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연금수령액이 적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에 따라 미래 기금고갈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다른 나라 노인들이 소일하는 모습.

[시니어신문=이길상 기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입니다. 재원이나 급여수준, 재정방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지요.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은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을 필두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사회보험방식의 공적연금과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적절히 기능하기에는 연금제도의 역사가 너무 짧고 해결할 과제도 많습니다. 최근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선진국의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살펴봅니다.

공적연금제도는 연금만으로 퇴직 후 노후생활이 가능토록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비스마르크형’과 최소한의 소득보장만 보장하는 ‘베버리지형’으로 구분된다.

비스마르크형은 노령이나 장애발생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보전하고 퇴직이나 장애발생 이전의 소비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지위유지’(status maintenance)를 기본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비례방식으로 운영되며, 근로자와 사용자의 공동부담에 기초한 보험료를 주된 재원으로 한다. 즉, 기여를 통해 얻은 권리의 성격을 갖는다. 이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는 독일(1889년)이며,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미국 등이 뒤이어 채택했다.

반면 베버리지형은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 수준의 ‘기초보장’(basic security)을 제공하는 빈곤 방지가 기본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보편적 기초연금 개념이 탄생했다. 일반적으로 정액으로 지급되며, 일반조세나 준조세의 성격을 가진 보험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경향이 있다. 이 방식을 채택한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퇴직 전 소득 버금가는 연금 지급해야

기초연금을 운영한 나라들은 국가가 점점 부유해지고 더 나은 노후소득수준이 요구됨에 따라 추가로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했다. 조세방식으로 기초연금을 운영하던 캐나다, 호주, 스웨덴, 덴마크 등과 사회보험방식으로 기초연금을 운영하던 영국, 아일랜드 등의 국가는 모두 강제로 적용되는 소득비례 공적연금 또는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경제 불황과 인구고령화 등으로 인해 비스마르크형을 운영하던 나라들이 급여수준을 삭감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대신, 국민이 원하는 적정 급여수준은 공적연금에 더해 사적연금을 포함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통해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공적연금의 초기 발전단계에서는 베버리지형과 비스마르크형이 뚜렷하게 구별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유형을 절충하는 수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수준은 소득대체율(퇴직 이전 소득대비 연금급여 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적연금에 45년 가입한 경우 소득대체율은 프랑스 58.8%, 독일 42%, 캐나다 39.2%, 미국 38.3%, 스웨덴 33.9%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법정 소득대체율(40년 가입 평균소득자 기준)은 40%다. OECD 평균 총 소득대체율(40.6%)에 비춰보면 우리나라의 법정 기준 소득대체율 자체는 낮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2020년 기준, 10년 이상 가입자의 노령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54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낮은 평균급여 수준은 현재 연금수급자들의 가입기간이 평균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민연금 수급자의 급여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기간 연장, 적정 소득신고 유도를 통한 급여산정 기초소득 향상 등이 필요하다.

재원 따라 사회보험형조세형 구분

공적연금의 재원형태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사회보험형과 조세형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국가는 어떤 형태로든 보험방식의 공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보험방식의 공적연금을 채택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이 낸 보험료를 기초로 연금을 받기 때문에 세금을 걷어 연금을 주는 것보다 제도 수용성이 높은데다 비용 충당이 상대적으로 쉽고, 권리로서 급여를 받을 수 있어 가입자나 수급자 모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연금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함께 납부하므로 제도 적용에 대한 부담도 적고, 저항도 적은 편이다.

사회보험 연금은 민간보험의 연금과 마찬가지로 노령의 위험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제도지만 민간보험과 달리 국가가 강제로 적용하고 소득이 낮은 가입자와 높은 가입자 간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강제로 적용하지 않으면 저소득자는 형편이 어려워, 고소득자는 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적어 보험료 납부를 꺼리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험을 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제도의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 소득재분배를 하는 이유는 빈부격차 해소를 통해 사회공동체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기초연금 관계설정 필요

세금을 주요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적연금제도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사회수당방식은 65세 등 일정한 연령에 이르거나 그 나라에 일정기간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연금을 지급한다. 거주요건을 요구하는 이유는 납세의무를 어느 정도 다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므로 보편적 기초연금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사회부조방식의 연금제도는 연령과 함께 소득이나 자산기준을 충족해야 연금이 지급된다. 제한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선별적 연금이다. 그러나 재정상황이 나빠진 상태를 반영하거나 향후 고령화로 재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사회수당 형태로 제도를 운영하던 나라들도 최근 소득에 따라 지급을 제한하거나 감액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보험형 연금인 국민연금을 먼저 시행하고 보니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조세형 연금인 기초연금을 2014년 7월에 도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그 자체로서 기초연금 성격을 갖는 균등부문 급여를 통해 소득계층 간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중복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양 제도 간 정합성, 역할분담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두 제도 간 안정적인 관계정립을 위한 발전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다. 특히 양자 간 관계정립에 있어서 공적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급여의 적절성은 반드시 동시에 고려돼야 할 정책목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양립된 목표를 성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설정은 한국의 안정적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중요한 쟁점이므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 기금소진 대비한 정책 시급

연금제도의 재정방식은 공적연금에서 주로 채택하는 부과방식과 사적연금에서 채택하는 적립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부과방식이란 현재 발생하는 연금지출을 현재의 근로자들이 부담하는 재정방식이다.

적립방식은 사전에 보험료를 납부해 적립한 후 자기가 낸 보험료와 나중에 받는 연금이 수지상등이 되도록 연금을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과방식 또는 부분적립방식으로 공적연금 운영을 시작했다. 제도가 성숙되기 전에는 상당한 적립금이 쌓여 있었으나, 제도가 성숙하고 수급자가 많아져 적립기금이 차차 고갈되면서 거의 완전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를 전 국민에 확대하면서 동시에 급여삭감 위주로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했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의 경우 공적연금을 전 국민에게 확대 적용한 때부터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개시하기까지 30년 이상 걸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제도개혁은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사실 현재 국민연금 재정 상태는 부과방식 연금을 운영하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적립금이 별로 없이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의 역사가 길지 않고 수급자 수가 많지 않으며, 두 차례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에 힘입어 적립기금이 206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가 쟁점이 되는 이유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불안의 가장 큰 이유는 상황변화에 따른 적정기여와 적정급여를 담보할만한 기여와 급여의 균형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에 비해 급여가 높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미래 세대의 부담이 급속히 증가될 것인데도 미래의 기금소진에 대비한 장기재정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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