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돈 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

베이비부머의 일과 삶의 특징은 △직업관․근로의식 △사회현상 △사건․제도․경험 △가족 및 세대관계 △건강․심리 △미래전망 △은퇴 후 직업생활 등 크게 7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직업관과 근로의식에서 베이비부머는 일의 과정보다 소비자의 역할로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집과 자동차의 크기, 자녀가 다니는 학교, 해외여행 유무 등이 성공의 기준이다. 생존전략도 ‘가늘고 길게 살아남기’를 선호한다. 남성은 일 우선주의의 회사인간으로서 무한경쟁이 내재화돼 있고, 여성은 일과 가정의 병존을 추구한다. 또, 능력과 무관하게 정년퇴직하는 ‘연령의 덫’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이들이 겪은 사회현상에서는 ‘연령과 고용의 역설’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 수준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좋아져 오래 일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이는 장년고용정책의 핵심 요소가 돼야 한다. 모든 장년들이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이비부머들은 ‘화려한 시작과 비참한 종말’을 경험하고 있다. 과거 학교와 직장을 선택하며 신나게 출발했지만 정리해고 등으로 직업생활에서 1차 실패를 겪고, 자영업에서 2차 실패를 경험한다. 결국,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가 대규모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맞벌이의 첫 세대가 됐다.

가족 및 세대관계는 다소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의 봉양을 원치 않는 마지막 세대다. 최근 청년실업까지 겹치면서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안정적 직업이 없는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베이비부머의 생활을 압축하면 ‘일․잠․술’이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을 자랑하며 죽기 살기로 일했고, 일 이외의 시간은 술을 매개로 대인관계에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일과 술이 아니면 잠을 잔다. 퇴직 후 ‘일’이 빠진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술’과 ‘잠’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베이비부머가 가진 또 다른 특징은 ‘회피형 무계획’이다. 전문성을 보유한 경우 미래지향적 의식구조를 갖고 퇴직 후 자기실현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는 현실이 두려워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병에 걸린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것과 동일한 심리다.

베이비부머에게 퇴직 후 직업생활은 삶의 연속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고 있으며, 자영업에 무모하게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형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타 세대보다 높은 점도 베이비부머의 특징이다.

퇴직, 삶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은 부정적이다. 조세수입 감소와 연금, 노인부양비 등 사회복지 재정 지출 확대의 원인이 되는 만큼 국가 재정을 위협하고 다음 세대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은퇴 후 소비를 위해 은퇴 전에는 저축을 강화하고 소비를 줄임으로써 기업의 투자위축을 불러 거시경제의 활력이 약화되는 안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이밖에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노동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 필요 인력의 구인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 노동력의 고령화도 문제 요인이다. 낮은 출산율과 출산장려정책의 효과는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대해서도 청장년의 불만표출 등 국민정서적 한계가 있어 단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퇴직은 베이비부머 개인에게도 삶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변화를 불러온다. 우선, 삶의 공간이 직장에서 가정 및 지역사회로 이동된다. 시간적 측면에서는 노동에서 여가 및 비노동으로, 사회관계는 직장동료에서 가족 및 친구, 소득은 월급에서 연금 등으로 바뀌게 된다.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70대 초반을 ‘은퇴’ 시점으로 볼 때 베이비부머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 후 20여년의 과도기가 발생한다. 경제적․조직적 강제에서 해방되지만 연금으로만 생활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55~79세 중 약 62%가 일을 원하고 있다. 특히, 퇴직 후 연금수령시점까지의 무소득기간의 소득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창업 후 3년 이내 절반이 휴․폐업

지난해 신설법인 동향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재취업 곤란 등의 이유로 베이비부머의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전체 창업자 대비 50~59세는 25.0%, 60세 이상은 7.6%를 차지했다. 각각 전년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KB금융연구소 내부자료(2012년)는 이들의 창업 후 3년 이내 휴․폐업 비율이 46.9%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재취업도 여의치 않다. 전체 장년 취업자의 59.9%가 재취업하고는 있지만 근속기간은 5년 미만이다. 또, 숙련 수준이 보다 낮은 직종으로 재취업하는 경향이 강해 임금근로자 중 절반(49%)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했다. 고용형태도 임시․일용직이 65.4%를 차지한다. 임금은 월평균 175만6000원으로 30년 이상 근속자(624만3000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베이비부머는 퇴직 후 고용 및 소득의 불안정성에 따라 심리적 불안정성을 갖게 된다. 심리적 변화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또, 100세 시대라는 관점에서 재취업 기간은 여생의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베이비부머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하는 환경을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장년 근로자는 ‘폐기물’이 아니라 ‘유용한 인적자원’이란 사회적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재정 및 기술상의 이유로 기업이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가 대신 수행해야 할 과제다.

더 오래 안전하게 일하는 근로환경을 위해서는 채용에서 퇴직가지 필요역량과 보유역량의 차이를 파악, 훈련․보상과 연계하는 경력 및 역량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예컨대, 45세가 됐을 때 작업능력을 점검해 향후 진로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 등이다.

또한, 연령에 따라 평균적으로 작업능력이 감소한다는 편견을 깨고 과학적 연령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 국가의 연령관리에 따라 45세의 작업능력이 65세까지 유지되거나 약해지더라도 U자형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이밖에 기업도 근로자의 연령 증가에 따른 임금삭감이 아니라 종합적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전강문화를 촉진하고 산업안전을 강화해 숙련 및 경험지식의 축적과 전수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장년친화적 기업문화 등 동기를 부여하고, 장년친화적 작업시간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전직지원, 직종별 세분화 시급

퇴직자에 대한 전직지원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퇴직 이후의 생활계획 수립을 지원해야 한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퇴직자에게 단순히 소득원을 확보하는 차원의 전직지원은 불충분하다. 철저한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재취업과 창업 등 직업 관련 훈련도 시급하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퇴직 후 은퇴까지 생계유지를 위한 일거리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공공고용안정서비스와 민간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지자체도 관련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퇴직 후 은퇴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인생설계를 지원하고, 직업훈련 외에 경력개발을 위해 대학(평생교육원)을 장년층 평생학습 중점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

전직지원시스템의 세부적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 산업․직업별 분포에 따라 제조업 및 기능직, 사무관리직, 전문직 등으로 구분한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음식업․이미용업이나 단순서비스, 사무관리에 집중된 직업훈련을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취업률 중심의 성과관리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훈련과 일자리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도한 지자체도 해당지역 베이비부머의 산업별․직업별 분포를 조사해 그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파악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