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 방송통신대학교 석좌교수가 방송대학TV 스튜디오에서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특강②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노후준비’의 의미를 재탐색하는 특강을 5회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강사는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사무총장·한국인 최초 IMF 상임이사를 역임한 오종남 방통대 석좌교수. 오 교수는 ‘21세기 나의 인생, 세 번의 30년을 준비하라’는 대주제로 ▲우리가 살아갈 21세기의 특징 ▲과거 세대와 우리 세대의 삶의 차이 그리고 그 의미 ▲나의 노후 설계: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엑션플랜(Action Plan):각 연령층 별 행동강령은? ▲참 행복의 열쇠:배움과 나눔 등의 소주제를 놓고 강연했습니다. 청중과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오종남 교수의 강연을 연재합니다.

오종남 교수의 두 번째 강연은 ‘과거 세대와 우리 세대의 삶의 차이 그리고 그 의미’를 주제로 진행됐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인 만큼 ‘20세기의 부모와 21세기의 부모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각론으로 이어졌다. 오 교수는 강의 첫머리에 “21세기 나의 인생을 미리 그려보자”는 말로 운을 뗐다.

“우리의 생애주기를 살펴보자. 대체로 한 남자 또는 여자가 결혼하면 두 사람의 인생이 된다. 2명이 아이를 낳으면 3명, 또는 4명의 인생으로 확대된다. 그러다 자녀가 결혼해 출가하면 다시 2명의 인생으로 축소된다. 그리고 부부가 사별하면 다시 한 사람의 인생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균출산률 1.2명의 저출산 탓에 자녀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으니, 노후에 부부끼리 살아가는 시간을 먼저 생각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오 교수는 “21세기에는 노후에 부부끼리 얼마나 오래 사느냐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60세 이후에 맞는 세 번째 30년은 부부끼리, 또는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쉽게 고치지 못하는 ‘중대한 착각’ 2가지를 꼬집었다.

첫째, 여성의 경우 남편 사후 대략 10년을 홀로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는 점.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6~7년 길고, 결혼 연령도 세 살 안팎 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노후준비 과정에서 부인이 혼자 살아가는 기간을 망각한 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 오 교수의 지적이다.

둘째, 여성들은 남편 사후 대비책으로 ‘자녀와의 동거’ 또는 ‘자녀에 의한 부양’을 지나치게 기대한다는 점이다. 오 교수는 “요즘 부모들은 자식이 1~2명 밖에 안되니 지나치게 애지중지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간섭으로 받아들인다”며 “‘고모’나 ‘이모’라는 가족관계조차 사라질 20년 후 자식이 험한 세상 잘 사는 것만해도 큰 효도”라며 자녀에 대한 지나친 의존심리를 우려했다.

“마지막 30년, 부부끼리 사는 연습 필요”

그렇다면 21세기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고 교육시켜야 하는가. 오 교수는 1회 강연에서 강조했 듯, “20세기의 부모는 노후가 짧고 자녀수도 많았으니 ‘자식보험’이 가능했으나, 21세기의 부모는 90세까지 길어진 노후에 자녀수도 1~2명에 불과해 ‘자식보험’이 통용되지 않는다”며 “21세기의 부모는 20세기의 부모와는 다른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21세기 부모의 진정한 자식 사랑은 노후에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20세기의 부모상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종남 교수와 청중의 질의응답.

Q. 취업 못하는 자녀, 취업 후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자녀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우선 일자리가 창출되는 원리를 생각해 보자. 지난해 100을 생산했고, 올해 105를 생산했다면 경제성장률은 5%이며, 그만큼의 일자리가 발생한다. 그런데, 실제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 2012년 2%, 2013년 2.8%였다.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화를 통한 경제성장이 확대되면서 일자리 수도 줄었다. 취업자수는 늘어도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을 선호한다.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은 전체 340만개 사업장 중 약 3400개,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하다. 근로자 수로는 전체의 15%다. 청년구직자 100명 중 15명만 대기업에 취업하는 셈이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하는데 모두 대기업에만 들어가려 한다. 이런 의식구조에서 청년실업 해소는 불가능하다. 부모가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내 아이가 대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면, 적성과 소질에 맞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해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Q. 21세기의 자녀교육은 무엇이 핵심인가.

A. 우리나라의 20세기 교육은 ‘지덕체’(知德體)를 중시했다.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웠고, 가정에서는 도덕을 가르쳤으며, 방과 후에는 체력을 기르도록 했다. 하지만, 21세기 초반인 요즘의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오로지 ‘지지지’(知知知)만 강요한다. 대학진학을 목표로 학교와 가정, 방과 후 학원에서 지식만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이 ‘지(자기)’ 밖에 모르는 것 아닌가. 21세기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지덕체’를 부활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다한들 ‘지’ 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특히, ‘덕’을 강조하고 싶다. 성장을 강조하지만,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이 몇 명이나 되는가. 아파트는 삭막하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수평으로 구성된 마을을 수직으로 쌓아놓았을 뿐이다. 부모들이 먼저 반성하자.

Q.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부모자녀간 관계 이상으로 부부 관계도 걱정된다.

A. 일본과 우리나라는 남성중심사회다. 권력과 경제력을 쥔 남성에 억눌린 여성들은 참고 살아야 했다. 변화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50~60대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을 가정생활 유지 및 노동력 재생산에 기여한 생산적 노동으로 인정, 부부가 형성한 재산을 균등분할하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남편에 의한 억압을 참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심지어 은퇴한 남성을 ‘비에 젖은 낙엽’이라고 표현한다. 비에 젖은 낙엽이 구두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에 빗대어 퇴직한 남성을 조롱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체로 남성은 퇴직 전까지 일과 관련된 인관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그러한 관계가 소멸되고 옆에는 아내만 남게 된다. 반면, 아내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남편을 포기하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며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아내의 인간관계에는 은퇴가 없으니 퇴직 후 불쑥 끼어드는 남편의 존재가 부담스럽게 된다. 퇴직 후 아내가 반겨줄 것이란 남편의 생각은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편은 퇴직 이전부터 아내의 친구가 돼야 한다. 노후에 아내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연습을 미리 해야 하는 것이다.

Q. 국민의 노후는 국가의 책임 아닌가.

A. 국가는 기업처럼 생산적인 조직이 아니다. 국가 운영의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고, 세금은 납세자의 몫이다. 따라서, 국가의 부담은 납세자의 부담과 동일하다. 과거 20세기에는 국가 대신 자녀들이 부모부양을 책임졌다. 요즘 복지국가 개념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미래에 우리들의 노후를 위해 세금을 내 줄 젊은층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금의 출산율로는 국민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국민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오종남 교수가 청중들의 새로운 다짐을 독려하며 들려 준 ‘바보 할아버지 할머니 시리즈’는 결코 우스겟소리로 다가오지 않았다.

“바보 할아버지 할머니 시리즈. 첫째, 손자손녀 돌봐주기 위해 관광 스케줄 바꾸는 할아버지 할머니. 둘째, 자식들에게 재산 다 물려주고 용돈 타 쓰려는 할아버지 할머니. 셋째, 아들딸 손자손녀 배려한다며 큰 집으로 이사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오종남 교수는…
1952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경영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에 입문,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재정경제원,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통계청장을 역임했습니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 교수,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이사 등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싣는순서]
① “자녀에 ‘올인’ 말고, 당신의 노후 먼저 챙겨라”
② “21세기 자녀 교육, 지덕체(知德體) 부활시켜야”
③ “나의 노후 설계 : 세 번째 30년을 미리 준비하라”
④ 20~30대 자녀, 독립해서 사회 배우도록 내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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