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청소 노동을 하는 70대 노동자들이 노동권 인정 및 보호를 주장하며 '노년알바노조'를 결정했다. 노조결성에 앞선 지난 5월 1일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가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

[시니어신문=장한형 기자] 70대 청소노동자들이 ‘노년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이른바, ‘노년알바노조’를 만들었다. 노년알바노조는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준비위원회를 열고 자신들의 삶을 담은 구술기록집도 함께 발표했다.

준비위는 2019년 11월 노년알바노조 설립을 위한 접촉을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준비모임을 처음 가졌다. 지난해 1월 노년알바노동자 실태조사를 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부터 노년알바노동자 구술기록집 발간을 준비했다. 올해 3월까지 구술작가 5명이 노년알바노동자 9명에 대한 구술작업을 마쳤다.

노년알바노조는 청년유니온(2010년), 노년유니온(2013년), 전국시니어노조(2014년)에 이어 특정 연령층의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세대노조가 됐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은 50~60대에 대학교 미화원으로 일하다가 만 70세에 퇴직한 이들이 주축이다. 하지만, 이들은 70세 이후에도 대부분 인력소개소를 통해 건물 청소·미화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73세까지 단순노무직 일하는 현실 반영

이전에도 노년유니온, 전국시니어노조 등 고령층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노년알바노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실질퇴직연령이 평균 73세에 달하고,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노인빈곤률이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고령 노동자들이 가난하고, 생계를 위해 노동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2.9%(2019년·통계청)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고용률의 두 배에 달한다.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노동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40만명 이상 늘었다.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단기계약직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사회, 고령노동자 외면 노조 필요

우리나라는 고령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식하고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을 하는 데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이는 고령자의 고용이 주변부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2014년 기준,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2%다. 하지만,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경우 30%로 증가한다. 게다가 60세 이상 노동자 10명 중 7명(68%)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평등노동자회가 2017년부터 고령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일하다 다쳐도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로계약서에 넣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알바노조 허영구 공동준비위원장은 “고용주들은 노년 노동자들을 ‘만만한 인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근로계약 상대가 아닌, 시혜나 적선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노동 현장, 싸울 수 없는 나약함

고령 노동자들은 부당한 계약조건을 알고도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계약을 거부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데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이 정당한 권리를 갖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9년 서울대학교에서는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가건물에서 점심시간에 잠을 자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와 학생들이 이 노동자의 죽음 배경에 열악한 휴게실 환경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고용노동부도 서울대에 이곳을 포함해 청소노동자 휴게실 15곳에 대한 개선 권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대학교에서 15곳을 제외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캠퍼스의 ‘유령’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휴게실이 따로 없어 화장실 공구함에서 식사를 하거나, ‘교직원들 눈에 띄지 않게 청소하라’는 사용자의 압박 때문에 교수들 눈길을 피해 다녔던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대학 미화원들의 사례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령 노동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잃고 부당한 대우를 말없이 받아들여 왔다.

노년유니온, 기존 노조와 다른 행보 주목

노년알바노조에 앞서 2012년 결성된 노년유니온도 초기 조합원 13명이 고령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대노조를 표방하며 창립됐다. 2017년 기준 서울지부 300여명, 광주지부 200여명 규모로 확대됐지만, 노동 활동을 하지 않는 조합원이 대부분이란 특성이 있다.

노년유니온은 노인들의 생활환경 측면에서 취약한 계층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활동한다.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문제, 아파트 경비직 문제 등 취약한 계층이 겪는 어려움과 구조적인 문제 전반을 다룬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노년유니온은 민주노총 산하 노후희망유니온과 한국노총 산하

시니어노조와 같은 기존 노조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노년유니온은 시민사회단체처럼 연금을 비롯해 일자리, 복지 이슈 등을 갖고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내고, 집회를 열거나 다른 조직과 연대한다. 기존 노동조합들이 소홀히 여기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계층을 대변하면서 당사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년알바노조, “노인 노동 가치 알릴 것

노년알바노조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조합원은 9명뿐이고, 주변에 가입을 제안하면 주로 “이 나이에 무슨 노조냐”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생계가 불안정해 조합원 한 명이 매달 낼 수 있는 조합비는 3000원이다.

서로의 노동권을 지켜주는 보호막을 넘어, 행복한 노년을 계획하는 ‘생활노조’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다른 노동자단체의 도움으로 한글 공부방과 주말농장, 의료상담 프로그램도 짜놓았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는 의료인들이 자원봉사자로 힘을 보탠다.

김금선씨는 노년알바노조 결성에 대해 “노인 노동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정년퇴직 전까지 미화원 노조에 있으면서 동료들과의 연대가 주는 든든함을 경험했다. 과거 김금선씨는 주 6일을 일하며 10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았지만, 노조 설립 뒤에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아 월급 17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림자처럼 일하던 우리에게 학생들이 다가왔고 학교에 탄원도 해줬다”며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우리 일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고령 근로자 노조, 새로운 노동환경 대응해야

한국노동연구원은 고령 근로자를 위한 세대노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연구원은 “한정된 자원으로 미조직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이슈를 모두 다루는 것보다 노동문제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새로 설립되는 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으로 조합비 납부액이 크지 않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준노조(회원)와 시민사회단체(후원) 형태의 결합모델인 양손잡이 조직 형태를 취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재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노동연구원은 “주요 교섭대상을 기업으로 하는 노조보다 정부와 지자체 등과 사회적 교섭을 시도한 노조의 목표달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면서, “기업 대상 단체교섭보다는 사회·노동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 교섭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작업장을 기반한 전통적 노동조합은 조합원과 조직화 대상자 모두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SNS가 불필요했지만, 노년알바노조와 같은 준노조는 회원과 조직화 대상이 작업장 밖에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과 정보공유에서 SNS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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