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예방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월 21일 독감 예방접종 현장 점검으로 세종시 연동면 보건지소를 찾아 주민들의 독감 예방접종을 살피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국정브리핑

최근 시니어계 가장 뜨거운 이슈는 독감예방접종이다. 질병관리청이 밝힌 10월 16일부터 24일 오후 1시까지 독감예방접종 후 사망신고 건수가 48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독감예방 접종 후 사망했다고 신고된 사람 대부분이 70대와 80대 이상이어서 독감예방접종을 맞은 고령자들은 크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심지어, 독감예방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독감예방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고, 매년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독감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이득이 크다는 설명이다. 즉, 독감예방접종을 맞고 사망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다른 요인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독감예방접종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큰 상황.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검토한 사망사례는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아 독감예방을 위해 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독감예방접종을 맞는 사람들에게는 접종 후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독감? 인플루엔자? 감기? 무엇인 다른가

많은 사람이 독감을 ‘독한 감기’로 알고 있어 독감예방접종을 맞으면 감기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발생 원인이 다른 질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의 설명에 따르면, 독감과 인플루엔자는 똑같은 말이다. 의료계에서는 인플루엔자를 줄여 ‘플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9년 크게 유행했던 신종플루도 새롭게 나타난 독감이란 뜻이다.

독감 또는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을 의미하고, 주로 겨울에서 봄철에 유행하는 계절성 질환이다. 반면,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계절과 관계 없이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독감예방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기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독감예방접종 이유? 3가 또는 4가 백신 차이는?

다른 백신은 평생 1∼2회 접종으로 면역력이 생기는데, 독감예방접종을 매년 맞아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올해 독감에 걸리는 바이러스와 내년 독감에 걸리는 바이러스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지역 바이러스 유행 정보를 종합해 해마다 그해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3종을 예측해 백신 성분에 포함하도록 권장한다.

백신은 아주 약한 바이러스들을 몸에 주입, 우리 몸이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약품이다. 따라서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라 예방제다.

독감백신에 올해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3종류가 들어가면 3가 백신, 4종류가 들어가면 4가 백신이라고 한다. 확률적으로 4가 백신이 예방효과가 더 좋다. 그래서 아동이나 청소년, 만65세 이상 고령자, 만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게 일반적으로 4가 백신을 권장한다. 지난해까지 3가일 경우 무료, 4가는 유료 접종이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유행 속에 4가 백신으로 모두 무료 접종하고 있다.

독감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 노출 확인, 불안이 시작됐다

올해는 9월 8일 어린이를 시작으로 62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62세 고령자의 경우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10월 13일부터 무료접종에 들어갔다. 그런데 9월 하순, 일부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한 제약사가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아 냉장유통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독감 무료예방접종이 9월 21일 밤부터 전격 중단됐다.

질병관리청은 “유통 과정 중 기준 온도를 초과한 일부 백신을 수거하여 품질검사를 시행한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10월 13일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다시 시작했다. 70세 이상 고령자는 10월 19일부터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인천의 한 17세 고등학생이 10월 14일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맞고,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학생이 맞은 백신이 바로 문제의 제약사가 유통한 백신으로 밝혀지면서 독감백신 공포가 퍼졌다. 특히, 일부 언론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며 독감백신 공포를 정치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 “사망사례와 예방접종 인과성 매우 낮다”

10월 22일, 대한의사협회는 독감예방접종을 1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에 대한 조사를 거친 다음 재개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사망사례와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무료 예방접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독감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 신고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10월 23일)과 예방접종 전문위원회(10월 24일)를 열어 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안전한 예방접종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월 24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은 10월 23일 기준 총 1154건이 신고됐다”면서, “지금까지 검토한 사망사례는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매우 낮아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23일까지 신고된 이상반응은 유료 접종자가 306건, 무료접종자가 848건이었다. 국소 반응 177건, 알레르기 245건, 발열 204건, 기타 480건이었다. 특히, 사망 사례가 48건 보고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19년 독감예방접종 전후 노인 1500명 사망했다

지난해 독감예방접종 기간에 백신을 맞고 일주일 이내에 숨진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약 1500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독감예방접종과 무관하게 다른 이유로 사망했지만, 시간상 선후 관계를 보면 예방접종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사례가 그 정도 규모라는 뜻이다. 박능후 복지부장관도 “70세 이상 노인환자가 하루에만 560여명 사망한다”면서 최근 예방접종 후 숨진 어르신들의 사망원인이 독감백신 탓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0월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예방접종과의 인과성과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하고 사망했다는 통계가 그 정도 있는 상황”이라며, “예방접종하고 관련이 없는 사망자의 숫자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올해 예방접종 이후 사망한 어르신이 예년보다 늘어났는지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올해는 아직 접종 기간이 끝나지 않아 우선 지난해 자료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도 2013년에 65∼74세 인구 10만명당 11.3명이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 75세 이상은 10만명당 23.2명으로 사망률이 더 높았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런 자료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해마다 노환·기저질환 등으로 어르신들이 숨지는 사례가 일정 규모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도 독감백신 탓으로 돌리며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어 통계청 자료 등을 취합해 처음으로 계산했다.

다만, 질병관리청은 안전한 예방접종을 당부했다. 장시간, 또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접종을 기다리면 심혈관·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건강 상태가 좋을 때, 기온이 오른 따뜻한 시간에 예방접종을 받아달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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