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63), 은행 떠나 인기 재무설계 강사 된 비결

인생 2막을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시니어들이 많습니다. 퇴직 전 직장에서 쌓은 전문 지식이나 경험 또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강의하길 원합니다. 김도영(63) 강사는 KB국민은행에서 임금피크직원으로 남아 은퇴 준비를 2년 하고 지점장으로 희망퇴직했습니다. 몇 달 후, KB국민은행 경력건설팅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했고, 다시 퇴직 후 은퇴설계, 재무설계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사 준비과정과 인기 강사 유지 비결을 듣기 위해 김도영 강사를 제이엠커리어 강의실에서 만났습니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진로 설계 컨설턴트 10여 명이 재무 관련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추미양

Q. 제이엠커리어에서는 어떤 강의를 하나요?

수강생은 제이엠커리어의 ‘진로 설계 컨설턴트’입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에게 진로 설계 컨설팅을 하는 분들이죠. 5회차에 걸쳐 컨설턴트 역량 강화 교육을 하는데, 오늘은 1회차입니다. 주제는 ‘퇴직이 두렵지 않은 재무설계’인데요, 제 전문 영역입니다. 인생 2막과 노후 준비는 생애 설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생애 설계의 중요한 부분이 재무설계지요. 은퇴 후 생활비를 점검하고, 부족한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위험 요소 관리와 해결방안 등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Q. 강사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KB국민은행에서 근무했습니다. 만 55세가 되니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직 중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은퇴 준비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걱정됐어요. 당장 퇴직하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임금피크직으로 남아 은퇴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1년 동안, 지인들 이야기만 듣고 이것이 좋다고 하면 해보고, 저것이 좋아 보이면 참여했습니다. 법정관리인 자격증과 빅데이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재취업에 실패했고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무엇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노사발전재단 ‘장년 나침반 생애 설계 프로그램’을 비롯해 한국고용정보원 ‘사무직 베이비부머 퇴직 설계 프로그램 진행자 양성과정’에 참여했어요. 교육을 받으면서 고민했고, 저에게 적합한 ‘전직 지원 전문가’라는 직업을 찾았죠. 은행원 재직 중 쌓아온 재무설계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사내 강사 경험이 자신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 후 생애 설계와 은퇴 준비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직업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은퇴 준비를 돕는 일도 했고요. 이런 노력과 경험이 알려지면서 KB경력건설팅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재취업했지만, 60세 연령 제한으로 2년만 근무했습니다. 다시 직장을 떠나면서 나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강사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KB경력컨설팅센터장으로서 동료 선후배를 대상으로 퇴직 후 성공적인 인생 2막 준비를 지원, 교육하고 각종 재취업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사진=김도영

Q. 강의를 맡으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지점장으로 퇴직한 뒤 강의 요청이 처음 들어왔어요. 사내 강사 경력도 있고 해서 “그까짓 거 못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강의 경력 확인서’를 달라고 하더군요. 사내 강사를 했지만, 강의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처음 들어온 기회를 못 잡았습니다. 강사를 구하는 기관에 제안서를 보내봤지만, 강의 경력 기록이 없다고 뽑아주질 않았습니다. 검증된 기존 강사를 선호하더군요. 강의 기회를 얻으려면 강사 경력을 쌓는 것이 가장 시급했어요.

몸을 낮추고 강의할 곳을 찾았습니다.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서울시 재능 기부 강사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듣고 도전했죠. 2시간씩 5회 강의를 해 2만 원 받았지만, 귀중한 10시간 강의 경력 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나 서울시50플러스에서도 강사를 모집합니다. 이런 공공기관에서는 강사 경력이 없어도 제안서를 잘 쓰면 강의를 할 수 있죠. 예금보험공사 등지에서 강의 봉사를 해도 됩니다. 강의 봉사할 곳은 참 많아요. 이런 곳을 잘 활용해 하나씩 하나씩 경력을 쌓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가면 강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Q. 인기 강사로 장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첫째, 강사 양성과정이 생기면 수강합니다. 한번 교육받았어도 다른 기관에서 또 받아요. 강사가 다르니 제가 모르는 부분을 들을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도 확대할 수 있죠.
둘째, PPT를 잘 만들기 위해 교육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워요. PPT도 트랜드가 있거든요. 재교육이 필요합니다.
셋째, 재무와 노후 준비 관련 전문가들의 강의도 들어요.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강창희 대표 강의는 거의 다 들었어요. 요즘은 유튜브로 시청하죠.
넷째, 경제 신문을 매일 읽어요. 바뀌는 법령과 제도 등을 빨리 알 수 있고 경제 흐름도 파악할 수 있지요.
다섯째, 강의할 때 바뀐 법령이나 제도만 알려주지 않고, 개정 이유와 대처방안도 설명해 줍니다.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요. 그래야 강의 만족도가 높게 나오고 다시 불러준답니다.
여섯째,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에 만 보 이상 걸어요. 2~3시간 서서 강의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해요. 강의 요청이 많은데 체력이 떨어지면 강의 질이 나빠집니다.

Q. 강의할 곳은 어떻게 구하나요?

강사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알면서 지내는 믿을 만한 강사를 서로서로 기관에 소개하거든요. 교육을 받거나 행사가 있을 때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 놔야 합니다. 한편 강의 만족도가 높게 나오면 같은 기관에서 강의할 기회가 또 옵니다. 담당자가 메모했다가 강의를 의뢰하죠. 요즘 재취업 교육할 때 건강, 여가, 관계, 재무를 묶어서 해요. 재무 이외 다른 분야를 맡은 강사가 저를 소개하면 열심히 준비해서 친절하게 강의합니다. 수강생 특성에 맞는 용어를 사용하고, 눈높이에 맞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소통하지요. 그러면 만족도가 높게 나오고 다시 강의할 기회가 생깁니다.

Q. ‘부부가 함께하는 노후준비’ 책을 쓴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8년 국민연금공단의 작가탄생프로젝트 2기에 참가했어요. 1명이, 1개월 동안, 1권의 책을 쓰는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은퇴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면서 은퇴 후의 삶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 특히, 배우자와 함께 의논하고 계획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죠. 퇴직을 앞두고 아내와 은퇴 후 삶을 이야기했는데,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죠. 평소 책을 즐겨 읽고 글을 자주 쓰는 아내는 흔쾌히 수락했고, 함께 책을 출판했습니다.

‘도전을 즐기는 액티브시니어’는 고려대학교 평생학습원 액티브시니어 과정 수료생 13인이 함께 쓴 책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노후준비’는 김도영과 그의 아내 허정희의 공저다. 사진=추미양

Q. 향후 꿈이 있다면?

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분들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퇴직금도 없어 폐업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노후 준비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코칭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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