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주지영 기자] 유엔이 2009년 발표한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는 2000년 6개 나라에 불과했지요. 그러나 2020년에는 무려 31개 나라로 급증합니다. 이 같은 현상을 100세 장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로 정의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인생 80세 시대에 맞춰진 라이프사이클에 20년을 더해 삶을 연장해야 하는 진통도 불가피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우리나라가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면서 100세 장수에 대한 관심도 높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의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우리나라의 만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2010년(1835명)보다 72.2%(1324명)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인구는 2005년 2.0명에서 2010년 3.8명, 지난해 6.6명으로 늘었다.
통계청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 수는 행정자치부 집계보다 훨씬 적다. 행자부가 집계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는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행자부 자료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인구는 2013년 1만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행자부 집계수는 통계청이 지난해 집계 인구로 밝힌 3159명보다 무려 9800여명이나 많다.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인구에는 행방불명자나 사망 후 말소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약 9000여명이 100세를 넘었다고 응답했는데, 양·음력 생년월일과 자녀의 연령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100세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장수 비결에 대해 물었더니, 100세인 10명 중 4명(39.4%)은 ‘소식과 같은 절제된 식생활 습관’이라고 응답했다. 이밖에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이 뒤를 이었다.
특히, 100세인 10명 중 8명(76.7%)은 ‘과거부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다’(79.0%)고 응답했다. 이 조사결과만 보면 술, 담배가 100세 장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다. 성별 100세인은 10명 중 9명(2731명, 86.5%) 가까이가 여성이었고, 남성은 10명 중 1명 정도(428명, 13.5%)에 그쳤다.
우리나라 장수연구의 대가는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장) 교수다. 박상철 교수는 남녀가 기대수명 차이를 극복하고 부부가 오래도록 행복한 여생을 함께 보낼 수는 이른바 ‘부부장수’를 강조하면서, 여성보다 일찍 사망하는 남성들에게 장수 비결을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남성들이 장수하려면 아내는 물론,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상철 교수의 저서 「노화혁명」을 통해 남성들의 행복한 부부생활과 장수지침 5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남성도 100세 장수하는 비결은?
- 금연·금주 아내에게 선물하기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몸에 밴 잘못된 생활습관이 아내와의 관계회복과 장수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 술과 담배를 억지로 끊는 것보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성공확률도 더욱 높일 수 있다.
선척적인 이유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은 원인 중 하나도 흡연과 음주에서 비롯된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0%대로, 여성 4%대보다 10배 이상 높다. 또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주 7잔을 일주일에 2회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도 남성은 10명 중 3명인데 반해, 여성은 10명 중 1명에 그쳤다.
박상철 교수는 “생물학적인 이유로도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더 길지만, 남성이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면 현재 기대수명보다 2~3년은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부엌, ‘인생 새 출발’의 디딤돌
가부장적인 태도를 버리고 청소, 빨래, 요리와 같은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 하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부엌과 집안 살림을 금기시하는 남성 어르신들의 경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노년기에 부엌은 ‘인생 새 출발’의 공간이 된다는 것.
박상철 교수는 “남녀가 균등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남성 노인들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부부가 손 잡고 오래 동안 행복하게 살다 삶을 마칠 수 있다”며 남성 어르신들의 노력을 주문한다.
- 은퇴 후 일 계속해 활력 찾기
사회적 지위를 누리다 가정으로 복귀한 남성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외로움을 심하게 느낀다. 이때는 어떤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좋다는 것. 봉사활동이나 운동, 사회활동과 같은 보람을 느끼며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면 더욱 좋다.
‘할아버지 장수촌’으로 알려진 미국 펜실베니아주 애미쉬 마을과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지방에서는 남성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활발한 신체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박상철 교수는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장수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 문화활동 적극 참여하기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참여 활동을 늘리고 요리, 운동, 악기연주와 같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장수의 한 방법이란 것. 하지만 노인복지관 문화센터를 찾는 사람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적다.
박상철 교수는 “자존심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문화생활을 누릴 때 건강과 활력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은퇴 후에는 독립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리를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박상철 교수는 요리를 통해 부인과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장한다.
- 대화로 가족·이웃과 유대 넓히기
남성 가운데 가정에서는 과묵하고 가족들과 대화도 삼가는 것이 남자의 도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집안의 이런 저런 대소사를 주제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여성 어르신들과는 정반대다.
가정에서 과묵하고 엄한 남성 어르신들의 경우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관습과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활기찬 노후생활과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 박상철 교수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