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특히 수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가 국내 산지에서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국립공원 침엽수림의 대규모 고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서를 9월 13일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그간 장기간에 걸쳐 한반도 산림의 침엽수 고사 상황을 조사해 왔다.
녹색연합은 이날 “백두대간 생태 축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의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지역 침엽수의 쇠퇴가 확인됐다”며, “2010년 이후 가장 광범위한 고산대(상록침엽수림대, 산림대와 고산대 사이 식생대) 보호 수목의 고사상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2013년 한라산을 비롯해 2016년 지리산 구상나무와 설악산 분비나무 고사에 이어 2019년 지리산과 덕유산, 계방산의 가문비나무 집단 고사를 보고한 바 있다. 이날 보고에서는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침엽수가 총 7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에서 지리산의 구상나무 밀집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정상봉인 천왕봉-중봉의 (구상나무) 떼죽음이 확인됐다”며 “천왕봉의 대표적 탐방로인 중산리 코스는 거대한 고사목 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고,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탐방로 주변에서 붉게 물들어 죽어가는 상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구상나무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특산 나무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의 남부지방 산림의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서만 분포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 그 피해 상황이 가장 잘 알려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2013년부터 생존 상황을 ‘위기’ 단계로 분류한 멸종 위기종이다.
녹색연합은 또, “소백산 비로봉 일대 주목은 약 80% 가량에서 기후스트레스가 시작됐음이 확인됐다”며 “주목의 기후 스트레스는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에서도 관찰됐다”고 전했다.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주목의 고사는 올해 처음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구상나무나 분비나무처럼 (주목도) 집단 고사할 경우 백두대간 아고산대 생태계에서 침엽수가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후 위기가 생물다양성 위기로 본격화한다는 적신호”라고 분석했다.
녹색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정부가 백두대간 생태축에서 나타나는 아고산대 생태계 변화를 기후위기의 적신호로 인식해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백두대간 보호구역의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침엽수의 고사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