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한 주먹구구 창업 아닌, 혁심창업 절실하다

[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정부가 창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벤처기업과 투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정작 창업자들의 창업의지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우리나라의 경우 생계형 창업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벤처투자자금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디고이는 주식공개상장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특히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매우 낮지만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재창업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 재도전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회문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창업정책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합니다.

정부는 창업에 매우 적극적이다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직접 요소이기 때문이다정부 창업정책 예산은 2013년 13968억 원에서 2021년 15179억 원으로 증가했다또한

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됐고전국 270개 창업보육센터청년창업펀드 설립 등 기술 창업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국내 벤처기업 수는 2016년 3만개를 돌파했고, 2020년 39511곳으로 늘었다.

하지만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암울한 현실이 있다창업 3년 이내 벤처기업 비중이 급감하고 주요국 대비 창업 심리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창업 3년 이하의 비중은 2012년 27.1%에서 2014년 13.4%로 급감했다이는 창업 기업 수가 감소했거나 창업 이후 3년 이내에 폐업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창업 심리도 주요국 대비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한국은 창업 기회 인지에서 13%로 스웨덴(70.1%), 미국(50.9%), 이스라엘(47.0%) 등 비교 대상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한국이 42%로 미국(29.7%), 스웨덴(36.5%)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생계형 창업 대신 혁신창업 지원해야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첫째 이유로창업 준비 초기 단계에서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고 기술 창업의 초기 자금을 주로 지원하는 엔젤투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것을 꼽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한국의 창업 목적은 생계형이 63%로 미국(26%), 이스라엘(13%)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반면한국의 기회 추구형(혁신형창업은 21%에 불과했고비교 대상 국가들은 모두 50%를 넘는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창업 초기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투자와 투자자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우리나라의 엔젤투자 규모는 소득공제 신청 기준, 2010년 341억원에서 2014년 800억원(추정치)으로 2배 증가했고엔젤투자 매칭펀드 투자액도 516억원에 달했다하지만이는 2014년 기준 미국의 0.5 %, 투자자도 3% 수준에 불과하며벤처기업 중 엔젤투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도 1.8%에 불과했다벤처투자를 받은 기업 비중도 0.139%로 스웨덴(1.427%), 이 스 라 엘(0.386%)에 비 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창업 수도로 떠오른 스웨덴 스톡홀름의 경우 인구 100만명 당 신생 기업의 가치가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03~2014년까지 설립된 스타트업 중 10억 달러 가치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Unicorn으로 명명) 136개 중 7개가 스톡홀름에서 창업했다.

스웨덴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고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 매니페스토(Manifesto) 등이 창업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벤처투자 비중 높여야

둘째벤처기업의 중간·성장 단계를 지원하는 벤처투자 비중이 낮고기술 이전 효율성도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벤처투자는 업력 3년 미만의 초기 비중이 30.8%, 3~7년의 중기 24.8%, 7년 이상의 후기 비중이 44.4%이었다그러나 비교대상국들은 벤처투자를 창업 초기보다는 중간·성장 단계에서 유치하는 투자자금으로 인식했다이에 따라 중기 투자 비중이 50% 이상에 달했다반면국내 벤처투자는 중간·성장 단계의 지원 비중이 비교대상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미국에서는 창업 초기부터 성장을 지원하는 보육프로그램이 활발하다미국에서는 창업 초기 자금에서 엔젤투자인큐베이터의 역할이 큰 편이다다우존스 조사에 따르면엔젤투자나 인큐베이터의 창업 초기 자금 지원 비중은 2007년 13.7%에서 2013년 25.5%로 크게 확대됐다유럽에서도 같은 기간 4.6%에서 26.8%로 상승하며 창업 초기 자금에서 엔젤투자와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졌다.

셋째회수 단계에서는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주식시장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고가장 중요한 회수 수단인 인수합병(M&A) 비중은 비교대상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투자 후 기업공개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은 2014년 기준 11.9년으로 미국의 7.5년 대비 4년 이상 긴 상황이다한국의 벤처투자 중 M&A를 통한 회수 비중은 미국의 28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실패=경험이란 사회인식 필요

넷째재투자·재도전도 문제다창업 기업의 낮은 생존율에도 실패자라는 낙인재창업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이 재도전 기회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이내 생존율은 20 12년 기준 31%로 스웨덴(63%)의 절반 수준이며미국이스라엘 등보다도 10% 이상 낮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평균 재창업 횟수는 0.8회에 불과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1.8회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에서 재창업이 활발하지 못한 원인은 파산처리 제도가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자라는 사회적 낙인체납국세 등에 대한 부담재창업 자금 조달의 어려움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한국은 파산처리 기간비용회복률 모두 미국 수준으로 파산 제도의 국제 경쟁력은 세계 4위로 높은 수준이다그러나체납국세의 경우 파산 및 면책에서 제외되고신용불량에 대한 기록도 은행들이 공유하며 면책 후에도 적극적 행동으로만 삭제가 가능하다.

창업 국가 이스라엘의 경우 1999~2014년 1185개의 하이테크 스타트업이 설립됐는데, 2015년 현재 46%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현재 운영되지 않는 46% 가운데 662개 스타트업은 인수합병으로 회수됐고운영되는 5400개 기업은 대부분 최근 3년 사이에 설립된 것으로 조사됐다인수합병을 통한 투자회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지원제도대대적 개선 시급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창업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성장단계별로 자금 지원기술 이전재도전과 창업 의식 등 환경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창업 후 3~5년의 죽음의 계곡’ 극복 지원을 위한 창업 벤처투자자금 원천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벤처 생존률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창업보육기관의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창업 인큐베이터엑셀러레이터 등이 꾸준히 설립되고 있지만국제 경쟁력은 뒤쳐져 있는 만큼다양한 창업 경진대회성공 사례 개발 등을 통해 경쟁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기술이전이 창업과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성과 중심형’ 지원으로 변화시키고지원 자금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국내 공공연구기관에서 이전된 기술이 창업과 사업화로 활발히 연결되고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성과 중심형으로 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이를 위해 민간 중심의 기술 평가를 체계화하고기술 사업화에 대해서도 보증 중심이 아닌 투자 개념의 기술금융이 확산되도록 금융 환경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넷째유럽의 창업 매니페스토와 같은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전문가 커뮤니티 조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유럽의 창업 매니페스토와 같은 창업 지원을 위한 전문가 커뮤니티 조성을 통해 기술 창업과 사업화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

다섯째, ‘실패=경험이라 인식 확산을 통해 재도전이 쉬운 사회환경 조성이 시급하다실리콘 밸리에서도 첫 번째 창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18%에 불과하고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벤처 성공률도 5%에 불과한 만큼 재도전이 용이한 사회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실패 이후 파산정리제도에 대한 컨설팅 강화재도전자에 대한 멘토링 강화보육 프로그램 제공재도전에 대한 정책자금 확대 등을 통해 재도전을 위한 정책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한형 기자
장한형 기자
2005년부터 시니어 전문기자,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24개 지역시니어신문 발행인입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KBS라디오 '출발멋진인생'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시니어 관련 주요 이슈를 풀어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시니어TV '시니어 이슈 플러스' 진행을 맡아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지역시니어신문과 함께 '경험거래소'를 운영하며 시니어들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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