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사업현장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하신 어르신들이 “꿈나눔 카페”에서 함께 일하며 노후 생활에 활력을 찾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시니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노인일자리 개발 전략으로 ESG, 즉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접목하는 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정부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노인일자리사업이 재정 위주에서 벗어나 민간분야에서 활발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주축으로 노인일자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유력한 민간분야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ESG와 연계한 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ESG 경영에 노인일자리 포함시키는 전략

기업의 전통적 경영방식은 재무적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요구되는 기대 수준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시되고, 전략적 사고로서의 ESG가 최근 기업 경영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ESG의 첫째는 환경이다. 기후변화, 탄소배출, 대기와 수질오염, 산림벌채, 폐기물 관리, 물부족 대응과 같은 생태학적 가치를 외면하는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개념이다.

둘째는 사회적 책임이다. 고객 만족은 물론, 고객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성차별이나 젠더 이슈, 인원,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셋째, 기업의 지배구조다. 투명한 이사회를 운영하고, 감사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키면서 뇌물이나 부패를 없애야 한다. 직원들에게는 법적 기준 이상의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내부고발자를 적극 보호해야 하는 활동도 포함된다.

최근 기업들이 ESG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고객저항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기업이 망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ESG 경영 실패 사례로 꼽힌다.

 

플라스틱 병뚜껑 재활용 사업에 노인 투입

최근 국내에서 기업의 ESG경영활동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한 예는 울산의 병뚜껑 재활용사업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8월, 울산시청에서 울산시, 한국동서발전, 롯데케미칼 주식회사, 시청자미디어재단과 ‘기업 ESG 경영 실현과 연계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민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을 통해 기업 ESG 경영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한 노인일자리 시범사업으로 ‘플라스틱 병뚜껑 새 활용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재질별로 톤 단위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병뚜껑은 톤 단위로 분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태워버린다. 이 때문에 재활용율은 낮고 태울 때 다량의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한다.

이런 실정에 착안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분류작업과 새로운 사출을 통해 새롭게 활용하는 사업이다.

울산시는 행정지원, 한국동서발전은 사업예산,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 새 활용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ESG보다 앞선 CSV·CSR 접목도 다시 관심

ESG가 최근 떠오른 기업경영 이슈라면, 과거 기업들이 중시했던 CSV와 CSR 개념에서도 노인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CSV는 ‘공유가치창출’이란 개념으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통해 기업의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전략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시민의 역할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발생 가능한 모든 이슈들에 대한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기업의 경영활동에 노인일자리를 포함시키거나 노인인력을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하면 고령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첫째, 기업과 공유가치창출(CSV)로 기업과 고령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기업의 경영과정에 ‘노인일자리’가 포함되도록 설정하고, 기업 경영활동과 노인일자리가 연결되게 함으로써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시급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노인자살이나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나 과제를 추진하면서, 노인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진정한 일자리기업 수요 파악이 관건

ESG를 비롯해 CSV나 CSR과 연계한 노인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의 수요, 즉 기업들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고령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노동시장 수요 측면에 대한 개입 정책은 기업과 고령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의 핵심이다.

CSV와 CSR의 추진 사례들은 고령 구직자와 기업, 그리고 일반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유사한 사업들을 확대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LH시니어사원, 강원랜드 폐광지역 협력사업, 시니어 문서파쇄원, 보험사기조사원 등과 같은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다만, 앞으로는 이 같은 사례보다 더 일반적인 직무와 관련해서도 고령구직자와 기업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자·기업·사회 모두에 편익 제공

동안 노인일자리사업은 공익활동을 위주로 하는 재정일자리 사업이었기 때문에 노인 빈곤과 취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정책으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노인일자리사업은 고령자들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는 공공재원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성했기 때문에 오직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 즉 고령자들의 경제활동과 구직의욕을 높이는 데 집중한 정책이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균형적인 정책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ESG를 비롯해 CSV와 CSR과 같은 기업연계형 노인일자리 창출은 고령 구직자, 기업, 그리고 일반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유사한 사업들을 확대 보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령 근로자들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다각적 연구와 노력도 요구된다.

 

고령자친화기업 적극 지원 제도 시급

고령자를 많이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법제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는 노인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을 고령친화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해 이윤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노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현실은 국가 정책을 관장하는 관공서조차 고령자친화기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률에 의해 지정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관공서뿐만 아니라 기업,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 효과는 극히 저조하다.

현재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어,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이나 고령자친화기업도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노인을 많이 고용했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구매판로지원법’에서 더 많은 혜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고령자를 더 많이 채용할 동기가 없다.

고령자친화기업을 사회적기업 등과 유사한 범주에 포함시켜 생산품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지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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