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50탄소중립, 이대론 요원하고 불가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경고하는 지구 온도 상승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Energy Institute가 발표한 ‘2024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의 에너지 전환 속도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화석연료 의존도 여전히 높은 세계 에너지 구조.

2023년 기준 세계 전력 생산량은 약 3만 TWh에 달하며, 이 중 화석연료(석탄, 가스,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60%에 이릅니다. 특히 석탄은 35.1%로 단일 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연에너지(수력,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지열)의 비중은 30%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IPCC가 제시한 1.5℃ 목표 달성을 위한 속도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1985년부터 2023년까지 약 40년간의 추이를 살펴봤을 때 석탄 발전량이 3,748TWh에서 10,513TWh로 약 2.8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에너지가 같은 기간 약 6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 발전의 절대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별 국가결정기여(NDC)와 현실 사이의 괴리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국가결정기여(NDC)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지만, 현재의 에너지 믹스와 각국의 NDC 목표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합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전력 생산의 58%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9,654TWh의 막대한 전력을 생산합니다. 미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지만, 가스(42%)와 석탄(16%)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인도의 경우 석탄 의존도가 무려 72%에 달하며, 207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IPCC의 2050년 권고와 20년의 격차가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덴마크(자연에너지 88%), 폴란드(자연에너지 87%), 독일(자연에너지 58%) 등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는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합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전 방위적 접근의 필요성

IPCC가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산업계, 입법부, 정치권, 그리고 개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과감한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 각 주체의 역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사회 모든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개별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국가, 산업계, 정치권과 입법부, 그리고 개인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국가는 기후 위기 대응의 주체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각국 정부는 현재의 국가결정기여(NDC) 목표를 IPCC 권고에 맞게 상향 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 미국, 인도와 같은 주요 배출국은 석탄 발전 퇴출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국가는 과감한 규제를 도입하여 신규 화석연료 발전을 금지하고,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을 앞당겨야 합니다. 또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확대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는 등 탄소가격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국가는 보조금, 세제 혜택, 의무 할당제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가속화하고, 건물, 산업, 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성 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산업계는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고, 공급망 전체에 걸친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합니다. 산업계는 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여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또한 저탄소 기술 및 생산 방식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고,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순환경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산업계는 에너지 저장, 수소, 탄소 포집· 활용·저장(CCUS) 등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며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입법부와 정치권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적 관점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국회와 정치권은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이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기후변화대응 기본법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녹색 금융을 활성화하는 등 예산의 그린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장기적 기후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정책 일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고 개도국 지원을 확대하는 등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개인은 소비자로서, 시민으로서 일상의 선택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에 동참해야 합니다. 개인은 고효율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전력 소비를 절감하는 등 에너지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대중교통, 전기차, 자전거 등 저탄소 이동수단을 선택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등 식습관을 개선해야 합니다. 개인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정치인과 정책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 하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생활 방식의 변화를 실천하고 주변에 이를 확산시켜야 합니다. 특히 자신의 소비 습관이 기업과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림으로써 지속가능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IoT와 클라우드 기술의 핵심적 역할

특히 주목할 점은 IoT와 클라우드 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관리 시스템, 수요 반응 프로그램 등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 분산형 에너지 자원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탄소중립의 가속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표준화가 시급합니다.

결론: 시간과의 싸움

현재의 에너지 믹스와 발전 추세를 고려할 때,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더 과감한 목표, 더 신속한 행동,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전방위적 참여입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기임과 동시에, 보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IoT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탄소중립 기술 관련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으며, 기술 문서와 정책문서 분석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일석 기자
서일석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교육과 국가와 지방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계획 이행 결과 와 평가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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