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김형석 기자] 전자정부는 국민편의 증진과 행정의 효율성 증대, 비용절감, 정보공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의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함으로써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일자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공무원 일자리와 일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세무사나 법무사 등 관련 직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기에 익숙치 못한 고령자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전자정부, 과연 득일까요, 실일까요?
스마트 기술의 보편화는 주로 민간영역에서 시작됐지만, 그 기술은 공공영역에서 더욱 받은 혜택을 부여하기도 한다. ‘전자정부’로 표현되는 공공영역의 스마트 기술 서비스는 번거로운 절차와 이동을 줄여 신속·정확한 업무처리를 가능케 한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정부민원서비스가 이용자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정부민원포털 ‘민원24’(minwon.go.kr)에 접속하면, 주민등록표등본을 비롯해 전입신고, 지방세 납세증명, 각종 자격증 발급 등 모두 5077건의 민원을 안방 PC 앞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스마트 기술화는 관련 직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 법인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법률사무소 또는 법무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절차도 까다롭고, 준비할 서류도 많아 일반인이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온라인 법인설립 시스템’(startbiz.go.kr)에 접속, 안내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면 매우 쉽고 간편하게 모든 설립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다. 이제 법인설립을 위해 법률사무소나 법무사를 찾지 않아도 된다.
세무업무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기업의 세무정보를 국세청에 신고할 때 세무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세무업무야 말로 매우 고도화된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 간편한 기업용 세무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국세청 홈텍스(hometax.go.kr)에 접속해 웬만한 세무업무는 모두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위택스(wetax.go.kr)에 접속하면, 지방세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세무사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정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도입키로
전자정부의 고도화는 관련 일자리의 변화를 유도한다. 전문직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일정 자격조건을 갖춘 전문가들만의 영역도 스마트 기술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리던 일부 전문가집단은 전자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하기만 하다.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 2020기본계획’을 통해 전자정부의 고도화를 실현했다. 2015년 2월부터 시행된 ‘전자정부법’에 따른 최초의 5개년 전자정부계획이었다.
전자정부법(제5조)은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은 전자정부의 구현·운영 및 발전을 위해 5년마다 행정기관 등의 기관별 계획을 종합해 전자정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자부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현안 증가, 지능정보기술 발전, 국민 맞춤형 통합서비스 강화 요구 등 급변하는 전자정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감성 서비스, 지능정보 기반 첨단행정, 지속가능 디지털 뉴딜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전자정부는 앞으로 PC나 인터넷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을 핵심수단으로 활용, 국민 개개인의 복합적 속성과 니즈를 반영한 통합형 전자정부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사상 첫 ‘전자정부법’ 시행…전자정부 가속화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 비전 실현을 위해 △정부서비스 재설계 △인지·예측기반의 지능행정 실현 △산업과 상생하는 전자정부 신생태계 조성 등 5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정부서비스의 재설계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국민이 종이서류 없이(All Digital), 하나의 인증과정을 통해(One Pass), 위치·시간·디바이스에 제한 없이 자신의 요구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국민이 직접 만들어 공공서비스 또는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둘째, 인지·예측기반 지능행정 실현이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 재난·안전·치안 등 복잡한 사회현안에 대한 최적의 대안과 정책을 개발하고, 적시에 대응하는 지능형 의사결정 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행정에 적용해 범죄 예측과 추적, 헬프데스크에서의 신속·정확한 응대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더욱 스마트하게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현장 행정 뿐만 아니라 소통·협업, 전자결재 등의 업무도 모바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 산업과 상생하는 전자정부 신생태계 조성이다. 인공지능(AI), 3D프린팅, 드론 등 ICT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해 지능정보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민간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하고 기업과도 공유·협업해 재난이나 전염병 등 사회적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넷째, 신뢰기반 미래형 인프라 확충 전략이다. 정부와 민간이 창의적으로 공동 활용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유형의 정보보안 위협들에 대비, 딥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는 자기방어 체계를 갖춰 나가는 한편,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행정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정보자원의 공동활용과 부처간 정보공유 및 협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섯째, 우리나라가 글로벌 전자정부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지구촌 5대 권역별로 ‘전자정부 협력센터’를 구축, 글로벌 역량 홍보와 전자정부 해외 수출의 현지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사무소 직원, 사회복지사자격 필요
전자정부가 고도로 발달할 경우 공공기관의 서비스 내용이 바뀌고, 공무원 일자리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90년대 중반, 전자정부의 첫걸음으로 기록된 전자주민카드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부는 제도도입 취지에 대해 “정보화 사회의 기반구축과 민원행정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국민생활 편의도모 및 행정의 효율화”를 내세웠다.
이는 현행 전자정부법 시행 목적과 동일하다. 전자정부법은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를 위한 기본원칙, 절차 및 추진방법 등을 규정함으로써 전자정부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고, 행정의 생산성, 투명성 및 민주성을 높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국민생활편의와 행정의 효율화다.
하지만, 이면에는 공공기관 서비스가 대폭 수정되고, 심지어 관련 공무원의 일자리 상실이란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997년 전자주민카드 도입 당시 정부는 “행정편익측면에서 보면 연간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 1억7000만 통의 증명발급이 감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현재 읍·면·동 행정사무의 60~70%가 재증명 발급업무를 담당하므로 최소한 담당공무원 50%(약 5000명)가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읍면동사무소 및 동 주민센터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명칭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관의 업무도 서비스별 분리처리, 내방 민원 대응, 공무원·공공자원 위주에서 개인별 맞춤형 통합서비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민간자원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선키로 했다.
기존 읍면동사무소의 복지팀은 내방민원 상담·접수, 단순 서비스 지원 역할을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3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맞춤형복지팀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추가 발굴하고, 가정 방문상담과 개인별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 등의 기능을 전담하게 된다. 이제 동장을 비롯해 동사무소 공무원들은 사회복지사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