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가 집필한 ‘21세기 자본’이란 한 권의 책 때문입니다. 피케티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실 간단합니다. 돈이 돈을 벌기 때문에 1%의 부자와 열심히 일하는 99%의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노력해도 돈 가진 소수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건강한 민주주의와 능력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최상위 소득자들에게 높은 누진세를 받자는 주장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토마 피케티.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21세기 자본’은 프랑스에 이어 미국에서 번역 출간됐고,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나왔다. 피케티의 주장은 경제계는 물론 전 세계 지성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참신하고 실증적인 분석과 대담하고 파격적인 대안 제시로 인해 논쟁의 중심에 들어왔다.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배태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늘 높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이론이다. 즉,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임대료, 배당, 이자, 이윤, 부동산 및 금융상품 등에서 얻는 소득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격차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

자본소득, 노동소득 앞질러 불평등

저자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들여다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1914~1945년에 급격히 줄어든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1914~1945년 잠시 상대적으로 평등이 높게 유지됐던 것은 단지 전후 복구를 위해 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유층의 상속된 부에 상당한 정도의 과세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피케티의 판단이다. 따라서 부의 분배는 양극화되고, 상속재산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세습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피케티는 대담한 대안을 제안한다. 극소수의 최고 소득에는 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과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피케티가 세계적으로 불러일으킨 숱한 논쟁의 씨앗은 부의 불균형에 관한 경제학적이고 역사적인 분석보다 이 파격적이며 이상적인 대안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 버는 노동소득보다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자본소득으로 부가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재능이나 노력보다 태생에 따라 삶과 사회가 좌우되도록 할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능력주의를 근본적으로 잠식한다는 주장이다.

피케티는 스스로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으며,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이루기 위한 적절한 제도와 정책들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했듯, 피케티가 제안하는 자본주의 폐단에 대한 해결책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자본주의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난제를 던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관련 자료 투명하게 공개해야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3세기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역사적 데이터를 토대로 불평등의 역사를 살펴본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연구라는 점에서 기존의 주류 경제학 저서가 지향하는 수학적이고 이론적 고찰의 한계에서 벗어난다.

피케티가 활용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다. 소득의 분배와 그 불평등을 다루는 자료가 첫 번째, 부의 분배 및 부와 소득의 관계를 다루는 자료가 두 번째다. 이 둘은 부의 분배의 역사적 동학과 사회의 계층구조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이다. 자본수익률이 끊임없이 감소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 의해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19세기 칼 마르크스 ‘자본론’의 예언과, 경제성장 초기단계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진전된 발전단계에서는 완화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쿠즈네츠의 이론까지 통찰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자본이 집중된 영미권에서 패닉을 불러일으킨 피케티의 부유세 주장의 이면에는, 거부하기 어려운 요구가 담겨 있다. 강화되는 세습 자본주의는 능력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며, 따라서 이에 대해 최소한 정확히 알권리가 있다고 명백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피케티는 불평등이라는 자본주의의 불편한 역린을 건드렸고, ‘돈이 돈을 번다’는 속설의 현실성을 객관적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말았다. 그의 주장은 전 세계적 사회·정치적 자본 담론으로 바뀌었다. 또, 이미 존재하는 관련 통계자료의 투명한 공개 요구를 통해 열심히 일하는 99%의 ‘권리장전’으로 성숙하고 있다.

재계, 허구성 주장하며 반박

“좌파와 우파가 양쪽으로 팽팽하게 나뉘어 소득불평등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내놓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그동안 소득불평등과 관련한 역사적 자료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집계된 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자료를 모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피케티가 소득 불평등 문제에 천착하게 된 이유에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피케티는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세는 소득과 부에 대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란 것. 세율을 통해 최소한 사회의 각 계층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 삼성과 현대그룹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만큼 경제의 큰 축이면서, 동시에 ‘가족 경영’으로 부를 세습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삼성이나 현대그룹은 한국의 큰 자산이지만 언제까지나 가족이 회사를 경영할 수는 없다”고 단정한다.

피케티는 “재벌기업이 유지되고,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기업의 소유주는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소수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모델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한 사회에서 부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재벌가족들에게 증여세가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 부의 대물림 과정이 투명한지, 제대로 세금을 내는지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국제적 비교에서 한국의 상속세는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는 40∼50%의 상속세를 내고, 미국은 세율이 한때 70∼80%였다는 점, 그리고 높은 상속세율은 사회의 계층 간 이동성을 높여주며 매년 새로운 사업가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피케티의 1:99 논쟁에 불이 붙었다. 그의 주장에 대해 연구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거나 선진국 위주로 이뤄진 연구결과를 개발도상국인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등 논란을 잠재우려는 시도가 더해지고 있다.

‘가진 자’의 편에서 특히 발끈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만 주장하고 있다는 논리다. 과도한 세금으로 기업가의 투자환경을 가로막으면 고용과 분배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덧붙는다. 피케티 신드롬, 과연 한국의 평등 향상과 열심히 일하는 사회문화 재건에 어떻게 기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다. 1971년 프랑스 파리 인근의 클리시에서 태어나,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22세에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과 런던 정경대에서 부의 재분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993년부터 3년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으며, 1995년 프랑스로 돌아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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