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질은퇴연령이 73세에 달하지만, 65세 이후 취업자는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보험법에 예외 대상으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사업현장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한 시니어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정책브리핑

노인실태조사 결과, 일하는 노인 10명 중 7명(73.9%)은 여전히 현재 일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소득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79.9%)과 독거노인(78.2%)에게서 이런 답변이 많았다.

반면, 대부분의 노인가구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인가구 96.6%가 부동산을 갖고 있고, 평균 금액은 2억6182만원에 달했다. 또 노인 10명 중 8명(79.8%)이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노인의 자산이 현재 살고 있는 집 한 채에 불과하고,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일을 해서 생계를 잇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일터에서 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어렵다. 고령 노동자에 대한 시장의 수요보다, 일하고 싶은 고령노동자 공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고령 노동자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이 들수록 최저임금 못 받는 경우 급증

고령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70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년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이른바, ‘노년알바노조’를 만들도록 내몰았다. 노년알바노조는 청년유니온(2010년), 노년유니온(2013년), 전국시니어노조(2014년)에 이어 특정 연령층 노동자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세대별 노조가 됐다.

우리나라는 고령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식하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을 하는 데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이는 고령자의 고용이 주변부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2014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2%다. 하지만,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경우 30%로 증가한다. 게다가 60세 이상 노동자 10명 중 7명(68%)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평등노동자회가 2017년부터 고령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일하다 다쳐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넣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알바노조 허영구 공동준비위원장은 “고용주들은 노년 노동자들을 ‘만만한 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근로계약 상대가 아닌, 시혜나 적선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 노동자 10명 중 4명, 최저임금 이하

고령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알바노조준비위원회와 평등노동자회는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18일까지 1개월 동안 전국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면서 일하는 노인 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저임금 실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청소노동자(13명)의 평균 나이는 69.3세, 70대가 절반을 넘는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6.8시간, 평균 시급은 올해 법정 시급 8720원에 383원 부족한 8337원이었다. 시급이 가장 낮은 경우 6028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보다 2692원 덜 받았다.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은 평균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받고 있는 월급을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법정 최저시급 8720원의 81.5%인 7107원으로, 1613원이 부족했다. 월 평균 임금은 148만2308원으로, 올해 법정 최저임금 월 182만2480원보다 34만172원이 부족했다. 10명 중 9명은 하루 근무시간이 6~7시간이다.

휴게시간 늘이거나 노동강도 높이는 ‘꼼수’

고령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휴게시간을 늘이는 경우가 많고,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체는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노동강도를 높여 법정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노사정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용자(경총) 측이 합의문에 ‘시급(8720원)’만 표시하고 ‘월급(182만2480원)’를 명기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월급을 표시하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시급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3시간 일하는 단시간 노동의 경우 3명 중 1명이 최저임금에 미달했다. 주말 하루 1곳 당 2시간씩 3곳을 이동하며 청소하는 노동자의 경우, 본인의 하루 근무시간은 이동시간을 포함해 8시간이 넘지만 임금은 6시간분만 받았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70대, 6개월 미만 단기계약직 강요

70대의 경우 50~60대와 달리 고용계약 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정해 차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돌봄노동자 중 간병인의 경우 나이는 72세였고, 노동의 특성상 환자와 숙식을 병행해야 했다. 밤낮없이 돌봄을 제공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근무와 대기가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70대 돌봄노동자가 받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5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청소노동자나 돌봄노동자 뿐만이 아니다.

경비노동자 15명의 평균 나이는 70.1세였고, 최고령자는 77세였다. 전체 응답자의 근무시간 대비 평균 시급은 6346원이었고, 10명 중 5.3명이 법정 최저시급 이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24시간 맞교대(하루 평균 12시간)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무시간 가운데 많게는 3분의 1을 휴게시간으로 정해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고 있었다.

“최저임금 준수 감독 등 제도개선 절실”

노년알바노조준비위원회와 평등노동자회는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2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간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논의는 최저임금 인상 금액에만 집중됐고, 불법에 대해선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년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금액에 대한 협상과 더불어 생계가 가능한 최저임금 준수,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한 근무조건 후퇴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평등노동자회는 “노년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주로 파트타임이 많고 월급도 고용도 불안정하다. 노동자 스스로도 ‘알바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노동환경도 말 그대로 ‘알바식’이다”라고 밝혔다.

평등노동자회는 “노년알바노동에 있어선 우선 세밀한 실태파악 부터 필요하다. 3년에 한 번 하는 노인실태조사는 너무 포괄적이라 노년세대가 얼마나 일하는지 정도를 알 수 있을 뿐,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자고용촉진대책은 퇴직 연령을 높이는 문제를 주요하게 다룰 뿐 퇴직 이후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은 사실상 다루지 않고 있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사업장에 대한 정기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하듯 고령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더불어 평생을 불안정한 노동을 감내해 온 그들에게 이젠 그런 노동을 거부할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개혁, 기초연금의 보편화와 현실화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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