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그 소식이 나왔고, 이제는 ‘또군’ 하며 스쳐 지나가기 딱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최근 인천 시민사회단체가 낸 공동성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니, 그 ‘또군’ 하는 뒷면이 너무나 뜨거워서 한참을 말을 잃었다.
쓰레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칼날이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곳은 강화도 더리미포구였다. 육지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가 부잔교를 누르고 있었고, 결국 하중을 못 견뎌 유실될 위기에 처했으며, 실제로 이를 수거하던 중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고 한다. 어민들은 조업 그물을 올릴 때마다 쓰레기 무게에 그물이 찢어지거나 통째로 유실되는 경험을 한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이건 더 이상 ‘환경 미화’의 영역이 아니라 그들의 ‘일터’이자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게 절실히 와닿는다.
인천 시민단체들이 2024년부터 해온 모니터링과 인하대학교 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강 하구로 흘러든 쓰레기는 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가라앉고 떠오르길 반복하며 오래도록 머문다고 한다. 어민들은 본래 하던 조업보다 쓰레기를 골라내는 데 두 배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아예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수거량이 준 게 아니라, 통장 잔고가 줄었을 뿐”
성명서를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꽂힌 문장은 따로 있었다. “수거량은 발생량이 아니라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행정 통계상으로 해양쓰레기 수거량이 줄었다고 해서 ‘환경이 좋아졌구나’ 하고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는 날카로운 경고다. 예산이 넉넉하면 그만큼 치우고, 예산이 부족하면 그냥 바다에 남겨둔다는, 너무나 뻔한 사실을 우리는 자꾸만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20년 전의 계산기로 오늘의 책임을 나누다
더 근본적인 골칫거리는 ‘누가 얼마를 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2001년에 체결된 협약 때문에 인천이 50.2%, 경기가 27%, 서울이 22.8%라는 비용 분담률이 20년이 훌쩍 넘도록 그대로 굳어 있다. 그런데 세상은 확 변했다. 201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잼벡 연구를 비롯한 최신 산정 방식을 인하대가 2024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보니,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 발생 비율이 각각 33%, 60%, 7% 수준으로 나타났다. 2001년의 45%, 43%, 11%와는 꽤 먼 숫자다. 20년 전에 만든 잣대로 지금의 부담을 나누고 있으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2027년, 드디어 새 판을 짠다
올해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새 협약을 논의 중이다. 시민단체들이 이 시점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번 잘못 정해지면 또 20년은 그 틀에 갇혀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 가지를 분명히 요구하고 있다. 첫째, 한강 상류부터 단계적으로 차단막을 설치하고 전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것. 둘째, 지뢰나 위험 지역 때문에 손도 못 대는 곳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수거 예산을 대폭 늘릴 것. 셋째, 더 이상 감이 아닌 과학적 근거로 비용 분담률을 현실화할 것. 그냥 들어도 너무나 당연한 요구 아닌가.
인천 앞바다는 우리 모두의 식탁이다
이 기사를 쓰면서 내내 든 생각은 단 하나다. 인천 앞바다에 쌓이는 쓰레기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강을 타고 흘러내려온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서울과 경기에서 온 것이고, 그 바다에서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물고기와 소금을 타고 우리 모두의 밥상 위에 올라온다. 연평도 인근 무인도에서 새들이 플라스틱 조각으로 둥지를 틀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게 어느 특정 지역의 민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생태계이자 건강 문제라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
2027년 협약이 20년 전의 낡은 숫자를 답습할지, 아니면 쌓여온 과학적 데이터를 반영해 과감히 새로 쓸지. 이제는 그 결정을 지켜보는 것도 넘어, 우리 모두의 목소리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