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아래 다시 핀 풀, 그 위를 거니는 양떼 — ‘탈라탄’고원에서 들려오는 기적 같은 소식

탈라탄’, 이름도 낯선 그곳은 어디인가

‘탈라탄(Talatan)’.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이름은 중국 칭하이성 북부,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에 자리한 곳이라고 한다. 면적은 무려 420㎢로, 서울시 전체 면적의 70%에 달하는 넓이라고 하니 쉽게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다. 오랫동안 바람과 추위 말고는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었다는 이곳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단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버려진 땅”이 “살아있는 땅”으로

이곳은 오랫동안 바람과 추위 말고는 아무것도 살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었다고 한다. 마치 우리 시골 마을 뒷산이 개발에 밀려 버려진 것처럼, 이 고원도 그렇게 잊혀 가던 곳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이 척박함이 태양광 발전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고원지대는 공기층이 얇아 햇빛이 거의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땅에 닿는다고 한다. 공기 중에 먼지나 수증기도 적어 하늘이 맑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고 한다. 게다가 기온이 낮다 보니 태양광 패널이 뜨거워져 효율이 떨어지는 일도 적다고 한다. 이런 조건 덕분에 같은 용량의 태양광이라도 평지보다 40~60%나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명당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땅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면적의 70%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 위에 태양광 패널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그늘 아래에서는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풀과 관목이 다시 돋아나고 있다고 한다. 사막처럼 메말라가던 땅이 태양광 패널을 만나 오히려 되살아난 셈이다. 패널이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그늘이 흙이 마르지 않도록 지켜준다고 한다.

양떼가 풀을 뜯는 정겨운 풍경

태양광 패널이 들어선 뒤, 땅 밑에서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패널이 거센 고원의 바람을 막아주면서 흙이 바람에 깎여 나가는 토양 침식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또한 패널이 만드는 그늘은 땅의 온도와 습도를 한결 온화하게 바꿔주는 작은 미기후를 형성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사막화가 진행되던 메마른 땅에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풀과 식물들이 하나둘 다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넓은 태양광 단지에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정겨운 풍경도 있다고 한다. 바로 패널 사이사이를 거니는 양떼다. 현지에서는 이 양들을 “태양광 양”이라 부른다고 한다. 양들이 패널 아래 자란 풀을 뜯어먹고, 그 배설물은 다시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고 한다. 제초제나 기계 없이도,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풀을 관리하는 셈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 자연스레 옛 시골 마을이 떠오른다. 사람과 가축과 땅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던 그 모습 말이다. 최첨단 기술이 만든 태양광 단지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오래된 삶의 지혜가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이 양들은 인근 주민들에게 새로운 소득까지 안겨주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땅도 살고 사람도 사는 일석이조라 할 만하다.

낮에는 태양광으로, 밤에는 바람으로, 계곡에는 물로 만드는 전기

이 고원의 지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낮에는 태양광이 전기를 만들고, 밤이 되어 해가 지면 능선을 타고 부는 바람이 풍력 발전기를 돌린다고 한다. 그리고 계곡의 물은 밤낮없이 꾸준하게 전기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해와 바람과 물, 이 세 가지가 서로 부족한 시간을 채워주며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치 한 집안에서 아버지가 낮에 일하고, 어머니가 저녁 살림을 챙기고, 할머니가 밤새 아이를 돌보듯,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조화로운 협력에 비유할 만하다.

손주 세대에게 물려줄 미래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수백,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도시로 보내져 첨단 산업을 움직이는 데 쓰인다고 한다.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 곳곳에 자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전기가 석탄이나 석유가 아니라, 깨끗한 햇빛과 바람과 물에서 나온다면 어떨까.

우리 세대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며 회색빛 하늘과 매캐한 공기를 견뎌왔다. 그렇기에 이런 변화 소식은 더욱 반갑고,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아쉬움을, 다음 세대는 겪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확장, 계속되는 희망

이 단지는 2028년까지 규모가 두 배로, 2030년에는 발전량이 다섯 배로 늘어날 계획이라고 한다. 버려졌던 고원이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희망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황무지에 다시 돋아난 풀, 그 사이를 거니는 양떼,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깨끗한 전기. 이 소식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정성껏 돌본다면, 자연도 다시 우리에게 넉넉함으로 보답한다고 말이다. 평생을 부지런히 일구며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 이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길

탈라탄이 보여준 변화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결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한다. 자연을 훼손하는 대신 오히려 되살리고, 그 안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이 고원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런 방식이 더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간다면 어떨까. 우리 동네 유휴지나 마을 뒷산에도 이런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 방치되었던 땅이 다시 풀과 나무로 채워지고, 그 곁에서 작은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태양빛 아래 양들이 풀을 뜯고, 그 위로 깨끗한 전기가 흐르는 풍경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닐지 모른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이 새로운 길이, 우리 마을에도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일석 기자
서일석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 교육과 국가와 지방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계획 이행 결과 와 평가 정보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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