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지붕 위에 쌓이는 미래, 인천의 재생에너지 10년을 함께 걷다
지난 5월 발표된 국가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담긴 인천시의 계획을 보면, 2025년 기준 0.5GW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035년까지 최대 4.7GW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수치로만 봐도 10년 사이 9배 가까운 확대다. 육상에 대규모 발전 부지를 확보하기 힘든 수도권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라 할 만하다.
■ 바다로 눈을 돌리다, 해상풍력 7GW의 승부수
이 인천 재생에너지 계획의 심장부는 해상풍력이다. 인천시는 공공 부문 2GW, 민간 부문 5GW를 더해 총 7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중 3.5GW는 2035년까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는 상업운전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인천시 전체 재생에너지 목표의 절반 이상을 해상풍력 하나가 짊어지는 셈이다.

땅이 부족한 인천으로서는 바다로 눈을 돌리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만큼 짊어져야 할 숙제도 크다. 인허가 절차, 주민 수용성, 전력망 연계 문제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전체 목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 앞으로 이 계획을 지켜보는 시민의 눈이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이미 있는 공간을 다시 보다, 도심형 태양광
두 번째 축은 태양광인데, 접근 방식이 눈길을 끈다. 새 부지를 조성하는 대신 이미 있는 도심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이다. 산업단지 지붕에는 2030년까지 52.5MW, 공영주차장에는 32MW 규모의 태양광이 들어선다. 인천공항 부지에는 주차장과 유휴부지를 합쳐 35MW, 아라뱃길 자전거도로를 따라서는 11.7MW가 조성된다.
공항, 주차장, 산업단지, 자전거도로까지 –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이 발전소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새 땅을 확보할 필요가 없으니 토지 갈등의 소지도 상대적으로 적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조용한 변화가 여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 이 계획의 진짜 주인공은 ‘시민’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이 간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주민참여형 모델이다. ‘햇빛소득마을’을 비롯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2035년까지 20MW를 보급하겠다는 목표인데, 관련 자료를 보면 총 13개소, 65MW 규모의 설비에 무려 35만 명의 주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소득 혜택을 체감하도록 설계돼 있다. 햇빛소득마을 1개소에서 10MW, 지역 주민참여형 보급사업 6개소에서 35MW, 공영주차장 태양광 자체사업 6개소에서 20MW를 각각 맡는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흔히 부딪히는 벽은 발전 설비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지역 주민의 동의와 체감이다. 35만 명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얼마나 실질적인 참여와 소득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시민을 발전 계획의 구경꾼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것.
■ 숫자는 목표일뿐, 완성은 우리 몫이다
해상풍력 7GW, 도심 곳곳의 태양광, 그리고 65MW 규모의 주민참여형 사업까지 – 이 모두를 합쳐 2035년까지 4.7GW를 달성하겠다는 그림은 수도권이라는 입지적 제약을 생각하면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목표다. 목표가 크다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실행력이다. 해상풍력 사업이 계획대로 착공과 준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도심 곳곳의 태양광 설비가 차질 없이 채워질지, 그리고 무엇보다 35만 명이라는 주민참여 목표가 서류 속 숫자에 머물지 않고 실제 우리 동네의 변화로 이어질 때 이 계획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발표되는 순간이 아니라 매년의 이행 실적으로 평가받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결국 시민의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업 단계마다 진행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꾸준히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이 계획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공영주차장 지붕에, 혹은 매일 걷는 자전거도로 옆에 태양광 패널이 놓인다면, 그건 더 이상 이웃 동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인천 앞바다에 풍력발전기가 하나 둘 세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우리 동네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작은 것 하나라도 에너지 전환에 동참해보는 것. 그 작은 관심들이 모여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도시’라는 목표가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의 실제 모습이 될 수 있다.
거대한 탄소중립의 여정은 정부나 지자체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이 그린 이 큰 그림에, 이제 우리가 붓을 하나씩 더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