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5월. 그러나 독거노인의 수는 급증하고, 이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대안으로 공동생활홈이 관심을 받고 있다. 충남 서천군 마양리에 조성된 공동생활홈에서 어르신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독거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들의 열악한 삶이 개선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독거노인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의식주는 물론,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인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독거노인의 우울증과 자살율은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부모부양 인식이 변화하면서 독거노인은 큰 규모로 늘고 있다. 독거노인은 2010년 105만6000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2018년 140만5000명을 기록했다. 2022년엔 171만명, 2025년엔 199만명으로 200만명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인구도 같은 비율로 늘면서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인구 5명 중 1명 꼴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고령화 심화에 따라 부모부양 인식이 옅어지고 가족 가치관이 소가구 중심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부모부양 책임이 가족·정부·사회 공동책임(34.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26.9%)도 높았다. 은퇴 후 희망가구 유형도 부부동거·독거(93.2%)이 압도적이었지만, 자식과 동거하겠다(2.9%)는 응답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노후에 부부가 함께 살다가 배우자 사후에는 자연스럽게 독거노인이 되는 현실이다.

독거노인 결식률, 보통 노인 2배

건강, 사회관계 측면에서 취약한 독거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공공 또는 민간의 돌봄과 지원이 시급한 독거노인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독거노인은 부부노인이나 자녀동거노인과 비교할 때 건강, 소득, 사회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건강 측면에서 결식율은 노인부부(10%)·자녀동거노인(11.2%)은 10% 수준이지만, 독거노인은 2배가 넘는 24%에 달한다. 독거노인 4명 중 1명은 끼니를 거른다는 얘기다.

소득 측면에서 내 집이 없는 비율도 노인부부(22.4%)·자녀동거노인(25.0%)은 4명 중 1명에 그치지만, 독거노인은 절반 이상(53.2%)을 차지했다. 우울증상도 노인부부(26.2%)·자녀동거노인(34.9%)에 비해 월등히 높은 43.7%에 달했다. 자살생각도 노인부부(8.1%)·자녀동거노인(11.7%)에 비해 독거노인(15.3%)이 훨씬 높았다.

주거환경도 열악, 독거노인 2명 중 1명 ‘셋방살이’ 부담

독거노인의 삶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가 열악한 주거환경이다. 독거노인은 2명 중 1명 꼴로 내 집이 없기 때문에 전월세와 같은 주거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마땅한 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숨통을 옥죄는 요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진행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은 다른 가구 유형보다 월세방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거노인 중 보증금 있는 월세를 이용하는 비율은 17.6%로, 노인 부부(7.7%), 자녀 동거 노인(11.9%)보다 높았다.

통상적으로 월세보다 더 열악한 주거 형태로 보는 사글세 방(보증금 없는 월세)을 구하는 비율도 독거노인(2.5%), 노인부부(0.6%), 자녀동거노인(0.5%) 순이었다. 지하·반지하 거주 비율도 독거노인이 6.6%로 노인부부(1.8%), 자녀동거노인(2.4%) 유형보다 컸다.

자가거주율은 다른 가구에 비해 낮았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노인 10명 중 7명(70.9%)이 자가에 산다고 파악됐는데, 독거노인의 자가 거주 비율은 절반(50.2%)에 불과했다. 노인부부(79.3%), 자녀동거노인(74.7%) 가구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독거노인 4명 중 1명, 빈곤 허덕이는 취약계층

독거노인 중 상당수가 부양가족이 없는 데다가 소득도 낮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표한 ‘제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에 따르면 독거노인 중 14.6%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차상위계층까지 더하면 빈곤한 독거노인은 더욱 불어난다. 예컨대, 2018년 기준 서울 거주 독거노인 약 33만명 중 기초수급자가 6만2700여명, 차상위층이 2만5200여명이다. 독거노인 4명 중 1명은 빈곤에 허덕이는 취약계층이란 얘기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더욱 빈곤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시 휴직자 160만7000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45만9000명으로 전체 28.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일시 휴직자가 3만1000명인 것과 비교하면 노인 휴직자가 약 15배나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휴직사유는 사업부진과 조업중단이 74.1%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이 일시 중단되면서 독거노인을 포함해 참여자 상당수가 일시 휴직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활동 없이 은둔 선택하는 독거노인

보건복지부 ‘2018년 독거노인 사회적 관계망 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를 자처하는 독거노인도 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해 혼자 살면서 기초연금을 받거나 기초생활수급자인 65세 이상 노인 95만명을 대상으로 주변과 얼마나 연락하고 사는지 조사한 자료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다니는지, 종교 활동을 하는지, 한다면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는지 물었다. 절반(52%·48만5000명) 가량이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15%),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간다(20%)”거나 “한 달에 한두 번 나간다(13%)”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은둔을 선택하는 노인이 점점 늘고 있다. 복지부가 2016년 같은 조건의 노인 87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를 했을 때는 “전혀 사회 활동을 안 한다”는 경우는 47%였는데 2년 사이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 나간다는 노인은 전체의 17%에서 15%로, 주 1~2회 만난다는 노인은 22%에서 20%로 줄었다. 대신 남들과 아예 안 만나는 노인이 절반 이상이 됐다.

우울증도 심각한 단계…고독사 위험 증가

노인인구 대부분이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취약하지만 독거노인만큼 취약한 경우도 없다. 특히, 사회관계가 빈약하다보니 독거노인은 우울증 정도가 심각하다. 국내 고령층 우울증 환자(60세 이상)는 2010년 19만6000명에서 2018년 31만1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외로운 삶이 우울증을 부르고, 우울증이 다시 남들과 사이에 더 높은 벽을 쌓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고독사 증가로 이어졌다.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살다 숨진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가 2014년 538명에서 2018년 1056명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늘었다. 남성(696명)이 여성(360명)의 두 배 수준이었다.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노인 자살률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9자살예방백서’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015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18.8명보다 훨씬 높다. 2위 슬로베니아 38.7명과도 큰 격차를 이루고 있다.

독거노인을 주축으로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 중 1위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27.7%)이 생활비 문제를 꼽았다.

독거노인 대책 속속 나오지만…

독거노인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만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복지부는 2018년 2022년까지 적용되는 제2차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제1차 대책(2012~2017년)이 독거노인 DB 구축·가족관계 강화·소득지원이 핵심이었다면, 제2차 대책은 돌봄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사회 거주환경 개선, 일자리 참여 확대와 같이 자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부터 기존 6개의 노인돌봄서비스를 통합 개편해 시행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핵심이다. 올해부터 시행한 만큼 정책효과는 두고 봐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자체별 대책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돌봄이 필요한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노인지원 주택’을 선보인다. 경증 치매를 앓고 있거나 당뇨처럼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이 입주할 수 있다. 2022년까지 총 190호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증금 300만원, 월 임대료는 23~51만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공동생활가정도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동생활홈’이 있다. ‘공동생활홈’은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외로움과 불안감으로 악화된 농촌의 고령·독거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동 주거, 급식 및 목욕시설 조성과 함께 관계 부처와 협업을 통해 복지,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 평소 친분있는 어르신들끼리 의식주를 함께 해결하면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독거노인 대책으로 관심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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