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우리나라 은퇴자 부부는 주로 TV를 보면서 하루에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는데, 3명 중 1명은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남성은 동창이나 예전 직장 동료 등 ‘연고중심’ 친구가 많아, 상대적으로 이웃이나 취미가 같은 ‘생활중심’ 친구가 많은 여성보다 사회관계망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60~74세 은퇴자 600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부부관계를 비롯해, 자녀, 친구, 사회관계 등 4대 인간관계망 실태를 면접조사한 결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은퇴 후 노후설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문답식으로 설문조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Q. 흔히 인간관계를 잘 맺고 가꾼 사람이 행복한 노후생활을 누린다고 하는데, 조사결과 부부관계는 어떤가?
A. 부부관계를 종합하면, 은퇴자 부부는 하루에 4시간 10분을 같이 보내는데, 이 때 주로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 3명 중 1명은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한다.
은퇴 후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 평균 4시간 10분,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은 3시간 29분으로 나타났다. 하루 중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3~4시간’이 44%로 가장 많았고, ‘1~2시 간(26.9%)’ ‘5~6시 간(18.4%)’, ‘7시간 이상(8.7%)’ 순이었다.
흥미로운 결과는 10명 중 4명(39%)이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으로 ‘1~2시간’을 꼽았다는 점이다. 이어 ‘3~4시간(37.4%)’ ‘5~6시간(12.3%)’ ‘1시간 미만(6.3%)’ 순이었다.
Q. 특히, 여성들이 은퇴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함께 있는 시간을 싫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어떤가?
A. 실제로,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답한 은퇴자는 34.9%로, ‘늘리고 싶다’고 답한 은퇴자(5.9%)보다 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와 하루 5시간 이상 함께 있는 은퇴자의 경우 절반 이상(56.2%)이 시간을 줄이고 싶어했다.
배우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하루 평균 52분으로 나타났다. ‘30분 미만’이 33.3%, ‘30분~1시간’이 39.2%, ‘1시간~2시간 미만’이 21.4%였다. 은퇴자 부부의 하루 대화시간이 2시간도 안 되는 현실이다.
또, 10명 중 8명(77.6%)이 배우자와 함께 있을 때 주로 하는 일은 TV시청이었다. 이어서 ‘집안일’(8.7%)이나 ‘대화’(7.9%)였지만 응답률은 각각 8% 안팎으로 매우 낮았다.
Q. 요즘 은퇴 이후 부부가 함께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경향도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있나?
A. 배우자와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은퇴자는 4명 중 1명(23.6%)이었고, 함께 즐기는 취미의 95.0%가 산책, 등산 등 스포츠활동 위주였다. 취미생활을 공유하지 않는 은퇴자 중에서도 3명 중 1명(33.4%)이 앞으로 취미생활을 함께 하길 희망했다.
특이한 점은, 부부동반 외출 빈도가 평균 주 1회였는데, 5명 중 1명(21.2%)은 외출을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줄이고 싶다는 답변은 4.8%에 그쳤다.
앞서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이고 싶다’는 의견이 우세했는데, 동반 외출은 ‘늘리고 싶다’는 답변이 우세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높이려는 경향이 엿보였다.
Q. 시대가 변해서 자식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가 줄고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자식바라기’인 경우가 많다. 자녀 관계는 어떻게 조사됐나?
A. 자녀관계에서 은퇴자는 독립한 자녀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락하고, 한 달에 세 번 정도 만나면서 주로 함께 외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주가 있는 은퇴자 10명 중 1명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손주를 돌봤고, 이 가운데 일부는 손주로 인해 사회활동에 제약을 느끼고 있었다.
은퇴자 10명 중 4명(42.2%)이 자녀와 동거하고 있었지만, 대부분(64%)은 미혼자녀였고, 은퇴자 연령이 증가할수록 동거비율도 낮았다.
은퇴자 10명 중 8명(81.5%)은 손주가 있었고, 10명 중 1명(9.8%)은 손주를 주 3회 이상 돌보고 있었다. 손주를 꾸준히 돌보는 은퇴자 3명 중 1명(33.3%)은 사회활동과 인간관계에 지장을 느꼈고, 10명 중 1명(8.3%)은 손주와 관련해 자녀와 갈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은퇴자가 손주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연 평균 56만원이었는데, 손주를 주기적으로 돌보는 경우 연 평균 102만원을 손주에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 나이가 들수록 친구관계도 중요한데, 친구관계는 어떤 결과가 나왔나?
A. 은퇴자가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가까운 친구는 4명 정도로, 일주일에 2번 정도 만났다. 남성은 동창이나 예전 직장 동료 등 ‘연고중심’ 친구가 많지만 여성은 이웃이나 취미가 같은 ‘생활중심’ 친구가 많아 대조를 이뤘다.
은퇴자는 평균적으로 10명의 친구와 교류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는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 10명 중 4명(37.7%)이 친구와 더 자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43.8%)나 거리가 멀어(23.5%) 자주 만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동창·직장·고향 등 연고중심 친구가 72%를 차지하는 반면, 여성은 이웃·취미·종교·자녀 등 생활중심 친구가 69%를 차지했다.
친구의 수는 남성(10명)이 여성(9명)보다 1명 많지만, 친구와의 만남은 남성 주 1회, 여성 주 2회였고, 연락은 남성 주 2회, 여성 주 3회로 여성이 더 잦은 교류를 했다.
Q. 사회관계에 있어서는 친목모임이 주를 이룰 것 같은데, 이번 조사에서는 어땠나?
A. 사회관계에서 은퇴자는 평균 1.5개의 단체나 모임에 가입해 주 1회 참여하고, 회당 2만4000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기여보다는 친목모임과 같은 여가활동 비중이 높았다. 10명 중 8명이 취미 등 개인의 여가활동(80.6%)에 더 많이 참여했고, 사회기여활동인 봉사단체(2.8%)나 지역사회모임(2.1%), 시민단체(1.3%) 등은 1~2% 수준에 불과했다.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회활동도 절반 이상이 친목단체(34.3%)나 취미단체(18.8%)라고 응답했다.
Q. 이번 조사결과, 은퇴자의 인간관계가 대체로 한편으로 쏠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사자들이 어떤 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나?
A. 부부관계의 경우 ‘따로 또 같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부부 각자의 시간을 확보하면 대화소재도 많아지고, 부부와 개인생활 사이의 균형도 지킬 수 있다.
자녀관계는 자식 중심에서 자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군림하기보다는, 삶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자녀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관계는 지역밀착형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동창이나 전 직장동료 등 연고중심 친구에서 이웃이나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중심 친구로 관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사회관계는 사회기여활동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은퇴자의 사회활동이 친목 등 여가활동에 쏠려 있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기여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