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수많은 시니어들이 창업을 선택합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각양각색이나, 공통의 목적은 생계를 위한 돈벌이입니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프랜차이즈 창업입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대량으로 구매하고 생산한 질좋은 상품과 재료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맹본부가 체계적인 상권분석이나 입지조사를 제공하고, 별도의 광고나 선전이 필요없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 뒤에는 단점, 즉 실패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실패한 분들의 사례와 나름 분석한 위험요소를 들어봤습니다.
프랜차이즈(Franchise, 가맹점)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가맹본사의 일방적 조치에 당하거나 본인의 성급한 판단, 안일한 영업방식 등 다양하다. 몇 가지 실례를 알아본다. 전문가가 말하는 주의할 점도 들어본다.
갈비탕 전문점, 안일한 영업방식으로 폐업하게 된 G씨 부부
대기업 간부로 퇴직한 G씨(55)는 퇴직금 운용에 대해 고민했다. 아내와 상의한 결과 외식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부는 외식업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래도 먹는장사가 최고라고 결론지었다.
부부는 브랜드(가맹본사)를 알아봤고, 그 결과 갈비탕 전문점을 찾았다. 가맹본사에서는 “사장님 인상이 좋으셔서 손님들이 많이 오시겠다”며 용기를 줬다. G씨는 “식당 운영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말했다. 가맹본사는 “문제없다. 본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G씨는 아파트 옆 도로변에 가게를 얻었다. 보증금 1억에 월세 400만 원,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1000만 원을 들였다. 아내가 고급 분위기를 만들어야 돈 많은 손님들이 온다며 무리하게 진행했다. 창업비용을 많이 들였다.
G씨는 본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개업 첫날부터 판촉 도우미를 불러 홍보 행사를 벌였다. 집집마다 전단지도 붙였다. 일주일은 할인행사도 가졌다. 첫 달 매출이 9000만원을 넘었다. G씨 부부는 흥분했다. 떼돈 벌기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매일 바쁘고 힘들었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짜증을 냈다. 손님들의 반찬 투정도 이어졌다. 외식업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G씨 부부는 손님들 기호에 일일이 맞추지 못했다. 불만응대도 제대로 못했다. 힘든 표정도 숨기지 못했다. 성격에 맞지 않았다. 너무 피곤했다.
사장이 제대로 못 하니 종업원들도 제멋대로였다. 주문받는 일도 성의가 없었다. 일반갈비탕을 왕갈비탕으로, 달걀찜을 물김치로, 심지어 방금 받은 주문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G씨 부부는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정신없었다. 장사가 잘 되니 반찬을 간단한 것으로 만들었다. 주방은 전적으로 주방장에게만 맡겼다.
개업 7개월이 되면서 손님이 점점 줄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월 매출이 1000만 원 이하로 쭉쭉 떨어졌다. G씨 부부는 보증금만 겨우 건지고 폐업하고 말았다. 돈은 잃었지만 몸과 마음이 편하니 살 것 같았다. 식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가맹본사의 말만 믿은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센터, 성급한 창업 선택으로 실패한 B씨(33세)
B씨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틈나는 대로 여러 아르바이트도 했다. 아버지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외아들인 B씨는 약간의 유산과 보상금을 받았다. 아버지 차의 블랙박스가 한 몫 톡톡히 했다.
그는 블랙박스와 네비게이션 등 자동차 부품 가맹점을 하기로 했다. 평소 창업을 계획한 건 아니었다. B씨는 목돈이 생기자 성급하게 브랜드를 정했다. 가맹본사는 지금의 서비스센터 자리를 권했다. 버스정류장 사이에 위치해서 이동인구가 많다고 했다. 바로 옆이 주택지로 들어가는 골목이라 손님도 많다고 부추겼다. 무엇보다 블랙박스는 소모품이라 수입이 좋다고 설명했다.
B씨는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했다. 그러나 좀처럼 손님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민원이 들어왔다. 주차 장소 확보가 안 돼 인도에 차를 세웠다. 골목에도 세웠다. 차들이 가게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차량 부속을 교체하고 점검했다.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웃 가게들도 영업에 지장을 준다며 항의했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B씨는 마음이 착잡했다. 너무 성급하게 창업을 시작했다. 브랜드 선택 시 전문가와 상담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께는 앞으로 잘 될 거라고 했지만, B씨는 매달 내야 할 월세도 부담이 컸다. 직원 한 사람 월급도 겨우 해결하고 있었다. 그는 폐업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가맹본사의 설명만 믿었던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 발품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창업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창업상담 전문가가 말하는 창업 위험요소들, 왜 위험한가?
이타창업연구소 김갑용 소장은“섣부른 창업의 위험요소들은 아주 많지만,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고 했다.
첫째, 프랜차이즈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창업하는 경우다. 아무나 하면 되는 줄 아는 것이 문제라는 것. 프랜차이즈는 모든 사람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본인 적성에 맞아야 하고, 창업자가 관심 업종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도 위험하다.
둘째, 프랜차이즈 사업자의 ‘정보공개서’를 보지 않았을 때다. 가맹본사의 3년 간 매출 손익과 영업이익 등도 살펴봐야 한다. 발품을 팔아서 이미 영업하고 있는 가맹점주에게 정보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자가 빨리 돈 벌고 싶은 욕심을 가질 때 위험하다. 가맹점 확인도 없이 덜컥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셋째, 원하는 가맹본사가 해당 업종에서 경험이 없는 경우다. 그런 회사는 아무에게나 자기 브랜드를 권한다. 나중에 손실이 아주 크다. 아예 해당 브랜드를 인수할 사람이 아니라면, 다 날아간다. 인테리어나 시설 등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가치가 아무소용 없다.
김갑용 소장은 “2002년도에 프랜차이즈 예비창업자 권익보호를 위해 ‘가맹사업법’을 만들었다. 충분히 잘 검토하고 가맹계약서를 써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가맹사업거래’ 항목을 검색하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