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순(68), 40년 교직 끝내고 아이들 위해 뛰어든 발도르프 대안교육

성적 위주의 틀에 박힌 교육아이들은 학교수업이 끝나고 늦은 밤까지 학원을 돌아다닙니다몸과 마음은 한없이 지쳤습니다아이 내면에 있는 고유한 개성은 무시됩니다아이들은 자기 육체를 감정과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은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이를 위해 예술적 표현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습니다예술활동은 심리적 본성에 육체적 존재를 접촉하는 것입니다태도와 습관자기 인생유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이 때문에 부모들은 대안교육을 찾기도 합니다독일 발도르프 학교의 대안교육인 발도르프 교육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파주에서 진로 연구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운정진로성장연구원’ 이양순(68) 원장을 만났습니다.

이양순 원장은 40년 초등 교직생활 이후 교장으로 퇴직했다퇴직 전 발도르프 교육(Waldorf education)을 받았다.

발도르프 교육은 발도르프 학교의 대안교육이다. 1920년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 20C 독일 철학자교육사상가)에 의해 발전됐다.

이양순 원장에 따르면 발도르프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세워진 담배공장의 이름이다이 공장의 사장이 직원들과 노동자들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었다당시 타 학교들은 일하는 데 필요한 공부로 3R(읽고-Read, 쓰고-wRite, 셈하고-aRithmetic)만 가르쳤다그러나 공장 사장은 제대로 인간다운 교육을 하는 학교로 만들고 싶었다사장은 독일 전국에 공모해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를 뽑았다.

발도르프 학교는 그 후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창시한 인지학(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앎)을 바탕으로 발전했다슈타이너 박사는 자유로운 인간을 기르고자 했다국어는 물론 식물학동물학역사학지리외국어예술수공예 등 많은 것을 가르쳤다.

Q. 발도르프 예술교육은 어떤 것인가?

하나의 예로 습식 수채화가 있다저학년은 색의 3원소인 빨강파랑노랑 3가지 색으로만 그린다화지를 물에 적셔 그 위에 물을 머금은 색을 묻힌다물감들은 화지 위에서만 섞는다이때 물감이 화지를 흐르며 헤엄치듯 번진다서로 섞이며 다양한 색을 만든다이때 아이들은 색감의 세계를 체험하고 변하는 색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파란색을 보며 파란 하늘을 느끼기도 한다상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운정진로성장연구원에 전시된 직조, 조소, 양모 인형 만들기 등 발도르프 수공예품들. 사진=유별님

Q. 발도르프 교육이 일반 교육과 다른 게 있다면.

직조나 뜨개질양모 펠트 만들기와 같은 수공예는 자아성취감을 느끼는 좋은 활동이다처음엔 어려워하며 제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라고 한다그럴 때 차분하게 말한다원리를 찾아보자원리에는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이 모여 완성품이 된다원리만 알면 어려운 게 아니라고 타이른다이런 수공예 활동은 완성 후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다이때 기뻐하고 성취감이 높아진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는다.

Q. 또 어떤 점이 다른가.

리듬을 활용한다마치 노동요처럼 노래하듯 원리를 생각하게 한다뜨개질의 경우 실이 옮겨가는 원리를 리듬으로 즐기게 한다. ‘뒤로 찌르고 실을 걸고 앞으로 빼고라며 노래하듯 한다초등생 아이들은 리듬이 중요하다성인도 마찬가지지만심장박동이 리듬이기 때문에 리듬에 맞추면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또한 일상생활 루틴도 리듬이다아침에 일어나 뭐하고뭐하고 정해진 리듬대로 살면 아이가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리듬이 깨지면 불안해 진다.

습식 수채와 놀이. 젖은 종이에 빨강, 노랑, 파랑 3가지 색을 종이 위에서 섞으며 색의 변화를 살펴 본다. 아이들은 변하는 색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상상한다. 사진=이양순

Q. 발도르프 예술교육으로 보람을 느낀 사례는.

아주 뿌듯하고 잊지 못할 사례가 있다우리 연구원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말썽꾸러기 남자아이들이 많이 온다이런 아이들은 바늘에 실 꿰고 수놓기를 가르친다그러면 뻗치던 에너지가 안으로 모이며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갖게 된다.

실제로, 3년 전에 10살이던 남자아이가 왔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성향이 있다고 했다아이는 학교에서 안정감 없이 산만했다자신감도 없었다공부도 못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머리는 좋은 아이였는데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아이 부모님은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이 아이에게 직조를 가르쳤다날줄과 씨줄을 걸며 왼손과 오른손이 협업한다아주 차분하고 느리게 하는 동작이다아이가 처음에는 싫다면서 안 하려고 했다결과물도 형편없었다그러나 6개월 꾸준히 하니 달라졌다아이는 산만함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한 단계씩 성장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다. ADHD 성향은 주변 사람들의 오판이었다아이는 지금 6학년이 됐다공부도 잘한다자신감을 갖고 자연스럽게 잘 성장하고 있다아이 부모는 굉장히 좋아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직조 수공예. 날줄 씨줄을 걸며 차분하게 에너지를 내면으로 모은다. 자기 통제성을 기르기에 좋다. 사진=이양순

Q. 아이들을 교육하며 갖는 신조가 있나.

아이들을 꾸준히 지켜보며 기다리는 교육이다조그만 변화에도 큰 반응을 보이며 지지하고 격려한다그러나 칭찬은 아낀다남발하면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다다음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교육할수록 꿈틀꿈틀 정체성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하다아이를 위해 늘 생각하며 마음으로 기대하면 꼭 성취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교직생활 중에도 아이들의 좋은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아이들의 과제물이나 일기에 일일이 피드백을 줬다한 여자아이의 할아버지가 매일 공책을 살펴봤다그 할아버지가 교육장에게 칭찬의 편지를 썼다이 일로 교육청 포상을 받고 호주싱가폴인도네시아 등 오세아니아 연수도 다녀왔다언제나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을 하려고 노력한 보람이다퇴직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아이들을 생각해 봤다그 결과물이 나를 키운 아이들이란 책이다.

Q. 발도르프 예술교육이 시니어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시니어들을 위해 추천하는 예술이 있다치매요양원에서 실습한 것들이다. ‘포르맨’(Formen, 독일어로 형태’)이다곧은 선 굽은 선으로 만드는 형태’ 그리기다자기 내면의 움직임을 선으로 나타내는 것이다포르멘은 인지학 기관에서 치료를 위해 쓴다마치 유아기 아이들이 선 그리기를 하는 것 같다우리나라 전통문양을 닮기도 했다시니어 치매예방에 효과가 좋다.

시니어들에게 습식 수채화도 권한다물감이 섞이는 것을 보고 상상에 젖는다지금 현실은 어려워도 자기 어린 시절의 꿈같은 이야기나 젊은 시절의 핑크빛 추억을 떠올린다그러면서 울기도 하고 해소된 희열에 춤을 추기도 한다.

관련기사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
Captcha verification failed!
CAPTCHA user score failed. Please contact us!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