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금융부문에서도 고령층의 금융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안전한 금융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고령층의 금융피해 신고건수가 2017년 5999건에서 2019년 2만1201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 점포 수 축소에 따른 고령층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창구를 마련하고 고령층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발맞춰 보험 가입이 가능한 연령을 높이고, 주택연금 가입자가 치매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 고령층을 위한 금융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범부처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고령친화 금융지원 TF 논의 결과에 따라 이 같은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추진한다고 8월 28일 밝혔다.

은행 점포 폐쇄 사전절차 강화

우선,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는 지점 폐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게 하고, 폐쇄 3개월 전에 고객들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등 사전 절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점포를 없애면 이동 점포 등 대체 창구를 마련하는 규제도 시행된다.

현재 은행들은 지난해 4월 도입한 은행권 자율규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에 따라 폐쇄할 지점 고객 수와 연령대 분포, 대체 수단 등을 평가해 점포 폐쇄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점포 문을 닫을 때 고객들에게 3개월 전에 미리 통보해야 한다. 사전 통지 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나는 셈이다.

금융위는 특히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점포를 폐쇄할 땐 은행에 대체 창구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동버스를 마련해 각 지역을 매주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방문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버스를 활용한 이동 점포를 비롯해 화상·유선으로 고객 응대가 가능한 무인점포를 활성화하고 전국에 2655개 지점을 보유한 우체국과 창구 업무 제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체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 지점 수는 2013년 6월말 7689곳에서 2019년말 6711곳으로 6년 반 만에 12.7%나 줄어든 상태다.

고령자 전용 앱 가이드라인 배포, 온라인 접근성 강화

고령층의 온라인 거래 접근성도 높인다. 정부가 큰 글씨, 노인들이 주로 쓰는 기능을 담은 고령자 전용 앱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이후 금융기관이 고령자 전용 모바일 금융 앱을 쉽게 개발해 공급하도록 지원한 뒤 운용실적을 점검할 예정이다.

온라인 전용 상품에만 금리 우대와 같은 혜택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온라인 특판상품을 새롭게 출시할 경우, 그와 비슷한 혜택을 주는 대면거래 상품도 출시하도록 금융회사를 독려하겠다는 것.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되, 상품을 얼마나 균형적으로 출시하는지 점검해 그 실적을 소비자보호실태 평가에 가산점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거나 이 법의 하위규정을 제정하는 방법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는 금융소비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기로 했다. 만약, 연령별 차등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취급거절이나 가격차별이 필요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연령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리스크 산정이나 가격결정 과정에서 핵심요소로 작용해, 상품 취급대상 차별이 불가피한 경우, 그리고 전체 금융 이용자의 이익을 높이거나 금융비용을 줄이는 데 명백하게 기여하는 경우에만 연령을 차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때 연령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령별 영향 분석도 실시하게 된다.

업권별 협회를 통해 비교공시 시스템에 ‘고령자 전용 비교공시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하고, 고령고객에 대해 거래를 거절할 경우 대체가능한 자사 또는 타사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대체상품안내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후견지원신탁, 이른바 ‘치매신탁’ 활성화

치매환자 등 적극적 자산관리가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견지원신탁도 활성화된다. 이른바 ‘치매신탁제도’는 인지상태가 양호할 때 금전을 신탁하면, 재산관리와 함께 치매 등으로 후견이 필요한 경우 병원비·간병비·생활비에 대해 비용처리를 맡아주는 신탁이다.

영국의 경우 ‘정신능력법’에 영속적인 대리제도(LPA)를 두고 있다. 영국의 재산관리 LPA는 피후견자의 은행 계좌 개설이나 폐쇄, 주택과 같은 부동산 매매‧유지관리, 연금 청구, 세금 문제, 투자, 의료비 지불과 같은 재산이나 금융 관련 의사결정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고령자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수탁재산 범위를 채무와 같은 소극적인 재산을 비롯해 담보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치매신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특화된 신탁회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가단위를 신설하는 등 진입규제 정비를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건도 마련키로 했다.

보험가입 상한연령, 65세→70세 안팎 상향조정

정부는 전반적인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을 고려, 보험사들이 대체로 65세 전후로 운영하고 있는 보험가입 상한 연령을 지금보다 5세 안팎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와 보험협회 간 업무협약을 통해 주택연금과 치매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고령 친화 금융상품도 공급한다. 실적이 좋으면 암 보험과의 연계 상품을 도입하는 것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가칭 ‘노인금융피해방지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층을 상대로 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나 착취,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고령층 전용 상품설명서를 도입하고, 다수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중하는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평소와 다른 고액 송금·인출 시 금융사 직원이 별도 확인

금융기관이 착취 의심 거래를 발견하면 거래를 거절하거나 지연하고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성년후견인에 의한 착취 정황 발견 시 금융기관이 직접 법원에 성년후견 감독인 선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고령자의 금융거래 유형이나 빈도와 같은 과거 거래패턴에 대한 분석과 상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평소와 현저히 다르게 고액을 송금하거나, 현금인출기에서 거액을 빼내는 경우가 발견되면 금융회사 직원이 별도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교통안전교육을 미리 수료한 고령층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자동차보험 상품 공급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일정 금액 이상 결제 시 가족 등 지정인에게 결제 사실을 통보하는 ‘고령자 전용 카드’ 개발도 함께 검토한다.

이밖에 금융교육 콘텐츠나 전달체계를 다양화하고, 양질의 교육인력 확보를 통해 고령층 금융교육을 보다 내실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으로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세부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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