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미국 구인구직업체 ‘커리어캐스트’는 우체부, 농부, 여행사 직원, 인쇄공, 기자, 세무 관련 직원 등을 앞으로 없어질 직업으로 꼽았습니다. 과학기술 발달, 지식정보화 혁명, 그로 인한 산업·고용구조의 변화,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인해 직업은 끊임없이 분화하고 전문화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업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세상이 너무도 급변하기에 중장년 재취업 일선에서도 미래 유망직업에 대한 선견지명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직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직업에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명예퇴직을 앞둔 50대 A씨는 회사에 요청, ‘전직지원전문가’의 심리상담과 전직교육, 취업알선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퇴직 후 곧바로 자신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했다.
#B씨는 1년전 부동산중개소에 집을 내놨는데도 팔리지 않차 ‘매매주택연출가’에 의뢰, 집안의 가구를 재배치하고, 도배, 페인팅, 조명을 교체하는 작업을 통해 집을 새롭게 연출한 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 수 있었다.
A·B씨의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보면 다소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기직업으로 자리 잡은 경우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거나, 도입은 됐어도 활성화되지 않은 직업들이 있다.
바리스타, 신직업 일자리 창출 선례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지식정보화산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산업 및 고용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직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 직업의 사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 1960~70년대 유망 직업이었던 ‘타자수’가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과 같다.
현재도 여러 직업들의 생존위협을 받고 있다. 예컨대, 전자정부가 활성화 되면서 웬만한 행정민원업무는 안방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감이 줄어든 법무사나 변리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지식정보화혁명이 직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더해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이제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가 싶더니, 아예 ‘저성장·고실업’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자리가 없으니 소비가 줄고, 결국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돈이 돌아야 생명력을 유지하는 자본주의 시장에 치명적인 동맥경화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신직업’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를 탈출하자는 맥락이다. 기존 산업구조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에 없던 직업이 도입돼 정착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바리스타를 비롯해 웹디자이너, 웨딩플래너, 푸드스타일리스트, 소믈리에 등은 과거에는 취미 수준이거나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매우 흔하고 유망한 직업으로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
선진국 직업분석 100여개 선별
정부는 이미 2013년, 우리나라에 도입 검토가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신직업 100여개를 발굴,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유망 직업을 선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외국직업 비교분석(1단계) △신직업 발굴·육성 방안 마련(2단계)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연계(3단계) 등 신직업 발굴·육성 로드맵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의 수는 1만1655개로, 미국 3만654개(2010년), 일본 1만7209개(2011)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거나 활성화가 안 된 직업이 선진국에는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정부가 미국, 일본 외에 영국, 독일, 호주 등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 직업 650여개를 확인했고, 도입검토가 가능한 직업 100여개가 선별됐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할 직업으로 장애인 여행도우미, 신사업아이디어코디네이터, 원격진료코디네이터 등과 함께 IT와 마케팅 등 기존 직종간 융합이 가능한 빅데이터전문가, 소셜미디어관리 전문가, 사이버언더테이커, 매매주택연출가 등을 신직업으로 선정했다. 또, 경력단절여성,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직업으로 노년플래너, 음악치료사, 자살예방상담자, 정신대화사(말벗도우미) 등도 추려냈다.
최종 40여개, 일자리 창출 연계
신직업 선별작업을 마친 정부가 실제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기 위한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다. 정부는 민간조사원(사립탐정)을 비롯해 전직지원전문가, 화학물질안전관리사, 연구장비전문가, 도시재생전문가 등 외국의 사례를 토대로 발굴한 신직업을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육성·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유망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공공서비스부터 신직업을 도입해 이후 민간시장에서 신직업 창출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부문의 신직업은 시장수요에 따라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기업컨시어지(기업 임직원이 일에 전념토록 사적업무 대행), 매매주택연출가, 평판관리자, 노년플래너, 병원아동생활전문가, 반려동물행동상담원 등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또, 신직업을 특화시켜 육성 가능한 과정을 공모, 훈련비 및 장려금을 지원하고, 워크넷 등을 통해 신직업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창업과 창직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신직업이 실제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신직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새로운 직업의 도입은 단순한 소개차원에서 나아가 후속작업이 진행돼야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며 “규제완화나 법률 제·개정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의료분야 및 현재 음성화된 직업들은 이해당사자와의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직업에 따라 정부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기도 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훈련 과정 개설이나 자격제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도입 직업 선정 이후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도입 방안을 논의했고, 제도 마련, 홍보 강화, 법률 제·개정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