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박사 재취업 전략, 경력관리는 필수

대기업 화학회사에 재직하면서 주경야독으로 공업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손박사(56세), 연구소의 임원으로 퇴직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go.kr)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간 근무했다.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에서 대학생들에게 화학과목을 강의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도 즐겁게 사는 그들을 보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계약이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손박사는 취업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진로 목표를 ‘기업체 입사, 대학 강의, 해외봉사단 근무’ 등 3가지로 압축했다. 기업체 입사의 경우 최근 화학업종의 경기상황이 문제였다. 국내 대기업간의 빅딜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고,. 해외사업이 많은 플랜트분야의 취업도 저유가의 영향으로 중동지역의 신규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어려운 상황이었다. 따라서 업계 인맥을 통해 구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으로 그는 대학에서 강의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산학협력중점교수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제도는 민간 산업체, 국가기관 등에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여 산업현장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산학협동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제도다. 전국 대학에서 산학협력 업무를 시행 중이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의 확대로 대폭 충원되고 있다. 최박사는 홈페이지(https://uicc.re.kr/) 인력풀 등록과 함께 화학전공의 산학프로젝트 대학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단의 아프리카 근무도 생각했다. 하지만, 국내 취업에 우선 집중하기로 했다. 때마침 고경력과학기술인활용지원사업(https://www.reseat.or.kr/)의 모집공고가 나왔다. 정부가 고경력 퇴직과학기술인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과학기술 정보분석 또는 과학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사업으로, 산업체에서 연구개발 담당 이사급 이상으로 퇴직한 50세 이상인 자가 해당되었다. 최박사는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며 바로 신청을 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농식품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식품가공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신 엄박사(66세). 독일계 회사, 특허법인, 독일계법인 한국지사 등에서 제조품질관리, 생산관리, 해외특허등록, 기술교육 등 식품가공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독일어는 원어민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경력과 전문지식, 어학능력을 갖춘 자신에게 취업할 곳을 알려 달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엄박사는 지난해 여름 퇴직 후 두 달간 수처리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뿐 실업상태가 계속되다보니, 기업체는 물론 빌딩 경비직까지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력서를 보니, 대학명과 석박사 논문제목을 독일어로 적어놓았다.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암호 같은 글이었다. 더구나 경비직 채용에도 동일한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연락이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엄박사와 같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추었더라도 66세의 나이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제부터는 전략을 바꿔서, 정규직 일자리 대신 일감을 따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채용포털에 올라온 충북 오창 소재 건강기능식품회사의 연구소 채용공고를 보여드렸다. 채용요강을 보면, ‘직급’과 ‘나이’ 때문에 정직원이 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입사원서 대신 업무제안서를 만들어서 프로젝트 용역, 조사, 기술번역 등 다양한 일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접촉해 보기로 했다. 엄박사는 진작에 이런 시도를 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앞으로 일자리와 일감의 두 가지 방향을 병행하기로 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자료에 의하면, 공학계열 전공자의 취업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공학계열도 취업 후 2년 이내에 이직하는 경우가 늘어나 직장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학 및 전문대학 졸업자의 직종별 수요 추정’ 보고서에 의하면 공학전문가 및 기술직의 경우 석·박사 필요인력은 626명으로 극히 적은데, 석·박사가 약 12만 5천명이 취업해 있다고 한다. 인문계는 물론 이공계 석·박사도 경력관리가 중요하다. 고학력 스펙이 평생직장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끝났다.

새글모음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
Captcha verification failed!
CAPTCHA user score failed. Please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