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말이라지만 아니다. 그가 즐겨 쓴 말일 뿐, 어원에 관한 대체적 의견은 개척시대 미국 어느 낙후된 소도시 술집에 손님이 줄어 폐업위기였다. 죽어가는 가게를 살리기 위해 사장은 ‘밤에 00$이상 술 마신 사람은 다음 날 점심은 공짜로 드립니다.’ 광고로 다시 가게를 살리며 얽힌 사연이다.

공짜 점심을 얻어먹은 사람 입에서 많이 팔아준 술값에 우리점심값까지 포함시켰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며 이구동성이었다고 한다. 50여 년 전 안동갈라산막장마을 덧티골을 오익(도망) 나온 순돌이가 취직자리 찾아 백리(40km)길 의성을 갔다. 버스타기엔 돈이 아까워 아침 굶고 비포장 신작로먼지를 온 몸으로 마시며 5시간 정도 걸었다. 지친 허기에 눈에 띄는 시골면소재지 옷가게로 들어갔다.

“여사장님요. 배가 너무 고파 죽겠니더, 밥 있으면 쪼매만 얻어 먹시더,”

“아이고, 야~야 니 집이 어디로? 밥은 없고, 먹다 남은 숭녕이 쪼매 있다. 이거라도 먹을래,”

“예, 아무꺼라도 조흐이더, 좀 주이소”

옷가게 아줌마가 숭녕을 주면서 ‘니 오익 나왔지’ 다그쳐 물었다.

“아이시더, 집이 가난해서 양복 일을 배울라꼬 가는 길이시더”

“그카지 마고 저 건너 마실에 소꼴만 해 주면 밥 얻어먹을 집이 있다.”

‘참 아줌마요. 순돌이가 전깃불 밑에서 수돗물 먹으며 인간답게 살라꼬 오익 나왔는데, 무슨 황소 트위스트 추는 말씀을…?’, 막 터져 나오려는 말을 꿀꺽,

“나는요 꼭 양복 일을 배워야 낭주에 내 동생들 공부도 시켜주니더”

“야~야 양복쟁이기술 배울라 카만, 몇 달 식량을 대야 칸다 카드라”

“아줌마 잘 먹었니더, 다매 취직하면 한 번 찾아 옵시더.”

숭녕 반 그릇 힘을 얻어 해가 지기 전, 도착을 목표로 걸었다. 욕심이 앞서 저녁밥 구걸도 놓쳤다. 깔아놓은 자갈이 살아 춤추는 까만 밤 신작로, 자동차 불빛 따라 초딩 갓 졸업한 순돌이가 걷기란 넘어져 자빠질 뿐 불가능했다.

신작로 옆 농가 빈 헛간에 밤잠을 청했다. 덧티골 구멍땡피보다 더 지독한 모기가 마구 대들어 공격했다. 모기공격을 피해 아무렇게나 흩어진 마대 포대를 뒤 집어 썼다. 숨이 막혀 답답해 죽을 것 같아 벗으니 모기가 마카공격, 뒤 집어 썼다 벗기를 반복으로 그 밤을 보냈다. 갓밝이 새벽을 깨워 가슴가득 ‘의성’을 담고 무작정 걸었다.

기다리는 사람 하나 없는 의성, 양복점 취직할지 못할지 알 수 없다.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 김천택(영조 4년) 시조에 힘을 얻어 희망샘물 찾아 걸었다. 휘청거리는 허기에 신작로와 맞닿은 가지 밭이 순돌이를 끌어 당겼다. 허겁지겁 가지를 얼마나 따 먹었는지 어느 정도 허기를 면하고 또 걸었다. 도착한 낯선 의성읍에선 순돌이가 찾는 양복점은 없고 중국집 간판만 크다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갈수록 분주한 음식냄새에 흥분한 코와 위장 안내를 받아 빈자리에 앉으며 ‘짜장면 곱빼기’ 소리쳤다. 게걸스럽게 짜장면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야 생각났다. ‘내 전 재산이 225원, 짜장면 값 50원주면, 175원 이건 안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토캐야 산다. 다리가 짧아 36계는 붙들려 경찰에 넘겨져 징역이고, 여긴 갈라산신도 없으니 어디다 물어 볼꼬.

그래도 아는 갈라산신한테 물어나 보자.

“갈라산신님요, 갈라산신님요. 순돌이가 짜장면은 처먹고 줄 돈은 없고 어째면 조흘 니껴.”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갈라산님요 어디 뭘 두드리란 말이니껴?”

“순돌아 니가 어디든 두드리고 싶은 대로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갈라산신님요. 순돌이 미치기 전에 오케 쫌 가채주소.”

“순돌아 진짜든 가짜든 미쳐서 무엇이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순돌이는 먹다 남은 짜장면으로 얼굴분장 먼저 했다. 고춧가루, 간장, 식초를 짜장면 그릇에 부어 잡탕을 만들었다. 빈 간장 통 마이크로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노래를 큰소리로 부르며 미친놈 연기를 했다. 짜장면에 발 담그고 키타(keytar) 반주하던 파리가 ‘구경꾼 한 놈 오지 않네’하며 집어 던진 통키타줄 끓어지는 소리에 몸서리 처 졌다.

마음을 다시 단디 먹고 의자위에 올라서서 “…열아홉 살 섬 처녀가 순정을 바쳐…” 목이 터져라 내 지르며 사이 장단, “얼씨구 좋다. 좋다” 하며 막춤까지 추자 달려 나온 주방장

“어- 저 미친늠이다. 미친늠….”

순돌이 멱살을 잡고, 식당 밖으로 끌어내며 “야~! 이 미친늠아! 한 번만 더 여기 오기만 오면 죽인다. 죽여” 하고 엉덩이를 꽈꽝 차면서 내밀쳤다.

‘배고픈 자존심보다는 배부른 미친놈 연기가 훨씬 더 좋은 얼씨구다’. 공동수돗물을 찾아가 얼굴을 깨끗이 씻고 수돗물 한 잔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심하게 얻어터지지도 않고, 멱살에 꽈꽝 엉덩이 한방에 50원 벌었다. ‘산신님! 산신님! 우리 갈라산신님! 흥부보다는 매품을 훨씬 더 비싸게 팔게 해 주셔서 고마 부이더. 두 손 고이모아 합장을 올리는 순돌이….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갈까? 진퇴양난 지금에 법무부장관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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