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유별님 기자] 원춘옥 작가(64)는 하루 서너 곳을 다니며 캘리그라피 강의로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지내고 있다. 전공은 국어국문학이었으나 30여 년 전 배운 서예를 계기로, 현재까지 20여 년을 캘리그라피 매력에 빠져있다.
원 작가는 국문학 전공자였지만 글쓰기보다 어려서부터 취미였던 그림을 배우게 됐다. 그러던 중 30여 년 전 국전서예작가로부터 “서예를 배워 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안 그래도 나이 먹어서도 내 것을 만들어 사회활동을 하고 싶었다. 먹 예술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고, 그러던 중 캘리그라피를 접하게 됐다. 이후 20여 년째 캘리그라피를 즐기며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본인 학원을 인증기관으로 캘리그라피 민간자격도 개설했다.
강사·취미·봉사 등 다양한 활동 가능
원 작가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에 대해 “각종 카드나 액자, 선물포장 등에 긍정적 명언이나 감동스런 글귀,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 등을 아름답게 쓰고 다양하게 꾸며서 받아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강의는 주로 기관이나 단체 요청으로 이뤄진다. 하루 3~4곳에서 강의하면 한 달에 300만 원까지도 수입이 보장되는 알찬 취미다. 또 커뮤니티를 꾸려 취미생활과 사회봉사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 여가생활에도 안성맞춤이다.
캘리그라피,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
우리나라 캘리그라피 전문화 역사는 1998년 최초로 ‘필 디자인’이라는 캘리그라피 전문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캘리그라피의 사전적 의미는 그리스어 ‘아름답다(Kallos)와 필적(graphy)’의 합성어다. ‘글이 갖고 있는 뜻에 맞도록 아름답게 쓰다’ 또는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예를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고도 했으나, 지금은 서예기법에 디자인을 더한 것을 캘리그라피라고 부르며 서예와 구분하고 있다.
개인의 정서·개성 강조하는 감성의 글자
캘리그라피의 주 발생지는 한자문화권, 서양문화권, 그리고 아라비아 문화권 세 곳이다. 각 문화권마다 독특한 필기도구를 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갈대 펜을 쓰던 서양문화권보다 모필을 쓰는 동아시아나 한자중심 문화권이 서양보다 몇 천 년이나 앞선 서예문화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글자는 읽기 편리한 개념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정서적이고 개성적이며 글쓴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4년 새로운 용어로 ‘캘리그라피’를 선정할 만큼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광고·영화·책·포장지·간판 등 다양한 쓰임새
캘리그라피는 정서와 사상, 심리적 상태, 행동, 나아가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광고나 브랜드명, 영화나 책 제목부터 포장지나 간판을 비롯해 마음을 전달하는 글 등 많은 곳에 두루 쓰이는 이유다.
쓰는 사람마다 글씨체가 개성적이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독창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원 작가는 “캘리그라피는 추가설명 없이도 문장이 쉽게 전달되며, 멋을 가미한 디자인은 글 내용과 연계됐다”며, “붓과 선의 유연함과 리듬감이 들어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강조했다.
붓과 먹의 특성 활용한 미적 가치 높아
역사가 오래된 동아시아나 한자문화권에서 발생한 캘리그라피는 주로 붓을 사용한다. 먹이나 물감의 농담과 필압의 강약, 선의 굵기와 부드러움 등 미적 가치가 아주 크다. 이처럼 전통 서예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나 아무렇게나 쓰게 되면 캘리그라피의 특징인 상징성과 예술성, 조형성 등의 가치를 떨어뜨려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
대학에서도 강의하는 캘리그라피는 붓과 먹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정서에 잘 맞는 이점이 있다. 요즘은 시대성을 반영하여 사인펜처럼 다양한 색상의 붓펜이 나와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어 더욱 인기다.
디자인 가치 높아지며 ‘몸값’ 껑충
우리나라 캘리그라피가 붓으로 시작된 만큼 지금도 붓이나 붓펜을 사용한다. 원 작가는 기초반 수업에서 서예의 판본체 연습을 권한다. 또 캘리그라피 특성의 하나인 시각적 언어와 감각적 언어를 살리기 위해 글씨 외에도 그림이나 기호, 사진도 활용한다. 이밖에 다양한 스탬프와 전각을 이용해 글 내용에 맞는 재치와 미를 추가하기도 한다.
디자인 가치가 높아지는 요즘, 캘리그라피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은 우리 소비생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각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특성과 정서로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잘 읽히면서 아름답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캘리그라피 디자인을 많이 쓰게 됐다.
5월 19~31일 수채화 개인전도
원 작가는 한글 서예와 한문 서예뿐 아니라 문인화와 한국화, 수채화까지 섭렵한 초대작가. 원 작가의 호는 여람(余籃). 제자들이 나보다 더 잘 되라는 ‘청춘어람’의 뜻이 담겨 있다. 개인 화실과 학원을 운영하면서 미술 외에도 전공을 살려 시나 한문을 가르치며 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바쁜 일정에도 취미생활인 수채화 개인전도 열며 열정적인 삶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월 19~31일 경기 남양주시 옥천에 자리한 갤러리에서 ‘물꽃피다’라는 주제로 수채화 개인전도 연다.
원 작가는 그동안 심각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강의들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에도 서울 영등포50+ 센터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었다. 5월부터는 여러 곳에서 대면 강의를 하게 돼 더 바빠지게 됐다며 즐거운 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