨울이 다가도록 이어졌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이, 1970년대까지 한국빈민층 ·군대 ·교도소 등에선 많았다.

세계적으론 크림전쟁(1853∼1856)과 발칸전쟁(1912∼1913), 1914년부터 4년간의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이가 매개체 되어 발진(發疹)티푸스·회귀열 등 전염병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말라리아. 티푸스를 일으키는 모기 구제와 군대와 민간인들 유해곤충으로 일어나는 질병 구제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도 1950년 6‧25전쟁 때 미군이 반입해 이, 빈대, 벼룩박멸에 크게 기여했다. 군인내복 겨드랑엔 DDT주머니, 초등여학생 머리에 DDT흰 가루는 낯설지 않았던 과거다. 우리는 1971년 사용금지 전까지 941톤 DDT사용했다. 2009년 관동대 송재석(예방의학)교수팀, 전국지역 성인 240명, 초등학생 80명, 채내 DDT잔류검사 결과 성인은 23%, 태어나 DDT사용한 농산물 섭취하지 않은 어린이 16.2%에서도 검출됐다고 한다.

순돌이 초등학생일 때 고향 덧티골 겨울밤마다 형님과 순돌이는 홀랑 벗고 참아 눈으로 말할 수 없는 수퉁니참상을 벌렸다. 목숨 구하려는 수퉁니는 작은 틈새 은신처 찾아 숨고, 숨은 놈을 찾아 즉사시키려는 전쟁은 매일 밤 행사였다. 수퉁니 죄는 밀입국, 비축식량 도둑질, 발진티푸스 및 회귀열풍토병 전염시킬 염려 죄, 체면손상 괘씸죄, 명예훼손까지 등등이다. 굵고 큰 두목격인 수퉁니는 재판절차는커녕 최후진술도 허용치 않고 피 튀는 참수다.

어떤 밤은 손톱형틀에 너무 많은 수퉁니참수로 피를 침으로 씻어 내는 날도 많았다. 수퉁니 입장에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좋으면, 신랑신부사리마다까지 바꿔 입으면서 우리와 함께하는 정분을 나누었겠습니까? 봄날학교운동장조회 때 교장선생님훈화 들으려 봄나들이 나온 수퉁니, 순돌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른 봄 햇빛 잘 드는 시내버스 창가에 앉은 어떤 스님 옷에 솔솔 기어 다는 수퉁니를 본 여학생, 아주 가늘고 작은 귓속말로

“스님 왼쪽 옷소매에 수퉁니가 붙었으니 아무도 몰래 처치하세요.”

“야~이, 수퉁니 이놈아! 날씨도 추운데 왜 나와서 지랄이야, 또 말했지 여러 대중 앞에선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큰소리 꾸중한 스님은 수퉁니를 잡아서 당신 상의내복 목 자락 안으로 방생시켜 주었다.

현 정부 박상기법무부장관 2년 2개월 임기 중 나라는 조용했다. 어떤 부처보다 ‘공정, 정의, 존중받는 인권’에 앞장서야 할 후임 법무부장관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강제입맞춤 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보좌관한테 전화번호주고 해당 전화번호당사자와 통화내용 세세히 보고 받았지만, 부당청탁은 아니다.

뿐인가? 현병장과 통화사실 없다고 잡아 땐 추미애아들과 그의 변호사까지 들통 난 가짓말, 사과하면 안 되나요? 아들보다 더 실란하게 현병장비판한 추미애법무부장관 당신아, 왜 사과하지 않는가? 27번이나 국민상대로 한 거짓말에 무슨 변명이 그렇게 많은가? 법무부장관답게 말에도 품위와 정도를 지키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우린 그대당신(사람)에게 천만번 죽임당해도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직 당신과 함께하며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리라. 우리백성이 당신 피 먹은 들, 일 년에 간장종지 하나 될까? 권력을 가진 자가 좀 베풀면서 공존공생 할 수는 없었나요? 당신아 우린 당신 손에 죽임당하고 또 당해도 최후에 한 마리가 남는 그날까지 당신을 사랑하며 함께 하리라. 지금 지개야 중놈, 그 옛날 수퉁니 살생 대 참회합장 올립니다.

지개야스님
지개야스님
지개야 스님의 법명 ‘지개야’(祉丐也)는 ‘복 지(祉), 빌 개(丐), 어조사 야(也)’로 ‘복을 구걸하는 거지’라는 뜻입니다. 현재 자살예방심리상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수하고 친근한 어투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속세의 혼란에 회초리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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