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만 고집 말고, ‘협동조합’ 어떠세요?…핵심은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시니어신문=김지선 기자] 퇴직창업 또는 생계형창업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창업 방식을 제안합니다.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2012년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많은 분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해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협동조합,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준비 안 된 창업보다는 백배 낫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할 것인가’입니다. 내가 가장 잘 하는 일,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과 마음 맞는 사람 5명만 있으면 됩니다.

‘협동조합’이란.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을 협동조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대해서는 ‘조합원 또는 회원 등 구성원의 복리 증진과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하며, 조합원 등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 협동조합기본법은 주식회사 등 상법상 회사, 사단법인 등 민법상 법인 이외에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법인격을 도입했다는 의미도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으로 협동조합을 정의한다.

일반기업과 다른 점은.

개인이 아니라 출자한 조합원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나 합명회사와 다르다. 공동으로 소유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은 조합원(또는 대의원) 총회에서 이뤄진다. 이는 주식회사의 주주 총회에 해당된다. 또, 설립 발기인들이 설립 목적에 맞는 자치법규(정관)를 만들고, 그 정관에 입각해 조합원을 모집한다. 따라서 조합원들 사이의 관계가 평등하며, 자발성과 합의, 조합원의 참여와 책임에 의해 운영된다. 조합원이라면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누구나 총회에서 ‘1인 1표’를 행사하고, 총회에서 결정된 조합 방침에 대해 책임을 공유한다. 경제적 사업체이면서 출자를 많이 한 사람이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유는, 평등한 관계 속에서야 더 높은 참여와 책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협동조합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자본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 사업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무엇이 다른가.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분된다. 일반협동조합은 영리법인으로서 시도지사에 신고해 설립한다.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분야의 제한이 없다. 법정적립금은 잉여금의 10% 이상이고, 조합원에게 배당도 가능하다. 청산절차는 정관에 따라 잔여재산을 처리한다.

이에 반해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기획재정부(관계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사업은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하고, 지역사회 재생, 주민 권익증진,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 제공, 국가·지자체 위탁사업, 기타 공익증진 사업으로 제한된다. 또, 잉여금의 30% 이상을 적립해야 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배당도 금지된다. 청산도 비영리법인·국고 등 귀속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반협동조합에 비해 공익성이 훨씬 더 강조된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설립하나.

협동조합 설립절차는 발기인모집(조합원 자격 갖춘 5인 이상)→정관 작성(목적, 명칭, 구역 등 포함)→설립동의자 모집→창립총회(설립동의자 과반수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설립신고(시도지사)→사무인수인계(발기인→이사장)→출자금납입(조합원→이사장)→설립등기(관할등기소)→협동조합 설립완료(법인격 부여) 등의 과정을 거친다. 조합원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법인도 가능하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있는 외국인도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민간단체 등 법인격이 없는 단체는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설립신고’가 아니라 ‘설립인가(중앙부처의 장)’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다른다. 명칭에는 성격에 따라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협동조합으로 창업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조합원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다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식품 구입, 안심할 수 있는 보육, 적정 가격의 학원 교육, 주거, 저렴하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공제상품 등의 필요와 욕구가 있다. 노동자들에겐 안정적이고 존중 받는 일자리 확보가 공동의 필요이자 욕구다. 생산자들에겐 공동으로 판로를 확보하고 출하, 물류를 공동으로 처리해 생산과 유통비용을 줄이고 싶은 욕구가 있고, 이는 수입 농산물과 경쟁하는 국내 생산자들에겐 매우 절실한 과제다. 이처럼 공동의 필요와 욕구가 크고 명확할수록 개척해야 할 사업모델이 뚜렷해지며, 어떤 유형의 협동조합을 만들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혼자서 창업하는 것보다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협동조합의 구체적인 종류는.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소유하는 기업이므로, 누가 조합원이냐에 따라 유형을 나눈다. 국제적으로 △소비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첫째,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자가 출자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이 되는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 대표적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마진을 없애는 등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면서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다. 둘째, 노동자(직원)협동조합은 해당 협동조합 기업을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직원으로도 일하는 경우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몬드라곤협동조합 그룹이 대표적이다. 유럽·남미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협동조합이 많다. 셋째, 생산자(사업자·판매자)협동조합은 농축수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1차 생산자 및 농식품 제조업, 자영사업자를 포함해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개인사업자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을 말한다. 넷째,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은 둘 이상의 이해관계자가 협동조합의 소유자가 되는 경우로, 우리나라 협동조합 기본법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강점은.

최대 장점은 조합원의 헌신과 노력이 최대로 발휘된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욕구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자치조직이 운영하는 사업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참여에 의한 지적·경제적 노동력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고 조합원은 ‘1인 1표’라는 평등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평등한 의결권’에 대한 보상은 ‘공정한 분배’다. 따라서 조합원의 자발성이 최대한 발휘돼 자신이 지닌 능력을 협동조합 기업에 아낌없이 제공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조합원 개개인의 이기적 동기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출자자 배당이 제한돼 있고 실적에 따른 배당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많은 협동조합들이 이익이 났을 때 조합원 배당보다 재투자,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인하, 지역사회 공헌에 환원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약점은.

조합원 참여를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는 토론과 소통, 교육훈련, 책임 있는 운영체계와 투명한 정보공개, 조합원들 사이의 규율이 끊임없이 반복, 축적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무너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자발성이 아니라 무임승차현상이 나타난다. 또, 참여가 미진해도 권리는 보장된다는 왜곡된 문화를 비롯해 선출직 대표가 경영을 전담해야 한다는 오해, 협동조합의 공동자산이 주인이 없는 재산으로 오인돼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밖에 협동조합은 시장경제 속에서 자본조달이 불리하고, 협동조합의 기업가치가 출자금에 그대로 반영되지도 않는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 조합원 출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장한형 기자
장한형 기자
2005년부터 시니어 전문기자,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24개 지역시니어신문 발행인입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KBS라디오 '출발멋진인생'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시니어 관련 주요 이슈를 풀어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엔 시니어TV '시니어 이슈 플러스' 진행을 맡아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지역시니어신문과 함께 '경험거래소'를 운영하며 시니어들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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