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부평구노인복지관에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스마트친구’로 일한 지 어느덧 4개월이다. 3명이 한 팀으로, 2명은 스마트친구, 1명은 키오스크 교육을 담당한다. 매일 3시간씩 근무하며,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 3교대로 나눠 일하고 있다.
8시 45분 쯤, 출근해서 마주치는 복지관 직원들과 인사 나누고, 팀원 선생님들과도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는다. 업무개시 전에 연두색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어제 참여하고 교육한 스마트폰, 키오스크 질문 내용들은 무엇인가 확인하면서 오늘 시작되는 업무를 준비한다.
오전 11시가 넘을 무렵 복지관을 찾는 회원들로 1층 로비가 분주하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 지팡이를 의지하거나 유모차를 밀며 오시는 분, 프로그램 수강을 위해 오시는 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오시는 분…
그분들의 눈길을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밝은 표정과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스마트친구로 일하며 느끼고 터득하게 된 점은 먼저 밝은 표정으로 반겨 드려야 그분들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이것저것 물어보신다는 점이다.
어떤 분은 고급수준의 능력이 요구되는 질문과 해결을 원하셔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잘 모르니 같이 알아보자고 말해 해결할 때도 있다. 더 높은 수준의 해결을 원하시는 분에게는 복지관 관련 프로그램 수강신청을 권하기도 한다.
우리가 볼 때는 미미한 작은 도움이었지만, 물어 볼 사람이 없는 어떤 분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 시 문제해결이 몹시 필요했던 상황이어서, 연신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하신다. 극구 사양해도 불구하고 사탕이며 음료수며 꺼내 놓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면 보람은 물론, 성심성의껏 잘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이 생기곤 한다.
91세 한 여성 어르신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셨다. 91세의 복지관 여성회원은 작은 키에도 통통한 몸매와 주름살 없는 고운 피부를 간직하고 계셨다. 매일 다른 옷으로 단아한 용모가 퍽이나 인상적인 분이셨다.
팀원 선생님이 그분과 친하다. 선생님께 친해진 비결을 물으니 “늘 먼저 인사하고 안부를 여쭙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그 91세의여성회원분, 엊그제 한 약속을 지키시느라 오전 11시쯤 손에 무언가 들고 환하게 웃으시며 가뿐 걸음으로 들어오셨다. 손에 들고 오신 것은 용량이 큰 비타민 음료수 3병. 이 병들을 업무책상에 꺼내 놓고는 팀원 세 명이 나눠 먹으라고 하신다.
사실 이틀 전에 그분이 김 선생님에게 미리 언질을 주셨다고했다. “모레 비타민 음료수 갖고 올 테니 자리 비우지 말라”고 하셨단다. 그 약속을 지키셔서 당황했지만, 그 분의 성의를 봐서라도 그 분이 보는 앞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마셔야만 될 것 같았다.
그 분의 선물을 받은 김 선생님은 차를 대접해 드렸고, 우리들이 환대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슬며시 일어나 김 선생님의 어깨를 살짝 안으며 갑자기 노랠 부르신다.
적막이 흐르던 복지관 1층 로비에 그 분의 노래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노래 말은 인생과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가사 같았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광경에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뭉클했다.
그 분의 내밀한 감정은 김 선생님을 마치 친구나 딸처럼 여기고 아주 편하게 김 선생님의 귓가에 다정하게 노래를 흥얼거리시며 한 곡을 다 불러 주셨다. 불과 2~3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그 분 인생의 연륜과 깊이가 순간적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분에게서 위로와 치유가 느껴지는, 신기한 세상을 보는듯 하여 이런 아름다운 감정이 이렇게도 전해질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감동이 물결쳤다.
인생은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좀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좋은 생각과 좀 더 친절한 마음으로 이웃을 대하며 밝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스마트 친구 활동업무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출근하면 마주치는 동료 선생님, 직원 분들과 부평구복지관을 찾는 회원 분들에게 밝은 표정과 미소와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도 “안녕하세요!” 큰 목소리 인사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