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정은조 기자] 최근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못해 열광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렇게도 수학에 대한 열정이 많았을까, 의문이다.
수학은 대학입시 과목 중 가장 많은 사교육비가 든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등학생 1인당 수학 사교육비는 평균 14만9000원이다. 국어(5만7000원)의 약 3배, 영어(11만5000원)보다도 많다.
이처럼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도 수학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OECD 국가 중 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업 성취도는 남자 528, 여자 524로 각각 2위, 1위다. 남자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일본(532)이 유일하다.
반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는 국제 평균 기준에 비해 매우 낮다.
언론보도를 보자. 국제 교육성취도 평가 협회(IEA)가 58개국 초등학생 약 33만명과 39개국의 중학생 약 25만명이 참여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의 경우 수학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40%다. 국제 평균(20%)에 2배다. 수학에 ‘자신감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36%로 국제 평균(23%)보다 높았다.
허준이 교수는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 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평가받는데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허 교수는 특히,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주눅 들지 말고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과감하고 거침없이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허 교수가 지적한 대로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 방식이 입시 공부와 같이 평가받는 방식이 아닌, 자기 마음이 가고 흥미가 가는 대로 거침없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 번쯤은 아이들의 이런 질문을 접한다. “왜 우리는 어렵고 힘든 수학을 배워야 하나요?” 어른들의 대답은 자신 없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 이렇게 답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째, 수학은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두뇌 계발에 꼭 필요한 학문이다. 수학을 이해하고 논리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면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최상의 논리를 찾고 가능한 해법을 찾아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수학은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학문이다. 집을 살 때, 대출이자율을 비교할 때 유용하다. 수학이 없었다면 컴퓨터와 소셜미디어(SNS)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왜 미적분을 공부해야 할까. 미적분은 나로호와 같은 우주선, 인공위성을 띄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학문이다. 물체의 낙하, 기계 작동과 유체 흐름, 기체의 팽창, 전기와 자기력의 활동, 전염병의 확산, 기상 예측부터 주식시장 분석에 이르기까지 그 밑바탕은 미적분이다.
셋째, 수학은 문제 해결의 명확성과 과정을 중시하는 학문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수학이다.”
네 번째, 수학은 ‘보편적인 언어’다. 예를 들어보자, 1+1=2의 간단한 산술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1에 1을 더하면 2가 된다는 보편적인 언어로 수학을 배운다.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미적분, 확률, 삼각함수를 왜 공부하냐고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대학입시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란다. 과연 이 대답이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우주공학을 전공하려고, 빅데이터를 공부하기 위해, 물리학자가 꿈이라서 수학을 공부한다고 대답하는 날, 그날이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