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치유 데크 로드가 잘 정비돼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사진=대관령치유의숲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을 오르거나 숲길을 걸으면서 산림욕을 즐깁니다. 최근에는 산림이 심신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숲에서 심신의 건강을 다집니다. ‘치유의 숲’과 ‘숲체원’은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년층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대관령치유의숲과 국립장성숲체원에서 산림치유 효과를 체험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대관령치유의숲 체험자 천옥자(76) 어르신

Q. 어떻게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기쁨가득사회적협동조합 선생님 두 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저희집을 방문합니다. 아픈 곳이 있는지?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도와주지요. 지난 7월, 이분들이 대관령치유의숲에서 진행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해 줬어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두렵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이동이 불편했는데 아주 기쁜 소식이었죠. 혼자 사시는 80세 형님을 모시고 주문진읍사무소에 모여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기쁨가득사회적협동조합 선생님도 함께 갔는데 총 20명이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었나요?

‘솔향 나눔의 숲’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복권기금으로 조성된 산림청의 녹색자금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 전액 무료였죠. 도착하니 따뜻한 도시락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치유의 숲에는 식당과 숙소가 없는데 저희들을 배려해 준비해주셨죠. 커피도요.

본격적으로 숲 체험을 하기 위해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를 받았어요. 이곳에는 100년 정도 된 금강송이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있었어요. 피톤치드(Phytoncide)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소나무 숲을 걷는 기분이 아주 상쾌했죠. 새소리도 정겹고요. 처음에는 산에 간다니까 망설여졌는데, 와보니 우리 같은 노인들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 데크 길이 잘 마련돼 있더군요. 산림치유지도사의 나무 이야기를 들으며 걸으니 하나도 힘이 안 들고 재미있었어요. 아름드리 소나무를 껴안으며 솔향도 맡고 나무의 표면도 온몸으로 느껴봤죠. 오감이 살아나는 것 같았어요. 전 무엇보다 소나무 향이 가장 좋더군요. 자연 속에 평화롭게 푹 안기는 기분도 들고요. 정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숲에서 돌아와 나무 구슬로 팔찌를 만들었어요. 여러 색깔의 나무 구슬을 낚싯줄에 꿰어 팔찌를 완성했습니다. 모양도 예쁘지만 향이 더 좋더군요. 제가 만든 것이라 더 애착이 가고요.

Q. 프로그램을 마치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기분도 좋아지고요. “‘힐링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나무의 피톤치드 덕분에 면역력도 키워진 것 같고요.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넓은 휴식 공간에서 노래도 부르고 어깨도 들썩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사진=대관령치유의숲
금강송전망대에서 바라본 태백산맥의 장대한 모습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사진=대관령치유의숲
심박 변이도(HRV: Heart Rate Variability)를 측정하는 장비를 체험했다. 사진=대관령치유의숲
솔통으로 근막 이완 마사지를 하여 다리 근육을 풀어줬다. 사진=대관령치유의숲

■ 국립장성숲체원 체험자 유춘옥(63) 어르신

Q. 어떤 분들과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나요?

저는 고창에 있는 ’원광재활전문 주야간보호센터‘의 센터장이에요. 국립장성숲체원 산림치유팀의 김태환 대리가 정보를 주셔서 어르신들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1주일 간격으로 20명씩 4회에 걸쳐 참여했죠. 센터 직원도 행사를 보조하기 위해 함께 갔고요. 저희 주야간보호센터에는 요양원 입소 전 단계에 속하는,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가끔 외부 활동을 하지만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죠. 장성에 있는 숲에 가서 야외활동을 한다는 소식에 야유회 가는 기분으로 들뜨셨어요.

Q. 참여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당일 오전 10시 반, 숲체원에 도착해 안전교육을 받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숲에서 먹으니 꿀맛인데다 소화도 잘되더군요. 오후 1시부터 ‘숲 오감 테라피’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어요.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산림치유지도사의 나무와 숲 이야기를 들었죠. 실내에 갇혀있다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어르신들은 숲 경관이나 새소리보다 편백나무 향을 더 좋아하셨어요. 편백나무 향이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해드린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소풍 온 기분으로 노래도 부르시고 맘껏 웃으셨어요.

Q. 팔찌와 향기주머니도 만드셨지요?

숲에 다녀온 뒤 1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건강에 좋은 작은 소품을 만들었어요. 편백건강팔찌와 편백향기주머니인데, 편백나무 향이 은은해서 심신이 진정되더군요. 촉감도 좋구요. 소근육을 사용하는 공예 활동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녁식사까지 대접받고 퇴소하는 차 안의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어요.

Q. 산림치유 프로그램 체험 이후 어르신들의 반응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혼자 나들이 가는 것을 힘들어 하십니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죠. 장성숲체원에 단체로 다녀오신 뒤 며칠 동안 어르신들 얼굴에서 활력이 느껴졌어요. 또 가고 싶다고 말씀하시고요. 특히 표정이 어두운 독거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은 치유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어르신들에게 숲은 천연공기청정기에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맞으며 걷는 활동은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신체 균형 감각이 회복되고 낙상 불안도 줄어들고요. 산림청 녹색자금으로 운영된 행사여서 어르신들은 무료로 체험했습니다.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으셨고, 매우 만족해 하셨어요. 올해 하반기에도 산림치유 체험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백나무 숲으로 가기 전,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를 받았다. 사진=국립장성숲체원
산림치유지도사가 숲에 서식하는 나무와 독초를 설명했다. 사진=국립장성숲체원
어르신들이 편백나무 구슬로 팔찌를 만들고 자랑을 하셨다. 사진=국립장성숲체원
어르신들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생강나무꽃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셨다. 사진=국립장성숲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