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구직활동을 하는 시니어들에게 이력서 작성은 고약한 작업이다. 어떤 내용으로 쓸 것인가 고민이 시작되면 끝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작성한 이력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기 마련이다. 물론, 입사 확률도 높인다. 골치 아픈 이력서, 어떻게 쓰면 좋을까.
하나. 이력서 양식부터 바꾸자
시니어 구직자의 재취업 준비에서 가장 서툴고 어려운 첫 번째 관문이 이력서 작성이다. 과거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작성해 제출한 이력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중 문구점에서 판매하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양식①>과 같은 포맷을 사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모든 구직자들이 <양식①>과 같은 이력서를 제출할 것이란 착각에서 벗어나자.
취업컨설턴트들도 <양식①>과 같은 구태의연한 이력서 제출을 만류한다. 구직자의 주된 경력과 강점을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일목요연하고 강하게 어필하기에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30~40년이 넘는 경력의 소유자가 출신 초등학교부터 나열한다면 인사담당자를 피곤하게 할뿐이다. 인사담당자는 ‘우리 회사의 특정 업무를 지금 당장 맡길 수 있는 능력과 경험, 성과가 있는가’를 알고 싶어 한다.
시니어 구직자에게 특화된 이력서 양식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특화된 경력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재취업 성공의 첫발이란 점을 명심하자. <양식②>는 시니어일자리희망센터 가운데 한 곳이 구직자들에게 권고하는 이력서 포맷이다.
둘. 팔방미인보다 전문가가 낫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구직자의 이력서에서 ‘과욕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이력서를 제출하는 구직자는 자신의 모든 경력을 빠짐없이 기술해 능력과 경험을 입증하려 하지만, 인사담당자는 ‘회사가 원하는 특정 경력’만 확인하려는 ‘미스매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원한 회사가 원하는 경험과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문성이 결여된 것으로 오판돼 탈락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헤드헌팅 업체 ‘엔터웨이 파트너스’ 김경수 대표는 “팔방미인이 대접받는 시대는 끝났다. 기업이 의뢰하는 채용의 78%는 특정 분야 및 업무에 대한 전문역량과 수행경험”이라며 “기업은 교육 없이 곧바로 업무가 가능한 인력을 원하기 때문에 한 가지 분야의 오랜 경력을 자신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 자기소개 아닌 업무제안을 하라
시니어 구직자의 이력서에는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 지원한 회사를 위해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세부적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이력은 분명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력을 장황하게 자랑하는 이력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자신의 경력을 토대로 지원한 회사의 어느 분야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기여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기술하는 것이 정답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지원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 이력서에 제목을 달아라
‘이력서에 제목을 단다고?’ 의아하게 생각된다면 그 같은 편견부터 없애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비슷비슷한 이력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제출한 이력서에 구직자의 자질과 능력, 경험을 한 마디로 잘 압축해 표한한 제목이 있다면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제목에 이끌려 해당 구직자의 이력서를 좀 더 꼼꼼하게 살피게 된다. 또한, 최근 활성화된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를 이용한 재취업을 고려한다면 특화된 이력서 제목이 더욱 중요하다.
이력서의 제목은 간단명료하면서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가장 최악의 제목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맡은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등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문구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금형분야 1위 기업의 수출 1억불 이끈 주인공’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 경력 20년 베테랑’ 등 자신의 가장 전문화된 능력과 경험을 강조한 문구가 인사담당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다섯. 프로필 사진 등록은 필수다
간혹 외모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늙어 보인다는 이유로 이력서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온라인 채용사이트를 이용하는 시니어 구직자의 경우 업로드 방식을 몰라 사진을 등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채용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776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입사지원서 사진 평가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4.3%가 ‘평가한다’고 답했다. 조사 기업 중 59.6%는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않은 지원자를 탈락시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사담당자들은 이력서를 검토할 때 지원자의 이력과 더불어 첫인상을 나타내는 프로필 사진도 중요하게 여긴다. 깔끔하고 성실한 느낌을 주는 사진을 보면 호감도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특히,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의 경우 인사담당자가 검색해 조건에 맞는 지원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섯. 프로필 사진에도 급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좋을까. 상식적으로 단정한 용모와 복장으로 전문가가 촬영한 사진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잡코리아 좋은일연구소’가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523명을 대상으로 ‘이력서에 적합한 사진’을 물었더니 ‘표정’(50.7%)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헤어스타일(35.9%)과 바른자세(30.2%) 순이었다. 인사담당자들은 ‘치아가 보이는 작은 웃음’(49.9%)을 가장 선호했다. 이어 ‘입은 다물고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표정’(35.4%)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표정’을 선호하는 인사담당자는 거의 없다(5.2%)는 사실을 명심하자.
프로필 사진과 관련해 주의할 점은 실제 얼굴과 너무 다른 사진이다. 시니어 구직자의 경우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몇 해 전 사진을 첨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감점요인이 된다. 또, ‘포토샵’ 등 사진보정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한 사진도 환영받지 못한다. 앞선 조사에서 인사담당자 대다수(97.9%)가 면접자의 이력서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달라 당황한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누구인지 못 알아봤다는 응답도(48.0%) 절반에 달했다. 사진보정은 ‘피부보정’(50.1%) 정도만 용인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겠다.
일곱. 오탈자는 정성과 열의 부족이다
신문을 읽으면서 오탈자를 발견했을 때 마음이 어떠했는가. 아무리 규모가 크고 인지도 높은 신문이라도 오탈자가 발견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하물며, 자신의 인성과 능력을 알리는 이력서에 오탈자가 있다면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오탈자 점검은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본적인 맞춤법이 틀리거나 잘못된 외래어를 사용한 이력서는 지원자에 대한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 확실치 않은 단어나 외래어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사전을 확인해 올바른 단어와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전문적인 용어나 영어 이니셜이 조합된 명칭 등을 반드시 써야 할 때는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일반인들이 평소 쓰지 않는 현학적인 단어나 사자성어도 피하는 것이 좋다. 경력이나 자질에 자신이 없다면 오탈자와 띄어쓰기라도 완벽하게 점검해 제출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여덟.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라
일선 취업컨설턴트들은 시니어 재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체면’을 꼽는다. 이를 테면, ‘기업 임원까지 지낸 내가 무슨 이력서를 작성하느냐’ ‘창피하게 내 이력서를 왜 남에게 보여주느냐’는 등의 반응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체면을 앞세워 망설이는 사이, 좋은 일자리는 낮은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다른 구직자가 먼저 낚아채간다. 현재 전국적으로 28곳의 시니어일자리희망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컨설턴트들이 시니어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력서 등 지원서류 작성부터 구직자에게 적합한 구인기업도 소개한다. 물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