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떠받치고 있는 요양보호사가 이용자들의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가 2019년 7월 광화문 광장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포함한 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서울요양보호사협회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폭력 파문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에서 ‘성추행 당하는 요양보호사’라며, 한 장의 사진이 떠돌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된 사진은 한 여성이 남성노인을 씻기는 모습인데, 앉아 있는 남성 노인이 여성의 겉옷을 늘춰가며 중요 신체부위를 만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여러 장 들어있다.

이 사진 속 여성이 요양보호사인지, 실제로 방문서비스 중에 돌봄 대상 남성노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성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 논란의 사진을 사실로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성 요양보호사들은 현장의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라는 매우 중요한 복지제도를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과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요양보호사 10명 중 8~9명 50~60대 여성이다

요양보호사란 치매나 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요양시설 또는 어르신들의 댁으로 찾아가 신체 및 가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다.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비해 같은 해 2월부터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제도가 시행된 2008년 당시에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마다 발디딜 틈이 없었다. 대체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중년여성들이 정부가 보장하는 국가자격이라는 점, 특히 건강보험공단이 수당을 보장한다는 점에 이끌려 너도나도 자격증을 따고 보자는 분위기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요양보호사 10명 중 9명은 여성이고, 이들의 연령은 50~60대가 대부분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9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에 투입되고 있는 돌봄인력 10명 중 9명(91.0%)이 요양보호사였고, 나머지는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였다. 요양보호사는 여성이 94.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양보호사 10명 중 8명(79.8%)은 50~60대였다.

“매일 성관계 요구받아도 살길 막막해 그만두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일터인가? 전쟁터인가?’라는 주제로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여성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나와 자신 겪은 성폭력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차마 소개하기조차 어려운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하고 끔찍한 근무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 요양보호사는 남성노인으로부터 매일 성관계를 요구받아 죽도록 괴로웠다고 했다. 그만두면 아이들과 살길이 막막해 그만두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요양보호사는 한 서비스 이용자가 11년째 요양보호사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증언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성폭력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막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다른 요양보호사는 이용자 아들에게 성폭력을 당했지만, 자신을 보호해야 할 센터장이 군지역이라 공론화가 어렵다면서 덮어버려 자신만 일을 그만 뒀다고 증언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서비스 대상이 몸을 만지거나, 뽀뽀를 하거나, 옆에 누우라거나, 같이 살자고 치근덕거리는 성희롱 정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일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한 요양보호사는 가장 힘든 점으로 성희롱하는 이용자의 눈빛을 꼽았다.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가족에게도 말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눈빛과 성희롱이 반복돼도 당하면서 그 집에 가야 한다고 증언했다.

한 요양보호사는 토론회 주최 측으로부터 사례 공개를 권유받자, 자신의 끔찍한 경험이 기록으로 남는 것조차 싫다면서 거부했다.

재가기관, “요양보호사는 버려도 돈되는 이용자는 버릴 수 없다”

지난해 복지부 실태조사에서 요양보호사 10명 중 1명(9.1%)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충남 아산시 비정규직지원센터 조사에서는 18.5%나 됐다.

이처럼 요양보호사들이 끔찍한 성폭력을 당하면서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고용조건이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대부분의 성폭력은 이용자 집으로 방문하는 재가서비스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10명 중 7명(72.3%) 정규직이지만, 재가서비스에 투입되는 요양보호사는 반대로 10명 중 7명(74.7%)이 계약직이다. 재가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서비스 제공시간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는 구조여서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성폭력을 혼자 감내하면서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국회토론회에서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영세한 재가요양센터들은 요양보호사는 버려도 돈이 되는 이용자는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 편을 든다”는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이용자 가족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면 요양보호사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성폭력 저지르는 이용자와 가족 인권교육이나 하라는 여가부

지난해 11월 6일 국회토론회가 열린 직후인 11월 20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에서 첫 대응이 나왔다.

당시 나온 핵심적인 대응책은 요양보호사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수급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인권 관련 교육을 강화하라는 것,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성별균형을 위해 제도를 개선할 것을 관계부처에 권고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성평등’을 잣대로 고심 끝에 내놓은 대응책은 요양보호사들을 두 번 울리는 꼴이었다.

수급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인권 관련 교육을 강화한들 교육을 거부하면 그만이고, 상식적으로 교육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성별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성 요양보호사를 더 많이 뽑거나 특혜를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요양보호사들로부터 누구를 위한 여성가족부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방문서비스, 2인1조 수행이 최선의 안전장치다

현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과 급여비용 산정방법에 대한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방문목욕은 반드시 요양보호사 2명이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도 혼자 방문했을 때보다 안전한 근로환경이 조성된다며 반기고 있다.

그런데, 이용자가 수치심이나 친밀감을 이유로 어느 1명에게만 목욕서비스를 받겠다고 요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청도군에서는 요양보호사 2명이 방문목욕을 나갔다가 이용자의 요구로 1명만 목욕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들을 보낸 재가기관은 2명이 모두 목욕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했다가 환수당한 뒤 소송한 일이 있었다.

법원은 수급자가 원하지 않는 데도 무조건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참여해야만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환수처분을 취소시켰다.

현재는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감정노동 보호 가이드북’에서 방문서비스는 2인1조 수행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방문서비스는 2인1조로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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